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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에 날아가버린 시골마을 정월대보름 이벤트

코로나가 바꿔버린 시골 마을의 정월대보름 풍경

2020.02.10(월) 09:29:36충화댁(och0290@hanmail.net)

“열나흘날에는 이집 저집 다니면서 보름 밥도 얻어먹고 김치도 훔쳐 먹고 그러면서 온 동네가 시끌시끌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다 없어졌지. 그 나마 올해는 코로난가 뭔가 땜에 동네서 윷놀이도 안한디야.”
 
흡사 중세의 페스트가 창궐한 듯 설쳐대는 언론들 탓에 자주 만나던 지인들과의 만남도 한동안 뜸하게 지냈다. 모처럼 만난 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옛날 열나흘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나 똑같았어. 논두렁에 나이 수대로 불을 놓기도 하고 쥐불놀이를 하며 다른 동네에게 세를 과시하기도 하고 그랬지. 엄니가 맷돌에 콩을 갈아서 두부를 해놓은 것을 쪄 먹으면 엄청나게 맛있었는데….”

시골 마을의 풍습에 대해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것밖에 모르는 도시내기인 나한테는 아직도 시골마을은 탐구의 대상이다.
 

▲정월대보름 행사를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음을 알리는 현수막
 
시골 마을의 최근 화두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령해 버린 탓에 올해 정월대보름 전야제는 금기 사항이 되어버렸다. 시골 마을의 정월대보름 행사는 지금은 많이 축소되었지만 부여된 의미만큼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시골 마을에서는 마을마다 오곡밥과 나물을 준비하고 모여서 윷놀이도 하고 전통놀이를 재현하는 풍속은 남아 있다.
 

▲승부욕이 가득한 눈빛으로 윷놀이를 하는 시골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긴 겨울이 지나고 설을 쇠고 나면 또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점이 정월대보름이다. 농경 사회에서는 마을 단위의 공동체 기반이 든든해야 한 해 농사의 풍년의 기대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모임을 만들고 이벤트를 해서 함께 땀 흘리며 놀이를 하는 방법이 최고이다. 정월대보름은 그런 깊은 뜻이 있는 날이다.  
 
오곡밥은 겨울 동안 부족했던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지어먹었기도 했지만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보름날에 성주단지에 잘 간직해 놓았던 씨앗들을 꺼내서 벌레가 먹지는 않았는지, 발아가 잘 될 것인지 미리 밥을 해서 먹어 보았던 일종의 의식이었다.

풍물을 치고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복을 기원하고 줄다리기도 하는 것은 함께 농사를 짓는 마을 사람들과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농사를 짓기 위한 ‘몸 만들기쯤’이라고 해야 한다. 때문에 민속놀이 중에서도 정월대보름에 하는 행사는 가장 다양하고 성대하게 치러졌다. 부럼깨기와 오곡밥 훔쳐먹기, 귀밝이술 마시기 등의 해학적인 놀이도 많았고 지신밟기와 쥐불놀이처럼 스트레스 해소성 놀이도 정월대보름 즈음에 하는 것이었다.
 
내산면 쥐불놀이. 김광수 님 제공
▲내산면 쥐불놀이 (부여군 내산면 김광수님 제공)
 
인간은 생계를 위한 노동만을 하면서 살 수가 없다. 계절마다, 절기마다 크고 작은 이벤트를 만들어서 즐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 체육대회를 하고 나면 반 친구들과 한창 가까워진 기분을 느꼈던 것과 같을 것이다.
 
옛날 시골마을의 아이들이 했던 쥐불놀이를 어른들이 재현했다. 불장난은 언제해도 재미있다. 정월대보름 놀이에 빠진 어른들이 신나게 추억의 놀이에 더 즐거워하고 있다.  부여군 내산면 김 광수님 제공
▲옛날 아이들의 쥐불놀이 재현, 불장난은 언제해도 재미있다 (김광수님 제공) 

올해는 춥지 않은 겨울날씨에 어리둥절할 사이도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이 지구촌을 마비시켰다. 시골마을의 정월대보름 행사는 다 취소되었고 경로당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노령인구가 많은 시골마을에서는 신종 바이러스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점점 크게 타오르는 달집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 불꽃 속에 다 녹아서 사라져 버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정월대보름 민속행사를 재현했다고 한다. 부여군 내산면 김 광수 님 제공
▲코로나바이러스가 타오르는 달집의 불꽃 속에 녹아 사라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김광수님 제공)

점점 계절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도시와 농촌의 간격도 좁혀지고 있어도 전통과 민속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골 사람들의 노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정월대보름 저녁에 둥그렇게 떠오른 달.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사히 물러나고 내년에도 변함없는 달빛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월대보름 저녁의 둥근 달,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사히 물러나고 내년에도 변함없이 달빛을 볼 수 있기를! 
 
역사를 돌이켜보면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지나가고 나며 인류의 생활 패턴이나 의식에 큰 변화가 있곤 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신종 코로나의 위협이 지나가고 나면 개인주의적인 성향은 더 강해질 것이다.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일들은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모든 행위는 온라인 상에서만 이루어지는 세상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다만 내년에도 정월대보름 달빛은 여전히 오늘과 같은 달빛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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