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재발견 ⑩ 금산 보곡산골 꽃단지
▲ 봄꽃과 신록이 함께 어우러진 보곡산골마을의 풍경.
도회지의 왕벚꽃처럼 화려하고 요란하지는 않지만 아늑한 풍경을 선물한다. 땅에는 키 작은 양지꽃, 개별꽃이 분위기를 더한다. 한마디로, 꽃방석을 깔아 놓은 듯 하다. 마치 도화지의 풍경화 속을 걷는 느낌을 준다.
걷기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보이네요정자’ ‘산꽃정자’ ‘봄처녀정자’ 등은 이름만으로도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상념을 떨치고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 ‘보이네요정자’에서는 산자락에 둘러싸인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서대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수 옆의 ‘봄처녀정자’에서는 눈을 감고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굽이굽이 길을 걷다보면 삼백년 세월을 견딘 기품 있는 소나무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나무벤치가 있어 다리쉼도 할 수 있고 가끔 마주치는 다람쥐는 청정한 시골의 호젓함을 자아내게 한다. 재잘거리는 새의 지저귐도 귀를 즐겁게 해준다.
산벚꽃의 유명세와는 달리 노점상들의 호객행위가 없는 것도 찾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보곡산골은 2005년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선정됐으며 상곡초등학교는 아토피 자연치유학교로 유명하다. 고은 시인은 이곳 보곡산꽃단지를 일컬어 “초록 산빛 속의 산벚꽃, 조팝꽃 덤불이 사태져 있었다. 내 눈에 복을 가득 채운 그 꽃 잔치는 오래 전 잃은 순정과 신기까지 불러내는 듯 했다.”고 표현했다.
다만 이곳도 개발바람이 불어 곳곳에 도로를 내고 전원주택 짓느라 포클레인 소리가 요란하다는 점이 찾는 사람들을 아쉽게 한다.
흰색과 분홍색, 그리고 연두빛의 은은한 색에 취했다면, 인근 금산군 남일면 홍도화마을에 들러 붉은 색으로 눈을 더 호사스럽게 해도 좋겠다. 이곳에서는 오는 27일 홍도화축제가 개최된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을 줄여 부르게 됐다는 충남의 금산(錦山)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진악산, 서대산, 천태산 등의 산을 휘감아 도는 금강의 절경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비단을 수놓은 듯한 곳이다. 이번 주말에는 금산 나들이를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