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간을 여행하듯 들여다보는 동네 봄풍경

2020.04.03(금) 17:07:47 / 경명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주제를 담은 이야기, 어릴 때 읽었던 파랑새가 문득 생각나는 요즘 일상입니다. 틸틸과 미틸 남매가 행운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집에서 기르던 비둘기가 바로 그 파랑새였음을 깨닫는다는 내용이지요. 예전 이맘때면 봄바람을 쐬러 더 먼 곳으로 다녔을 텐데, 요즘 상황에 맞게 그동안 눈여겨 두지 않았던 가까운 일상공간을 여행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봅니다. 그러다 보니 파랑새가 바로 옆에 있듯이, 흥미로운 봄 이야기 역시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봄을 환영한다는 뜻을 가진 '영춘화'를 아시나요? 꽃 색깔과 피는 시기가 비슷해 얼핏 보면 개나리로 착각하기 쉽지만 엄연하게 다른 봄꽃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조경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꽃이지만 개인적으로 실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어 늘 궁금해 했던 꽃 중 하나이지요. 매해 봄이 오면 영춘화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여행지에서 쉽게 만난 적은 드물었습니다. 그랬던 영춘화를 가까운 동네 골목길에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사람들 눈을 피해 소박하게 생을 이어가는 이 친구 모습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개나리 닮은꼴 봄꽃, 영춘화
▲개나리 닮은꼴 봄꽃, 영춘화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보보보' 새 소리가 들려옵니다. 4월 봄을 맞이해 여름철새 후투티가 우리나라를 다시 찾아왔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후투티 울음소리를 직접 듣는 일은 처음입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 친구가 어디 있을까 주위를 살펴보니 이내 전봇대 위에서 후투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짝을 찾고 새끼를 낳기 위한 집을 짓느라 바쁠 후투티 역시 한철 무난하게 잘 살아가길 바랍니다.

다시 만난 후투티▲동네 전봇대 위에서 만난 후투티

오가는 길마다 노란 민들레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하지만 노란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 민들레입니다. 우리 토종 민들레는 서량 민들레에 밀려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요. 그래서 노란 민들레 중에서 토종 민들레 찾는 일은 어렵지만 아주 드물게 길에서 만나는 흰 민들레꽃은 우리 토종 민들레랍니다. 생존 경쟁에 밀려났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구석에서 생을 이어가는 이 친구를 발견한 순간은 어느 여행길 못지 않게 반갑고 행복한 선물 같은 일상입니다. 흰 민들레 옆에 같이 피어 있는 머위꽃 친구는 보너스 봄선물입니다. 


 
반가운 우리 봄꽃, 토종민들레와 머위꽃▲언제 봐도 반가운 우리 봄꽃, 토종민들레와 머위꽃

해마다 봄이 오면 늘 기다려지는 제비 친구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많은 개체가 도착한 것은 아니지만 논밭이 남아 있는 공간 중심으로 조금씩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친구 모습이 보이니 진짜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예전에 도시에서 살 때는 보기 힘들었던 제비인데, 여기서는 바로 옆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제비들 덕분에 봄맞이가 더 기다려지고 흥미진진해지는 일상입니다.  
 
강남에서 돌아온 봄 친구, 제비▲강남에서 돌아온 봄 친구, 제비

어수선한 세상에 맘 편하게 꽃 구경하기 힘든 시기이지만, 그래도 봄은 봄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처럼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동네를 오가며 조용히 봄기운을 느끼고 즐기기에는 충분합니다. 길을 걷다가 매화꽃 향기를 깊이 들이마셔 봅니다. 그러고 보니 매화꽃 향기를 가까이서 느끼는 일이 오랜만입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매화꽃 향기 덕분에 동네 길에서 여행 기분을 잔뜩 내 봅니다. 
 
길에서 만난 소박한 ?꽃구경▲길에서 만난 소박한 봄나무 꽃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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