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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기왕이면 한우 먹는다

2009.08.28(금)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기왕이면한우먹는다 1  
지난주 일요일은 고향 죽마고우들과의 정례 모임일이었다.

하지만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어 그만 붙참하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총무를 보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일요일을 지나 출근한 지난 화요일, 그 총무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왜 이번 달 모임엔 안 온 겨?”

“미안해... 다음 달엔 꼭 갈 게!”

그러자 친구는 웃을 수밖에 없는 어떤 에피소드를 알려 주었는데...


“지난 일요일엔 비단 너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많이 불참하는 바람에 나랑 00, 이렇게 단 둘이서만 모임을 가졌지 뭐니.”

“그래서?” 

“홧김에 불 지른다고 모처럼 포식이나 하자고 뜻을 모아 한우전문점으로 갔단다...”


그리곤 둘이서 무려 12만 원도 넘는 만치의 한우고기를 그야말로 배가 터져라 먹었단다.

“잘 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더라.”

이에 고무되었던지 친구는 더욱 신이 났다.

“근데 역시나 한우고기가 맛은 좋더라! 육회도 먹었는데 정말이지 입에서 살살 녹는 거 있지?”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니!” 외국산 쇠고기가 범람하는 즈음이다.

그래서 한우에 비하여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쇠고기를 선호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우리 한우처럼 맛난 고기가 또 있을까?


여하튼 친구와 한우고기에 연관된 통화를 마치고 나니 문득 소에 관한 속담들이 다양하게 떠올랐다.


우선 ‘같은 외상이면 검정 소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흑우(黑牛)가 누렁소보다는 맛이 더 낫다는 비유이리라.

‘느린 소도 성낼 적 있다’는 말은 샌님 같던 이도 화가 나면 불같이 무섭다는 표현이다.

‘빈집에 소 들어간다’는 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뉘앙스이며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건 사고무친(四顧無親)인 사람이 자수성가(自手成家)를 하기란 그처럼이나 어렵다는 반증의 토로이다.


또한 ‘쟁기질 못 하는 놈이 소 탓 한다’는 건 자신이 못 하는 일을 엉뚱하게 다른 사람 내지는 하늘의 탓이라고까지 푸념을 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꼬는 투렷다.

이 외에도 소에 관련된 속담은 부지기수인데 이 중에서 나에게 근접하여 적합한 속담은 단연 ‘빈집에 소 들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내 처지는 비루하고 음습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제도 아들과 통음을 하면서 재차 강조했듯 이제 올해만 지나면 아들과 딸이 모두 대학을 마치게 된다.

그럼 나도 그때부턴 ‘고생 끝 행복시작’이라는, 일종의 빈집에 소가 들어오는 형국의 여유까지도 누릴 수 있으리란 예단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사족이지만 두 아이를 가르치느라 정말이지 참 힘들었다!!


친구들은 그날 홧김에 한우를 왕창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불변한 정서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기왕이면 한우를 먹는 게 낫다!’는. 그것도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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