▲ 친정집 고추밭
▲ 크고 잘 생긴 고추
▲ 마치 고추밭 바닥에 불이 난듯...
▲ 고추가 과장해서 말하자면 오이 만하게... 병충해도 없이.
▲ 잘 깔아준 볏집.
바닥엔 수분 날라가지 말고, 풀도 덜 자라라고 짚을 깔아 주었죠. 지난 가을 농사때 베어 놓은 볏단을 풀어 짚을 깔아 줄때도 먼지는 얼마나 폴폴 날리던지.
하지만 그런 먼지는 조금 먹어도 싫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때는 고소합니다. 저도 천상 농촌의 딸내미가 맞습니다.
그리고 봄 가뭄에 고추 말라 죽지 말라고 주전자에 물을 떠다 한포기 한포기 일일이 물을 부어주었죠.
그 고추나무가 이제 내 키만큼 자라 밭에 ‘불’을 내었습니다.
▲ "나도 빨리 익고 싶어!"라며 햇빛을 열심히 머금는 중.
▲ 그리고 이쪽은 조금 늦게 심은 탓에 아직 덜 익어 푸릇푸릇한 고추.
“엄마, 고추가 정말 너무 커요. 와, 굉장하다”
“사나흘 더 있으믄 고추 딸 참이다. 그날 비 안 오믄 후딱 따서 해치워야제. 증말 날이 맑아야 할텐데. 요세는 근 며칠동안 햇볕 드는 날이 드물었다. 어떤때는 장대비도 내리더라.”
엄마의 희망사항이십니다. 고추 따는 날, 맑아야 따기도 수월하고 장에 내다 팔아도 제값 받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추밭에 들어가 만져 보았습니다. 병도 안 먹고 탱탱하게 살이 오른 붉은 고추들. 과일 같으면 그냥 한잎 쑥 베어먹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잘 생겼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시골 생활을 하면서 농삿일에 대해 웬만큼 알고는 있지만 고추가 이렇게 크게 잘 생긴건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 내가 그동안 결혼해서 도시에 나가 살면서 너무 오랫동안 시골 농삿일을 잊고 지내서인가요? 하여튼 고추 밭에 불이 났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엄마, 다 때려 치고 고추 장사 해도 되겠어!”
오이만한 고추, 불이 난 고추밭을 보면서 흥분한 내가 호들갑을 떨자 엄마는 그저 웃고 맙니다. 농삿꾼은 하늘의 뜻에 맞추어 모든걸 결정 받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기에 욕심도 없습니다.
오랜만에 개인 하늘 아래 커다랗게 잘 자란 고추밭에서 엄마와 함께 ‘똑, 똑’붉은 고추를 따는 손맛은... 정말 행복감 그 자체였습니다.
엄마의 이마에 새겨진 주름에 작게 맺힌 땀방울이 유난히 반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