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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중증치매 어머니의 병상 일기

어머니를 배웅하며 -13

2012.09.23(일) 23:06:34 | 오명희 (이메일주소:omh1229@hanmail.net
               	omh12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간밤엔 바스락대는 소리에 깨어나 밤잠을 설쳤다. 엎치락 뒤치락 한 참을 뒤척이다 거실에 나가보니 그 소음의 진원지는 구순의 어머니 방이었다. 어머니는 중증치매로 이제는 밤낮도 모르신다. 그러니 시도 때도 없이 밥 재촉을 한다. 무엇이든 곁에 있으면 드시곤 한다. 그러한 할머니가 측은했던지 지난 주 서울에서 내려온 당신의 맏손주가 평소에 즐겨 드시던 사탕을 세 봉지나 사왔다.

그런데 밤새 사탕 한 봉지를 다 드신 것이다. 마치 쓰레기통을 쏟아 놓은 듯, 침대 밑에 빈껍데기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그동안은 소식이지만 매 끼니 달게 드셨는데, 오늘 아침엔 식사를 잘 못 하셨다. 아마도 단맛이 입에 밴 나머지 밥맛이 없으셨던 모양이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이 우리 가족들을 알아보신다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당신이 평생 몸담고 있는 큰 아들네만은 잊지 않으신다. 어언 5년 5개월 동안 온갖 병치레로 몸져누운 어머니는 어린 아이가 되어버렸다. 일어서질 못 하니 대·소변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행여 침대에서 떨어질 새라 밤새도록 불을 밝힌다.

인생무상이라더니 문득 서양의 학자 루크레티우스의 어록이 떠오른다. “신체가 병들면 정신은 혼미되어 방황한다며, 영혼은 영원한 혼수의 심연으로 실려 간다.” 라고 한 말씀이 말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도 어느 책자에서 “병은 죽음을 준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은 죽음에 대한 수련이라고도 한 것이다. 그렇다. 어머니는 분명 이승에서의 마지막으로 받는 호된 삶의 수련과정 이수중이시다. 연약한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 힘겨운 여정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투병 전 어머니는 늘상 분가해 사는 작은 아들네들 사랑에 목말라 했다. 내가 특별한 음식이라도 식탁에 올리는 날이면 “그 애들은 이런 것 먹고 사는지 몰라” 라고는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마치 당신의 자식들이 온다는 기별이라도 받은 듯 말이다. 오죽했으면 남편이 어머니는 몸만 큰 아들네 있지 마음은 언제나 작은 아들네를 향한다고 했을까.

그렇듯 애지중지 여겼던 자식들이었는데 정작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되니 씁쓸하게도 얼굴을 비추질 않는다. 그렇게 이제는 발길이 뜸한 다른 자식들은 찾지도 묻지도 않으신다. 중증 치매로 먹는 것, 씻는 것, 입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기력이 없어 침대에서조차 내려오지도 못한다. 가엽게도 이제는 수시로 배고프다 칭얼대는 왕 애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느 책자에 의하면 ‘부모 자식 간에는 서로 약자일 때 도와야 한다.’ 라고 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즉 효라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미풍양속이 차츰차츰 잊혀져가고 있다. 그래서 힘겹지만 내 삶의 최선의 과제로 여기고 몸소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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