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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유명 원로수학자는 왜 중학교 인턴이 되었나

명지대 양승갑 전 교수 "충남에 진 빚 갚겠다" 한산중서 근무

2012.11.09(금) 20:18:18 | 뉴스서천 (이메일주소:clxk77j@naver.com
               	clxk77j@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양승갑 전 교수.

▲양승갑 전 교수.



1993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교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간하면서 유명해진 한 수학자가 지금 서천의 한 중학교에서 인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학계에서는 그가 끼운 첫 단추는 우리나라가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낳는 초석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명지대학교에서만 해도 26년 6개월 동안 교수생활을 하며 교육대학원장을 지내다 정년 6년을 남겨두고 명예 퇴직한 양승갑 교수(62)가 지난 6월부터 모교인 한산중학교의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능력이 뛰어난 후배들도 교수가 되지 못해 힘들어하고 뇌물이 오가기도 하는 것이 안타까워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명퇴를 한 후 고향으로 내려온 양승갑 교수는 화양면 화천리에서 노모 권병숙 여사(88)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월산교회를 설립한 할아버지 고 양순태 장로와 7형제 중 다섯째인 아버지 고 양인석 장로의 영향으로 양 교수 집안은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아버지의 형제들 중 6명이 장로, 1명은 안수집사가 됐고 그 자손 중 목사가 4명이나 배출된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부양하는 농부가 됐을지도 모를 그의 운명이 바뀐 것은 양 교수보다 4살 많은 형 덕분이었다. 대전고등학교에 유학해 공부 중이던 형은 양 교수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1964년 여름방학 때 그를 대전으로 데려가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그때 형이 제 난생 처음으로 수학 참고서라는 것을 사주셨고 방학 동안 그걸 다 풀었다”는 양 교수는 “형이 저를 농고에 보내려는 부모님을 ‘수학에 재능이 있으니 서울로 함께 데려가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설득해주셨다”라고 그의 인생의 첫 번째 전환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에서 의무적으로 4년 이상 근무해야했지만 당시 충남교육감의 배려로 곧바로 서울로 발령을 받았다. 그 후 명지 중·고등학교에서 7년, 대전의 목원대학교에서 2년 6개월, 명지대학교에서 26년 6개월을 근무한 후 지난 2011년 2월 말 명퇴하기 전까지 교수로 지내며 수많은 수학 교과서 편찬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명지대학교 교회 권사인 부인 나도신씨(59)와의 사이에서 양지현(34·미국 몬트레이 해양대학원 연구교수), 양보현(32·명지대 강사) 두 딸과 아들 양종현(30·서울대 체육교육학과 박사과정 수료)씨를 인재로 키워내기도 했다.

그런 저명한 교수가 은퇴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전국의 10여개 중·고등학교에서 교장직을 제의해 왔지만 한산중학교를 선택한 그는 세금을 제하면 100만원 정도를 받는 수학인턴교사로 근무 중이다.

“과거 충남 교육감님의 배려로 서울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던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충남지역 학교를 찾았고 마침 모교인 한산중에서 수학인턴교사를 구한다는 것을 알고 지원했다”며 좋은 자리를 마다하고 시골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은퇴 후 수학이 아닌 새로운 것을 배워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올해 3월 대원대학교 물리치료학과에 입학해 4 개월 동안 20살, 21살 된 젊은이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으며 ‘스포츠재활트레이너 2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는 그는 다시 생각을 바꿔 그가 가장 잘하는 수학으로 마음의 빚을 갚고 있었다.

양승갑 전 교수는 요즘 다시 연구에 불을 붙였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교재를 만드는 작업이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그 동안 교수들이 만든 교재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만들어낸 것이라는 반성을 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보다 쉽게 수학의 묘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교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며 진심으로 학생들을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자의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수학을 못한다고 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그 학생이 무능력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이 모두 다른데 국·영·수 성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학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의 전환기를 맞이한 그의 인생이 고향 서천, 모교인 한산중학교에서 열정의 불꽃으로 화려하게 빛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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