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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소지섭이 아닌 우리 농촌의 '소'를 아시옵니까?

최수연의 책 <소>를 읽고서

2013.02.06(수) 21:11:46 | 이야기캐는광부 (이메일주소:zepero85@gmail.com
               	zepero85@gmail.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나, 소똥의 추억, 생각나시나유?

"이거 무슨 냄새야~? 윽."
"윽. 빨리 창문닫어~!"

농촌을 지나다보면 흔히 벌어지는 말의 풍경입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려는데 소똥냄새가 콧구멍으로 흘러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소똥냄새가 익숙합니다. 소똥 냄새는 자주 맡다 보면 괜찮지만(?), 처음 맡는 사람들은 바로 코를 움켜쥐게 되는 묘한 냄새입니다.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을 열었다가 소똥냄새가 들어오면, 누나와 저는 서로 방귀를 뀌지 않았냐고 일부러 놀릴 때도 있었습니다.

최수연씨의 책 <소>

▲ 최수연씨의 책 <소>



둘, 최수연의 책 <소>, 소에 관한 모든 이야기

소똥을 밟으면 행운이 온다길래 동무들을 밀쳐내면서까지 길가의 소똥을  밟으려고 뛰어간 추억도 생생합니다.  이런 제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준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최수연씨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소'를 사진찍고 소에 얽힌 이야기를 기록한 책<소>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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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똥의 이야기가 맛깔나게 그려져 있다.


무심코 펄쳤다가 마주친 내용이 소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소를 몰던 사람도 소가 똥을 누기 시작하면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튀는 똥을 피해야 한다는 대목에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소는 예로부터 일을 시키려고 키웠지 고기 먹을 목적으로 키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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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소고기가 생각나서 뜨끔했다.흑흑.
 

이 구절을 마주하고는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한 평생 농부와 생을 같이하며 밭을 일궜던 소들의 삶을 한낱 먹는 고기로만 여기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몇 십년 전만 해도 소가 달구지를 끌고 길거리를 다니는 풍경이 흔했지만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셋, 전국곳곳 소의 일상이 담기다

그와 더불어 사람을 위해 일하던 소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도 줄어가고, 오히려 소를 대체하는 농기계들을 논밭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소는 자기 먹을 것을 농사짓는 유일한 동물이다'

이 구절 앞에서는 소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세상 동물 중 어느 누가 자기 먹을 것을 농사 지을까요? 사람과 친하다는 개들도 소 앞에서면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일 판입니다. 개는 주인의 밥그릇을 기다리지만, 소는 직접 밭으로 나가 일을하고 품삯을 여물로 받는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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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의 눈망울은 참 맑고 순수해 보인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전국 각지의 다양한 소들의 자화상이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담겨있습니다. 소들이 예쁜 속눈썹과 큰 눈망울을 꿈뻑이며 금방이라도 혀를 낼름거릴 것처럼 생생한 사진들입니다. '소'를 두 발로 찍으며 돌아다녔던 저자는 아마도 소의 인물사진을 가장 잘 찍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일하는 소, 한 칸 외양간, 소 길들이기, 소뿔, 코뚜레, 고삐, 부리망' 등 소와 관련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이 책의 돋보이는 점입니다. 그 중 '생구'라는 제목의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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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각지의 소와 논밭 풍경이 담겨 있다. 충남 금산의 소도 보인다.


책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소를 생구(살아있는입)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생구는 원래 한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사는 하인을 말하는 것인데, 가축 가운데 유일하게 소를 생구라고 불렀습니다. 사람과 똑같이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 여겼던 것이죠.   


넷, 소지섭? 우리농촌의 '소'야말로 소간지!

그만큼 소는 우리 조상들의 삶속에서도 농경의 역사속에서도 귀중한 생명체였던 것입니다. 책의 맨 뒷장을 보면 저자가 찍은 소와 그 장소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사진을 보면 우리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소일테지만, 소주인들은 한 눈에 자신의 소를 알아본다고 합니다. 가족처럼 여기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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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 살 땐 참 '음메~음메'소리를 많이 들었다.


책 '소'는 '음메~음메~'하는 소리가 귓가에 환청처럼 들릴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잊고 살았던 '소'라는 동물의 가치와 그 의미에 대해 반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다면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소'하면 영화배우 소지섭이 더 생각날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농촌의 소간지는 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연히 발견한 책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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