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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공주 금강, 강가의 아이들

공주사람의 공주 이야기

2020.04.12(일) 15:19:56 | 잔잔한 미소 (이메일주소:ih2oo@hanmail.net
               	ih2oo@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 금강, 강가의 아이들
공주사람의 공주 이야기
 
도토뱅이 앞들에서 재배하는 대파
▲도토뱅이 앞들에서 재배하는 대파
 
공주 연미산 아래 길게 집들이 늘어선 마을, ‘도토뱅이’는 내가 태어났고 거기서 뛰어놀며 자란 나의 고향이다. 뒤에는 연미산이 있고 마을 앞에는 금강이 흐르는 양지바른 마을, 6·25전쟁 직후 여기서 금강을 건너서 학교 다닐 때, 어려서의 이야기이다.
 
현재의 쌍신동 마을 회관
▲현재의 쌍신동 마을 회관
 
연미산 밑의 쌍신동 마을
▲연미산 밑의 쌍신동 마을

마을 앞은 아주 기름진 들판인데, 여기서 나오는 대파와 부추 그리고 배추와 무 등 싱싱한 채소는 공주시는 물론 주변 도시에서까지 인기가 높다. 그러나 6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금강물이 범람하여
온 들판을 흙탕물로 덮어서 애써 지은 농사를 버리는 일이 예사였다.
 
이 도토뱅이 마을의 집들을 보면 홍수에 떠내려가지 않게 산비탈 언덕 좀 높은 위치에 지은 모습이다. 강을 낀 동네의 걱정은 언제나 홍수로부터의 피해였다.
 
도토뱅이 마을의 가옥들
▲도토뱅이 마을의 가옥들

마을 앞 논밭을 홍수로부터 보호하려고 일찍이 제방을 쌓은 것 같다.

강물의 범람에도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둑 위에 자동차 길을 냈고 해마다 길바닥에 자갈을 까는 일을 동네마다 구역을 맡아 의무적으로 했다. 어려서 들은 이야기로 이걸 ‘자갈군’이라 했다.

지금은 그럴 일이 없는데, 옛날에는 해마다 홍수가 나다시피 했다. 큰물을 보기 위한 물구경을 구경이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둑 위에서 강물에 떠내려 가는 흙탕물과 함께 나뭇가지며 짚이며 어느 때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가는 돼지 새끼도 보았는데 불이 무섭다지만, 물이 그렇게 무서운 걸 어려서 알았다.
 
지금은 연미산 밑을 지나는 터널이 생겼고,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된 넓은 도로가 되어서 둑이 무너질 염려는 없다. 길이 넓어지고 자동차 속도가 빨라져서 동네 앞에 있던 횡단보도를 없애고 지하 통로를 만들어서 그곳으로 길을 건너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금강변의 4차선 국도
▲금강변의 4차선 국도

옛날에는 신작로 길은 자갈길이어서 걷기 불편했고, 겨울엔 둑 위로 부는 찬 강바람 때문에 누구나 둑 아래로 난 길로 다녔다. 겨울의 둑 아랫길 역시 몰아치는 강바람이 매서웠는데, 학교 오갈 때는 머리와 귀를 감쌀 수 있는 수건을 두르고 다녀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렸던 그 시절이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던 것 같다.
 
둑 밑으로 난 길
▲둑 아래로 난 길

어릴 때의 금강 백사장 추억을 더듬어 본다.

학교가 파하면 집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좋은지 지금 아이들은 모르겠는데, 6·25전쟁 직후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집에 가는 길은 언제나 즐거웠다.
 
나룻배를 타고 하교하는 길은 아침보다 여유 있어서 좋았고, 가다가 백사장에서 놀다 갈 수 있어서 좋았다. 가뭄 때는 강물이 적어서 강에서 놀다 집에 가는 때도 있었는데, 물 빠진 강 모래사장의 작은 구멍에서 재첩도 잡고, 얕은 샛강 물에서 헤엄도 치고, 발바닥 밑을 간지럽히던 모래무지와 장난도 하고, 하얀 백사장 모래 위에 글씨쓰기나 젖은 모래로 모래성 쌓기 등에 싫증이 나면 달리기라도 했으니 이것들은 강가에 사는 우리들에게나 있을 수 있는 놀이요, 생활이었다.
 
금강 백사장과 샛강
▲금강 백사장과 샛강
 
6·25전쟁 직후의 탄피 인두 자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보기 힘든 인두는 뾰족한 삼각형의 쇠붙이에 자루를 단 것으로 화롯불 속에 꽂아 두어 뜨겁게 한 다음 한복의 동전 같은 좁은 부위를 다리는 데 썼던 일종의 작은 다리미라고 볼 수 있다.

