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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친환경과 유기농의 차이를 아시나요?"

[인터뷰] 유기농 김치공장 ㈜온누리 박대곤 대표

2012.04.23(월) 15:41:34 | 충남사회서비스원 (이메일주소:https://cn.pass.or.kr/
               	https://cn.pass.or.kr/)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친환경과 유기농의 차이를 아시나요?"

20일 농업인 모임에 갔다가 박대곤 씨의 느닷없는 질문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박대곤 씨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친환경과 유기농의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문제, 행정기관 정책과 농업 현장의 괴리 등을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행여 그의 이야기가 개인적 경험과 생각이어서 전체를 적시한다고 할 수 없을지라도, 그의 이야기 속에는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 있어 이 글을 씁니다.


박대곤 씨는 충남에서 유일한 유기농 김치공장 ㈜온누리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사장님'이지요. 그렇지만 그의 외모나 말투는 '사장님'스럽지 않고 오히려 순박한 농부 같았습니다.

실제 그의 삶도 그렇습니다.  충남 태안 토박이인 그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를 이어 농사를 짓다가 농산물 경매와 판매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에 태안에 유기농 김치공장을 차렸습니다. 



다음은 박대곤 사장과의 1문 1답입니다.

 

사람들이 유기농과 친환경이란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틀린 건가요?

"친환경은 말 그대로 2년 이상 농약을 안 주면 인증해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3년 이상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도 안 주면 유기농을 인증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친환경 인증은 농가가 받는 것이고, 유기농 인증은 농산품이 받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친환경 식품은 틀린 말이지요. 친환경 배추 농가, 유기농 배추가 맞아요."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충남 태안군 동문리 샘고을이란 동네에 살고 있어요. 거기서 농산물 유통업도 하고 공판장 중매인도 했고요. 지금은 김치를 만들어요."

 

김치라고요?

"김치를 만든 지는 12년 됐어요. 시작할 때부터 100% 국내산으로 시작했고, 배추에서 양념 재료까지 모두 유기농 제품만 사용했죠. 그래서 2008년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가공인증(HACCP)도 받았어요. 김치로 이 인증을 받은 것은 국내 최초이죠."

 

어떻게 유기농 김치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어요. 제 얼굴에는 아직도 아토피가 있는데요. 음식 관리를 잘해야 하죠. 그래서 음식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농사지을 때 뿌리는 농약은 먹는 사람에게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김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밑반찬이죠. 이런 경험과 생각으로 유기농 김치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어요. 충남에서 유기농 김치를 만드는 곳은 우리 공장뿐이에요."

 

그렇다면 인기도 많겠는데요? 요즘 학교 급식도 친환경 유기농으로 한다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우리나라 친환경 농산물 정책과 유통시스템에 대해서입니다. 요즘 학교 급식을 위해 납품되는 고사리가 ㎏당 1만 5,000원, 다른 채소나 나물류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이것들은 음식재료기 때문에 이것이 급식이 되기까지 인건비와 조리비가 추가되겠지요. 그런데 우리 공장에서 만든 김치 납품가가 ㎏당 7,000~8,000원 입니다. 그것도 유기농 김치를 일반 김치로 납품해서요. 그나마도 공급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어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무엇 때문에 그런 거죠?


"먼저 아직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는 친환경 농산물 정책에 관해 얘기하고 싶군요. 요즘은 행정기관에서도 '친환경, 유기농'을 외치며 강조해요. 하지만 그것뿐이죠. 그에 걸맞은 정책은 없어요. 현재 유기농 농식품을 생산하는 농가가 점점 늘고 있어요. 그러나 제대로 대접을 못 받으면서 순환이 안 되는 거에요. 작년에도 유기농 배추를 거래하는 농가에서 그러더군요. '박 사장 배추 좀 팔아줘… 올해도 로터리 치게 생겼어'라고요. '로터리 친다'는 것은 밭을 갈아엎는다는 말이죠.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그래도 요즘 학교 급식에도 유기농을 강조하고, 유기농 농산품 물량도 한창 부족하다던데, 학교급식용으로 납품하면 되지 않나요?


"저도 그러고 싶지요. 그러나 현재 급식 납품은 농협이 전적으로 맡고 있고, 농협 협력업체에 우선권이 있어요. 그래서 그 테두리에 들지 못하는 일반 업체는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배제돼요. 물론 형식적으로는 입찰에 참여시키죠. 당진에 친환경급식센터라고 만들어놨어도 유기농 김치는 참여 자체를 못해요. 관련 근거가 없거든요. 그래서 학교 급식 납품의 대부분은 농협 협력업체에서 만든 일반 김치가 되고요. 저도 실제 유기농 김치를 일반 김치로 해도 겨우 판매하는 실정이죠. 이번에도 유기농 배추 2만 개를 구해놨지만, 일반 김치로 판매하고 있어요. 결국, 유통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유기농 제품이 외면당하고, 피해를 보는 것은 급식을 먹는 학생들인 거죠."


충남도가 3농 혁신 사업을 진행하면서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는데, 조건이 좋아지지 않겠어요?

 

"안희정 지사님은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러나 3농 정책과 그런 질서들이 현장에까지 전달될지는 지켜봐야겠어요. 농업정책과 농민의 중간이 행정적 문제 때문에 단절되는 것 같아요. 도민이 각자의 생업에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또 생산과 유통 등 각 분야가 균형 있게 순환되도록 행정이 관심만 가져도 좋겠어요. 3농혁신 정책 내용은 잘 알고 있어요. 이 정책이 잘 되려면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농가는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가공과 유통은 생산된 고품질 농산물을 잘 유통하도록,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먹어 만족하고, 건강에도 좋고, 그래서 농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도록, 이렇게 순환하는 균형이오. 이 모든 것은 바로 현장에 답이 있어요."

다른 일정 때문에 박대곤 사장님과의 짧은 얘기를 마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농민도, 유통업자도, 소비자도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농업 정책이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겠다는 것이지요.

3농 혁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박대곤 사장의 별명은 '곧대박'입니다. 이름을 거꾸로 한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정말 별명처럼 곧 대박 나시길^^) <도민리포터 이야기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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