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1000살 은행나무는 황금색으로 빛나고

금산 요광리·보석사 은행나무 만산홍엽과 어울려 장관

2012.10.29(월) 14:19:27 | humanpro (이메일주소:huma0011@gmail.com
               	huma0011@gmail.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절정에 이른 단풍을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조금 이르면 아직 색이 덜 물들고, 조금 늦으면 낙엽이 되어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연녹색의 단풍도 아름답고, 비단처럼 땅바닥을 수놓은 낙엽도 아름답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 아닌가?

가을 단풍의 대명사는 역시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다. 이들은 각각 붉은색과 노란색을 대표한다. 특히 은행잎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책갈피에 꽂아 오랫동안 간직되는 나뭇잎이다.
 
황금색으로 노랗게 물든 금산의 대표적인 은행나무를 소개한다. 대전에서 멀지않은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에 있는 은행나무는 수령이 1000년이며 1962년 천연기념물 제 8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 은행나무의 단풍이 최근 절정을 이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샛노랑과 연노랑이 뒤섞인 거대한 은행나무가 만산홍엽과 어울려 서있는 모습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다.

단풍이 절정에 오른 요광리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에 오른 요광리 은행나무.

 

500년 전 이 마을에서 살던 오씨(吳氏)의 조상이 전라감사로 있을 때 나무 밑에 정자를 짓고, 은행나무 정자라는 뜻의 행정(杏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금산 행정의 은행나무란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그때에도 나무가 현재 크기만큼 컸다고 한다. 현재는 행정헌(杏亭軒)이라는 육각정자가 있다.
 

은행나무 옆에 있는 행정헌.

                 ▲은행나무 옆에 있는 행정헌.

 

전설에 의하면 머리가 둔한 아이를 밤중에 이 나무 밑에 한 시간쯤 세워두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며, 잎을 삶아서 먹으면 노인의 해소병이 없어지고, 나무에 정성 들여 빌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나무의 잎을 삶은 물을 마시면 해소병이 없어지고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밤에 개를 데리고 이 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호랑이가 도망을 쳤다는 얘기도 있다. 이 같은 전설을 믿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음력 1월 3일 자정(子正)에 이 나무 밑에 모여서 새해의 행운(幸運)을 빈다.

 

노랗게 물든 요광리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요광리 은행나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원래 가지가 4개였는데, 3개가 부러지고 지금은 1개만 남았다고 한다. 남쪽 가지는 100여년 전 바람에 부러졌는데, 가지의 길이는 30m이었고 이것을 판자로 켠 넓이는 3명이 누워서 잘 수 있었다 한다. 그 때 켠 판자로 3년 동안 밥상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동북(東北)쪽 가지는 80여년전 역시 바람에 부러졌는데 길이가 40m로 관(棺)을 37개 만들어서 주민들이 나누어 가졌단다. 동쪽 가지는 8·15후 태풍에 부러졌는데 혼란한 시기여서 적절한 처리가 어려웠다 한다.
 

절정에 다다른 은행나무 단풍.

▲절정에 다다른 은행나무 단풍.


 

요광리 은행나무에 알알이 맺은 은행.

▲요광리 은행나무에 알알이 맺은 은행.


금산에는 요광리 은행나무 외에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1000년 이상 수령의 은행나무가 하나 더 있다.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보석사 입구 산자락에 있는 은행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조구대사가 보석사 창건(886년) 무렵 제자와 함께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이를 그대로 믿으면 나이가 1100년이 넘는 셈이다.

 

보석사 은행나무.

                   ▲보석사 은행나무.

 

오후 늦은 시각 보석사에 도착하니, 아쉽게도 이미 노거수는 수많은 낙엽을 떨구고 있었다. 노란색이 되기도 전에 연녹색의 잎이 지고 있는 그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러나 비단이불을 깔아놓은 듯한 은행나무 낙엽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은행나무 단풍이 소박하니, 주변의 다른 나무 단풍들이 조화를 맞춰준다. 굳이 보석사는 은행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
 

보석사 은행나무는 이미 낙엽이 지고 있었다.

▲보석사 은행나무는 이미 낙엽이 지고 있었다.

 

보석사 은행나무는 마을에 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소리를 내어 미리 알려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1945년 광복 때와 1950년 한국전쟁 때, 1992년 극심한 가뭄 때 소리내어 울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목(神木)으로 믿고 있다. 매년 음력 2월 15일 경칩에 보석사 신도들이 이 나무 앞에서 대신제를 지내고 있다.
 

주 줄기가 곧게 뻗어 올라간 보석사 은행나무.

▲주 줄기가 곧게 뻗어 올라간 보석사 은행나무.


1000년 이상의 풍상을 겪어온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나무 껍질에는 두꺼운 이끼가 뒤덮고 있으며 뿌리 부근에는 수많은 싹이 2~3m의 높이로 자라고 있다. 나무의 높이는 40m로 줄기의 주축(主軸)이 죽지 않고 살아서 높이 올라간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은행나무 노거수는 대개가 암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요광리 은행나무도 보석사 은행나무도 모두 암나무이다.
 

연녹색의 잎파리가 이끼와 어우러져 있다.

▲연녹색의 잎파리가 이끼와 어우러져 있다.
 

1000년 풍상을 말해주듯 줄기에는 이끼가 가득하다.

▲1000년 풍상을 말해주듯 줄기에는 이끼가 가득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아직 변변한 단풍구경을 못했다면 이번 주 안으로 금산의 은행나무들을 볼 것을 추천한다. 금산이 아니어도, 은행나무 아니어도 좋다. 야외로 나서면 온 천지가 울긋불긋 단풍이다. 가을이 가기 전에 잠시만이라도 일상에서 떠나보자.

 

humanpro님의 다른 기사 보기

[humanpro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