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마애불(磨崖佛)의 효시 ‘태안 마애삼존불’

2020.04.04(토) 17:12:57 / 장군바라기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강건한 얼굴에 당당한 신체, 묵중한 법의에도 엷은 미소가 일품인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절벽이나 거대한 바위에 선각 또는 돋음으로 불상을 새긴 것을 마애불(磨崖佛)이라고 합니다. 예배대상으로 자연의 돌을 이용한 것입니다. 기원 전후 인도 석굴사원에서 유래해 간다라와 서역을 거쳐 중국 각지의 수많은 석굴사원으로 유행했고, 우리나라에는 600년을 전후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대중국 교두보인 충남 태안반도. 불교가 전래된 뒤 2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사회적으로 정착되고, 6세기 전반 부여로 수도를 옮겨 국가적인 틀을 재정비한 이후 백제는 황해를 통해 중국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면서 마애불 조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태안의 진산 ‘백화산’은 해발 284m로 높지 않지만, 서해안이 한눈에 내려 보이는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정상부인 ‘태을봉’ 인근에는 지금도 ‘백화산성’을 축조했던 흔적 일부가 남아 있습니다. 당시 백제인들은 백화산 정상 인근에 마애삼존불을 세우며 국가의 안녕과 부처의 자비를 구했을 것입니다.

백화산이란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습니다. 바다로 완만하게 이어져있는 산줄기는 누워있는 여인의 형상을 닮았는데, 산을 뒤덮은 바위들이 ‘마치 흰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 같다’ 해서 백화산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산을 오르면 중턱에 태을암 대웅전을 거쳐 동쪽 50m 정도에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泰安東門里磨崖三尊佛立像, 국보307호)이 있습니다. 높이 394㎝, 폭 545㎝의 큰 화강암의 단면에 삼존불입상을 새기고 여기에 목조전실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보통 마애삼전불은 가운데 본존불을 크게, 양쪽에 협시보살을 작게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기에서는 가운데에 상대적으로 작은 보살을 배치하고, 양쪽의 여래를 크게 배치하는 파격적 형식과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존불 양쪽 불상은 기본적으로 형태가 같고 얼굴의 기본 골격 등 백제불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오른쪽 불상의 얼굴이 좀 더 뚜렷하고 사실적인 반면, 왼쪽 불상은 소발의 머리에 팽이 모양의 육계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가운데 보살은 양쪽 두 불상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좀 더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흙속에 묻혀 있던 대좌에서 홑잎의 연꽃잎무늬인 단판연화문(單瓣蓮花文)이 공개되면서 다시 한 번 백제 연꽃무늬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태을암에서 마애삼존불로 오르는 계단. 좌우로 동백이 있다.
▲태을암에서 마애삼존불로 오르는 계단, 좌우로 동백이 있다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전각.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전각, 열린 문 사이로 불상이 보인다

전각에 보호되고 있는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전경.
▲전각에 보호되고 있는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전경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의 오른편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의 오른편 여래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오른편 여래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오른편 여래
 
석조마애불의 조성은 7세기 초로 추정되는데 중국 북제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북위 말 이래 중국 산둥에서 유행하던 마애석굴의 직접적인 영향이 추정됩니다. 지역적으로 중국 교역의 영향으로 석굴사원 양식을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존불 인근의 태을암은 창건연대가 분명하지 않지만, 조선시대 경상도 의성현에서 옮겨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대웅전 인근 바위에 ‘태을동천’은 주변에 화려한 계곡이 자리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태안
▲태안 백화산 태을암 대웅전 전경

백화산 태을암 대웅전 현판과 단청.
▲백화산 태을암 대웅전 현판과 단청

백화산 태을암 산성각.
▲백화산 태을암 삼성각

하늘로 통하는 문일
▲백화산의 태을천동(太乙洞天, 하늘과 통하는 자리)
 
마애불은 감실을 갖추고 있다가 오랜 시간 자연에 노출되면서 풍화를 겪은 데다 민간의 속설로 원형이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흙속에 묻혀있던 부분이 드러나고 불상의 전래 경로 등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면서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습니다.
 
이제 봄은 완연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운동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나들이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매주 갑갑한 주말을 보내기도 어렵습니다. 아직은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태안의 진산 백화산을 운동 겸 찾아 마애삼존불입상을 만나본 하루였습니다.

태안 백화산 산행로.
▲태안 백화산 산행로

태안 백화산
▲태안 백화산 산행로, 산 중턱까지 차량출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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