이 인두에 나무가 아닌 탄피로 인두 자루를 해 박아 썼던 시절이 있었다. 백사장에서 나오는 탄피는 약 한 뼘 정도의 길이였는데, 이것의 머리 쪽에 인두를 꽂으면 훌륭한 인두 자루가 되었다.

전쟁 후의 백사장을 걷다 보면 놋쇠로 만든 탄피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때 백사장에 탄피가 많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곳에서도 한바탕 격전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이 갔다.
 
금강 변 모래와 자갈
▲금강변 모래와 자갈
 
우리가 6·25전쟁 직후에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금강 백사장에 빠진 탱크에서 놀던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탱크가 빠져 있던 위치가 정지산 터널 아래 부근으로 기억되는데, 아마 백제큰다리의 남단 아래쯤 같다. 모래 백사장에 빠진 탱크가 소련제인지 미제인지도 그리고 왜 빠져 있는지 그 내막은 모르고 처음 보는 탱크가 신기하여 거기서 놀던 생각만 난다.
 
여러 해 동안 그 자리에 있던 탱크가 갑자기 안 보였는데, 탱크 건지는 작업에 성공했는지 탱크를 꺼내간 모양이었다. 탱크를 꺼내려고 모래를 파헤치는 작업을 하다가 장마 때 허탕을 치고 그 이듬해 또 실패하고 여러 해 고생하더니 어떻게든 성공한 것 같았다. 전쟁 직후 금강 백사장에서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담이다.
 
6·25전쟁 직후에 탱크가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곳
▲6·25전쟁 직후에 탱크가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곳
 
용바위는 어디로 갔나?
 
금강물이 흘러가다가 굽어지기 전 연미산 밑에 커다란 용 바위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 용바위 있던 곳은 물이 깊어서 어른의 키로 두 길도 넘은 것으로 아는데, 그 물속에서 잉어가 헤엄치며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 물이 맑고 수영하기 좋아서 우리가 흔히 놀러 갔던 곳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곳이 위험하다면서 애들을 못 가게 말렸는데, 둑에서 보시고 애들이 있으면 큰 소리로 아무개야 이름을 불러 돌아오게 했던 기억이다.

강가의 아이들은 늘 어른들에게 걱정만 끼쳤다. 요즈음 금강에서 헤엄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옛날 물 맑던 금강 물속에서 살던 물고기도 없어졌고, 맑은 물에서 헤엄치고 놀던 그 강 모습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연미산과 금강물이 마주치는 곳, 용 바위가 있던 자리
▲연미산과 금강물이 마주치는 곳, 용바위가 있던 자리

꽁꽁 얼었던 금강, 내가 어려서 학교 다닐 때 비하면 요즈음의 추위는 추위도 아니다.

지금부터 50~60년 전에는 세숫대야나 문고리에 물 묻은 손이 척척 달라붙는 추위 속에서 살던 때엔 금강물이 항상 얼어 있었다. 초겨울에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여 한겨울에는 얼음의 두께가 1m도 넘어 보였고 그것을 톱으로 잘라 운반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그 큰 얼음덩어리를 얼음 창고에 보관하였다가 여름철에 쓰는 것 같았다.

당시 금강물은 물도 깨끗하여 그냥 마실 만하였고, 지금처럼 제빙 기술이 없었을 때이니 강 얼음을 보관하여 활용했을 것이다. 강물이 꽁꽁 얼었을 때는 나룻배가 다닐 수 없어서 얼음 위를 걸어서 다녔다. 요즈음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아서 금강이 얼지 않은 지 여러 해가 된다.
 
금강이 약간 얼었던 2016년의 금강 모습
▲금강이 약간이나마 얼었던 2016년의 모습
 
통학로 4km를 추위를 피하여 둑 밑 길로 수건을 머리에 쓰고 걸었고, 나룻배를 타고 다니던 초등학교 시절은 고생도 많았지만, 백사장에서의 수영과 물고기 잡기·탱크 안에서 놀기 등 강가 애들만의 재미도 있었던 어린 시절이었다.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고 편리한 세상이 된 요즈음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강가에 살던 애들만의 이야기다.
 
금강과 백제큰다리
▲금강과 백제큰다리
 
공주에 금강이 흐르기 때문에 백제 왕도가 된 것 같고 물이 많이 흐를 때는 하류에서 상선이 오갔다는데, 지금은 강물이 적어서 냇물 같아 보이니 자꾸 옛 생각만 난다. 맑은 강물이 힘차게 흐르는 금강을 보고 싶은 강가 사람들이다.

금강 강가의 신관공원, 쌍신공원 그리고 웅진공원이 더욱 아름다운 공원으로 만들어져서 공주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받는 힐링 공원이 되었으면 한다.

신바람 공주, 활기찬 미래!  
공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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