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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공주에 가면 1톤짜리 맷돌이 있다? 없다?

직접 곡식을 갈아 면요리 하는 '매향 밤 막국수'

2012.04.09(월) 01:35:09 | 충남사회서비스원 (이메일주소:https://cn.pas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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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로 갈은 것과 기계로 갈은 곡식의 맛과 영양 차이를 아십니까?"

공주 공산성 맞은편 음식문화거리에 있는 한 식당의 출입구 옆에 붙어 있는 문구다. 흰 종이에 손 글씨로 막 써서 누런 테이프로 대충 붙여 놓은 종이를 보며 들어간 식당에선 커다란 소리를 내며 맷돌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식당은 정필국(55)·정원자(54) 부부가 운영하는 '매향 밤 막국수'.

매향이 막국수 집으로 업종을 변경 하기전엔 고추장 화로구이로 유명한 대박 식당이었다. 수익으로 건물을 샀을 거라는 오해를 받을 만큼 손님이 줄을 섰지만 보기와 달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설상가상 주방을 맡고 있던 아내의 건강도 좋지 않았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정 대표가 공주대 경영자과정 중에 가게 된 일본여행에서 전환점을 찾았다.

"일본의 식당은 한가지 메뉴로 밥을 먹고 살더군요. 시골 마을에 갔는데 저녁 8시면 식당 문을 닫는 거예요." 하루도 여유 없이 살았던 정 대표에겐 충격에 가까운 일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내에게 선언했다. "고깃집 때려치우자"

곧바로 메뉴다이어트를 고민했고 메밀국수를 선택했다. 기본에 충실해서 재료부터 좋은 것을 사용하고 신토불이와 웰빙에 초점을 맞추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메밀가루를 구하는 과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첨가제 투여나 메밀 함량 미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처럼 직접 갈아서 사용하기로 했던 것. 그런데 국내엔 소규모 식당용 제분기가 없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수입하자니 억대의 비용이 문제였다.

눈썰미 좋은 정 대표. 한국에서 직접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다행히 창원에 소재한 한 공장의 도움으로 지금의 맷돌을 만들 수 있었다.

"곡식을 갈아서 고운 가루를 만들려다 보니 맷돌 크기가 커졌습니다. 서울의 몇몇 식당은 일제 제분기를 쓰는데 그건 작고 아주 세련되게 생겼지요. 그에 비하면 우리 것은 촌스러운 물레방아식 이랄까요?"

지름 1미터에 전체 무게가 1톤이나 되는 맷돌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맷돌을 감싸고 있는 나무 지지대에는 식당 입구에서 본 그 투박한 필체로 이렇게 쓰여있다.

'2009년 초 일본 분쇄기 사전조사, 2009년 10월 제작 시작, 2010년 5월 완성. 상 맷돌 500kg, 하 맷돌 350kg'

그렇다면 왜 굳이 편리한 기계식 제분기가 아닌 맷돌을 사용했을까?

"밀도 그렇지만 특히 메밀은 열에 약해요. 45도가 넘어가면 열 변성이 돼 맛이 떨어지지요." 강 대표는 맷돌분쇄를 해야 메밀국수의 향긋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살아 있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맷돌로 간 밀의 가격이 훨씬 비싸기도 하고 일본의 면 전문 식당들이 직접 맷돌을 쓰고 있다는 것.

이렇게 만든 맷돌로 그때그때 곡식을 갈아 메밀국수를 만들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음식을 내놓으니 금방 입소문이 났다. 날씨가 더워지자 메밀국수나 냉면을 찾는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겨울엔 공주에서 재배한 밀을 갈아 만든 우리밀칼국수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이끌어냈다.

화로구이 집에서 막국수 전문으로 업종을 바꾼 지 만 일 년.

손익계산을 해보니 보험료나 세금 내고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한다. 초기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한 결정이라고 한다. 

이제 정 대표의 바람은 우리 밀처럼 국산 메밀을 사용하는 것. 국내 생산이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메밀은 설령 재배농가를 찾아도 탈피기가 없어 '그림의 떡'이란다.

호주정부 국비 장학생으로 외식경영을 공부할 아들이 2년 후 귀국해서 식당을 하겠다면 관세를 포함해 5000만 원쯤한다는 메밀 탈피기를 살 생각이란다.

오후 두 시가 다된 시간에 늦은 점심을 먹고 일어서던 40대 후반의 남성일행이 "이렇게 좋은 음식을 먹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음식의 기본은 정성이라고 자부하던 정대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공주 정안산 밀을 갈아 만든 만두칼국수. 통밀가루를 빻아 거무스름하다. 맛은 고소하지만 끈기는 조금 부족한 편. 육수는 황태, 멸치, 다시마, 양파, 마늘, 고추 등을 우려서 사용한다. 멸치를 잘 건조하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

메밀 함량 80%로 만든 비빔막국수. 메밀 함량이 올라간다고 식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비빔 양념의 단맛을 위해서는 매실청이나 꿀을 사용한다. 함께 나온 국물도 직접 우린 육수를 이용해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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