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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친절과 서비스로 무장하신 멋쟁이 기사님

2012.04.30(월) 11:26:41 | 이선화 (이메일주소:skhfdsj22@hanmail.net
               	skhfdsj22@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주말에 과일 장사를 하는 친구로부터 참외 좀 가져다가 아이들 먹이라며 전화가 왔다. 장사하는데 공짜로 먹을수야 있겠냐며 서너 봉다리 살테니 준비해놓으라고 일렀다.

과일가게에 도착해보니 역시 맛이 아주 달고 씨알도 굵고 탱탱한 참외가 많이 있었다.  그냥 가져가라는 친구와 실랑이 끝에 한봉다리는 정말 공짜로 얻고, 집 근처 경로당에 드릴 요량으로 두봉다리는 돈을 주고 샀다.

몇일전 친정에서 올라온 방울토마토를 들고 경로당에 갔을때 심심하지 않으시냐고 여쭙자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을 치시던 한 할아버지가 “여기가 천당이지 머!”하시며 하회탈처럼 웃으신 모습.  이 씨알굵은 참외를 좀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택시를 타고 버스정류장까지 갔다.  무거운 참외 3봉지를 들고 낑낑대며 늦게 탄다고 기사아저씨로부터 타박을 들을까봐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천천히 타세요, 손님. 누가 안잡아가요"하면서 얼굴에 웃음을 띄고 있었다.  호호호, 그 따뜻한 한마디에 불안감이 싹 가신다.
 

 

어? 그런데 거기까진 좋았으나 버스 요금을 내려고 주머니를 뒤졌더니 지갑이 손에 안잡혔다. 어디갔지? 앗차차, 친구 과일가게에 놔두고 왔다.

이 일을 어쩌나, 버스요금을 낼수 없잖아. 에그 칠칠맞기는, 에구구....

다시한번 죄인처럼 버스 기사님의 눈치를 살피며 “저기, 저... 죄송해서 어쩌죠?”를 멘트로 준비했는데 순간 대충 눈치를 챈 기사님의 한마디가 또다시 나를 녹여버린다.

“담번에 타실때는 두곱으로 내실거죠? 허허허. 그냥 앉으세요”

단정한 머리에 잘 다려 입은 와익셔츠 차림, 멋쟁이 구두를 신은 기사 아저씨는 그야말로 친절과 이해심으로 ‘무장’하신듯 했다. 그리고 기사님은 버스를 타는 손님에게 일일이 웃는 얼굴로 "어서 오세요"하고 내릴때는 운전석 앞에 있는 거울을 보며 "안녕히 가세요"를 잊지 않았다.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도 정거장마다 되풀이 하셨고, 그뿐 아니라 버스노선을 묻는 사람들에게도 몇번 몇번을 타시라고 창문밖으로 크게 대답해 주었다.  어찌 보면 버스 기사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할수 있는 일이거늘, 그러나 정말 그게 쉬운 일이 아니란거 다 알것이다. 요즘 이런 기사님 첨봤다.

버스가 우리 집앞까지 다 왔을 때 나는 참외 한박스를 운전석쪽으로 슬쩍 밀어놨다.

“기사님, 참외 요녀석들이 아주 달걸랑요. 오늘 댁에 가셔서 예쁜 애기들하고 같이 드셔요!”

순간 기사 아저씨가 화들짝 놀랬으나 나는 이미 버스를 내리고 있었다. 내가 먹을 참외를 기사님께 드린 기분은 기쁜 뭔가로 변해 있었다. 버스기사님은 고맙다는 표시로 비상깜빡이를 한동안 켜서 신호를 줬다.

“집에 가서 노인정에 한 봉지 드리면 나도 오늘 밥값은 제대로 하는거야! 푸후훗....”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는 이웃들, 그분들에게 꽃 처럼 예쁜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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