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지역신문뉴스

치과의사, 생협세상에 빠지다

협동조합 운동에 나선 강윤모, 박경하 부부

2013.07.29(월) 10:10:07 | 무한정보신문 (이메일주소:jsa7@yesm.kr
               	jsa7@yesm.kr)

치과의사생협세상에빠지다 1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로를 도닥이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그것이 가정 안에서의 행복을 넘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더욱 더.

큰 보폭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그만의 색깔로 지역사회 변화에 기여해 온 강윤모(54, 모하치과 원장)씨가 협동조합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예산지역 운동사에서 큰 획을 그은 ‘책마당’ 23년 활동에 대한 중단을 선언한지 10년만이다.

2011년 9월 내포생활협동조합(충남 예산?서산지역, 이하 내포생협) 법인창립을 위한 발기인 대표에 이어 이사장을 맡은 뒤 1년 10개월 동안 본업인 진료외 강 이사장의 일과는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과 회의 참여, 조합원들과의 만남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엔 부인 박경하(51, 미래치과 원장)씨와 함께다. 박씨는 자의든 타의든 고소득 전문직 여성들에게 이미지화되기 마련인 ‘따로’의식이 선입견이었음을 조용한 활동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저는 성격상 단체일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예요. 쉴 때도 혼자서 텃밭을 가꾸고 화초에 물을 주면서 행복을 느끼죠. 그런데 생협활동은 내가 남편을 끌어들인 상황이 되서 어떻게 발을 뺄 수가 없네요”

강 이사장은 2년 전 내포생협이 개인매장에서 조합원매장으로 전환하면서 큰 어려움에 빠졌을 때 투입됐다. 당시 생협 마을모임에 참여하고 있던 부인 박씨가 “좋은 뜻을 가지고 좋은 사람들이 모인 생협이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저는 생협에 대해 거의 몰랐던 사람이었어요. 참여한 뒤에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굉장히 즐겁고 기뻤죠.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 문화, 교육 등 삶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대안이 협동조합입니다. 또 협동조합은 우리 전통인 ‘상부상조’에 부합하는 운동이죠. 나는 기본적으로 성선설을 믿는 사람인데요, 협동조합은 성선설에 기반한 운동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강 이사장은 얼굴이 벌개지도록 협동조합의 원칙, 지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가히 ‘협동조합 전도사’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그래도 생협은 특성상 여성들의 활동공간인데, 남자 이사장이 자리매김하기가 어색하지 않을까.

“예전 같으면 절대 못했을 겁니다. 병원에서 만나는 여성환자들과도 마흔이 넘어서야 겨우 얘기하기가 편해졌으니까요.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어색함이 전혀 없는 건 아니예요. 우리 이사님들 중에는 ‘이사장이 더 적극적으로 조합원들을 만나고 활동해야 한다’고 요구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제 역할을 ‘조직적으로 막힘없이 조합원들이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닿는 만큼 스스로 역할을 찾아 기여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책마당' 이후 10년만에

그는 평소 사회운동과 관련해서도 ‘대중들의 수준에서 반발짝도 앞서 나가지 않겠다. 미약하더라도 대중들이 흔쾌하게 참여할 수 있는 속도로 가자’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이른바 지역내 진보진영으로부터 서운한 시선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거대한 편가르기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지만, 강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조금 다른 모습으로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어 왔는 지도 모른다. 그것이 참여와 소통이 강조되는 협동조합 운동에 딱 맞는 옷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나는 책마당을 할 때도 그랬고, 지금 생협활동을 하면서도 그렇고 거창하게 역사발전에 기여하는, 그런 생각은 안해요.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사회참여를 하는 거죠. 병원일만 하는 것보다 이 일을 함께 할 때가 더 행복하더라구요”

말은 그렇지만, 그의 의식 저변에는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들이 갖고 있는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사명감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 “20대 초반이면 한창 감수성이 풍부할 때 잖아요. 그 때 갖게 된 의식이라서 뼛속 깊이 각인된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고르는가 하더니 덧붙인다.
“병원일 이외에 아내와 함께 사회활동을 하는 게 처음인데요, 생협일을 하면서 우리 부부가 참 절묘한 팀웍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큰 결정만 하지, 세심하고 꾸준하게 일을 챙기고 사람들과 성실하게 소통하는 사람은 아내입니다. 조합원매장 전환과 관련해 3개월 정도 굉장히 혼돈스런 상황이 있었는데, 계속 부여잡고 있었던 건 아내였어요. 그동안 안해서 그렇지 단체일을 하면 참 잘할 사람이예요”

가만히 듣고 있던 박씨가 손사래를 친다.
“저는 소통에 능한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하는 소통이라는 건 이사들과 조합원들에게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 함께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 뿐이죠. 말했듯이 내게는 인간관계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느껴야하는게 여전히 힘겨운 일이예요. 때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함께 하는 일인데 힘들다고 나만 빠질 수 있나요? 이 일을 하면서 협동의 힘을 알았거든요. 협동조합은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역할을 맡아 자신이 가진만큼 힘을 보태 조직을 꾸려가는겁니다. 말하자면,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2.5로 만드는 그런 힘이죠”

이어 조심스럽게 하는 말. “생협이 특정 개인에 의해 이미지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 인터뷰가 자칫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참여하면 행복해 집니다”

그래서 내포생협을 맘놓고 홍보해보라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 강 이사장이 바통을 잇는다.
“내포생협은 2008년부터 개인매장을 운영하면서 예산지역에서 생협의 씨앗을 뿌린 정해경 이사와 초창기 조합을 결성을 하고 애쓰신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숨도 안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
“요즘은 ‘협동조합 생태계’라는 표현을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협동조합 안에서 건강한 삶을 지켜낸다는 것이지요. 내포생협은 주부들이 매달 일정 정도 돈을 모아서 싸고 질 좋은 먹거리를 확보합니다. 건강한 먹거리는 가족을 지키는 길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생협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조합원매장 기념 이벤트를 8월 한달 내내 열 예정입니다. 조합원비도 이번에 조합원매장으로 전환하면서 1만3000원으로 내렸습니다. 생협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공간 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임과 활동이 있는 곳입니다. 생협에 참여하면 행복해집니다”
 

무한정보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무한정보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