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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정책

못생긴 채소예찬론을 펴는 그녀는 양심농

공주 유구 산골에서 다품종 소량 농사를 짓는 정옥례 씨

2012.07.12(목) 16:22:04 | 사람사는세상 (이메일주소:leehappyday@hanmail.net
               	leehappyday@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정옥례 씨는 파란 토마토를 따는 것보다 이렇게 붉은 토마토가 향기도 좋고 맛있다고 합니다.

▲ 정옥례 씨는 파란 토마토를 따는 것보다 이렇게 붉은 토마토가 향기도 좋고 맛있다고 합니다.

"뭐하러 예쁜 것을 찾어?"

농사 얘기를 하던 정옥례(58) 씨가 대뜸 한마디 합니다. "약(농약)을 치면 모양이 예쁠지 몰라도 씁쓸한 맛이 난데, 약 안 하면 개운한 단맛이 나고."

정옥례 씨는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입니다. 정 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올 봄 공주의 로컬푸드 마을기업인 '공생공소'에서입니다. 공생공소의 커다란 현수막 모델로 당당히 서 있던 정 씨. 10여개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정 씨덕에 마을기업 '공생공소'가 힘찬 출발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시원한 단비가 내리던 날 공주시 유구 끝자락에 있는 정 씨 댁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비 때문에 잠시 휴식 중이라던 정 씨는 5년 전 남편과 사별했고 아들 셋, 딸 셋 자녀는 모두 도시에 있습니다.

잠시 이날의 대화를 들어볼까요?

-고와 보이세요?
“손님이 온다고 해서 뭐 좀 발랐죠. 호호”


-농사를 얼마나 지으세요?
“논 4,800평에 밭이 2,000평, 혼자서 억지로 해요. 이쪽에 풀 뽑으면 저쪽에 나고…, 이웃들이 일거리 밀려서 어쩌냐고 걱정도 많이 해요. 그래도 (남편이랑) 둘이 애써 만든 농토인데 아까워서 안 할 수가 있어야지요.”


-농약을 안 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쓰긴 쓰는데, 가능한 안 쓰려고요. 채소를 예쁘게 하려면 수확 전까지 약을 치면 돼요. 소비자들은 잎이 보기 싫은 것은 안 사잖아요. 근데 맛이 틀리데요. 약 친 거 가져가면 씁쓸한 맛이 난대요. 약 안 한것은 개운하고 단맛이 나고. 5월 초 고추를 심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약을 안 쳤어요. 보통이면 10번 정도는 했을 텐데…. 그냥 배짱이에요.”


-어떻게 농약을 안 쓸 생각을 하셨어요?
“내가 먹는 것, 자식들 형제들 주는 것처럼 해야죠. 못생기고 흠집이 있어도 닦아서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어야지요.”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작물이 잘 자라나요?
“퇴비만 잘 뿌리고 농약을 덜 해도 병충해가 적어요. 이번에 심은 아삭이 고추는 다른 집에서 5일에 한 번씩 약을 했는데 난 한 번도 안 했어요. 그래서 이웃 아줌마들이 큰 걱정 하는데, 고추 딸 때까지 안 하려고요.”


-그래도 수확량이 줄지 않나요?
“작년에 논에 농약을 한 번도 안 했더니 남들 10가마 할 때 난 7가마만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내 쌀은 안 씻어도 먹을 수 있잖아요. 전에 남편 있을 때, 손님 손이 예쁜 대로 가니까 남편도 채소를 예쁘게 하려고 거두기 5일 전에 약을 치려고 하더라고, 난 일주일 전부터 농약 못 치게 하거든요. 그럼 난 안 팔겠다고 해서 막 싸우고 그랬지요. 호호.”

 

못생긴 농산물 판매 품질과 덤으로 극복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정옥례 씨가 하는 농업이 무농약, 친환경, 유기농 등의 표현을 넘어서 바로 '양심농'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심농업', '양심농' 이렇게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충남 온양 도회지에서 살던 정 씨는 37년 전인 27살 때 지금의 공주 유구 산골짜기로 시집을 왔습니다. 시집와 난생처음 접한 농사일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정 씨는 '농사' 그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밤 11시 달밤에도 재미있게 일했어요. 남들이 보면 미친 사람 마냥 새벽 4시에 경운기 끌고 가서 탕탕탕탕…, 시끄럽다는 소리 들어가면서 2,000평 밭에 계속 심었지요."

그렇게 배추, 파, 가지, 마늘, 양파 등 10가지 품목이 넘는 채소를 트럭에 싣고 천안, 공주, 예산, 온양 등 장터와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직접 파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키우는 것은 농약을 덜 쳐서 못생겼기 때문에 처음엔 잘 팔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덤을 줬지요. 그렇게 7~8년을 했더니 나중엔 가기도 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정 씨는 농사를 지어 번 돈으로 6남매 모두를 대학 공부까지 시켰습니다.

 

공동출하보다 직거래로 농산물 판매를 많이 합니다.

▲ 공동출하보다 직거래로 농산물 판매를 많이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정 씨는 '논보다 밭'을 꼽습니다. 논 200평에 쌀 3~4가마, 돈으로 따지면 30만 원 정도가 되는데, 그 200평에 채소를 심으면 200만 원도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밭작물은 순환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아 이모작도 가능하므로 부지런하면 더 좋다고 합니다. 물론 훨씬 힘들겠지만요.

역경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농촌의 희망·재미 전도사

정 씨는 요즘 많이 바쁘다고 합니다. '유구농협 농가주부모임회장', '새마을문고 유구회장', '재향군인회여성회 유구회장', '공생공소 시골꾸러미 팀장' 등등. 현재 활동하고 있는 모임만 10개가 넘습니다. 그래서 농사일에 소홀하다고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표정이 밝습니다.

정 씨는 앞으로 산야초를 키워볼까 합니다. 농촌체험사업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앞으로 희망이 있을 것 같아서"랍니다. 또 젊은 사람들에게 '효'를 가르치고 싶다고 합니다. 이유는 "일일교사를 해보니 재미있어서"라고 답합니다.

남들은 힘들어 못한다는 농사를 평생 재미있게 했다는 정 씨의 앞으로의 계획 역시 '재미'와 '희망'이었습니다. 글이 좀 되면 소설을 쓸까도 생각했다는 눈물 나는 인생스토리. 역경도 즐겁게 넘겼다는 긍정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서 예상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인터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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