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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멈출 수 없는 달콤함…“취하는 줄도 몰랐네~”

충남의 술TOP10 ⑤녹천소곡주

2018.10.05(금) 10:51:1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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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순사진 왼쪽 대표와 남편 이병직 씨.

▲ 이임순<사진 왼쪽> 대표와 남편 이병직 씨.


 

충청도 대표 ‘앉은뱅이 술’

찹쌀로 빚어 진득한 달달함

가을국화 넣어 은은한 향취

 

황금빛의 술을 한 모금 머금으면 일단 정수리를 강타하는 달콤함에 온 몸이 일순간 찌릿해진다. 달콤하기로 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맛이다. 손가락에 자칫 한 방울 흘리기라도 하면 금새 찐덕찐덕함이 묻어날 정도다. 점도가 강한 만큼 목넘김도 무척이나 부드럽다.

 

시판되는 일반 소주와 엇비슷한 16도의 비교적 높은 도수의 술이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워 취하는 줄도 마신다는 충청도 대표 앉은뱅이 술 ‘소곡주’. 소곡주를 만나러 가는 길은 가을의 정점을 향해 가는 여정이었다.

 

소곡주는 서천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박씨전’과 같은 고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귀로 미뤄 삼국시대부터 생산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1500년의 역사만큼이나 소곡주를 빚는 서천의 장인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현재 서천에서 소곡주를 빚는 업체는 약 60여 곳에 이른다. 특히 소곡주 집산지인 한산면은 소재지 전체가 양조장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한산면 소재지를 관통하는 양방향 이차선 도로를 천천히 지나다 보면 양옆으로 소곡주 도가들이 늘어선 이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 길의 가장 끄트머리 한 켠에 녹천주조장이 위치해 있다. 충남의 술 TOP10에 유일하게 선정된 ‘녹천소곡주’를 빚는 곳이다. 같은 듯 하면서도 양조장마다 조금씩 맛을 달리하는 60여 가지 소곡주 중에서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유일한 선택을 받은 곳이다.

 

녹천주조장은 충남 서천군이 전통주 생산지로는 처음으로 산업특구로 지정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소곡주를 생산하고 있다. 시어머니의 비법을 전수받아 현재 이임순(63) 대표가 남편 이병직(65) 씨와 함께 소곡주의 전통을 잇고 있는데, 100여 년 동안 성업 중이다. 

 

“시어머니가 빚는 소곡주는 맛이 좋기로 동네에서 유명했어요. 지금은 합법화가 됐지만 예전만해도 집에서 담그는 술은 밀주라 해서 판매를 하면 안됐거든요. 그런데 소문을 듣고 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정도였으니 그 맛이 매우 좋았다는 반증이지요. 시어머니가 2003년에 돌아가셨는데 그전까지 어깨너머로 남편과 술 빚는 걸 배웠어요. 지금도 술맛에 변함이 없다고들 하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웃음)

 

이 대표가 설명하는 녹천주조장의 역사는 서천 한산소곡주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가가호호 밀주 형식으로 술을 빚어오던 것이 한산모시소곡주 산업특구 지정과 함께 본격적인 상업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밑술에서 덧술을 빚는 모든 과정에 사람의 손이 필요했지만 자동화 기계가 도입되며 일손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쌀을 찌거나 숙성되는 정도를 파악하는 등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여전히 술을 빚는 장인의 몫이다.

 

소곡주는 밑술에 덧술을 섞어 발효시켜 만든 이양주다. 찹쌀을 쪄 고두밥을 만들고 여기에 누룩을 넣어 4~5일간 발효해 밑술을 얻는다. 다시 고두밥을 지어 식기 전에 밑술과 고루 섞으면 덧술이 된다. 덧술을 약 100일 간 17~18도의 저온에서 발효해 채주하면 우리가 마시는 달큰한 소곡주가 얻어진다.

 

소곡주의 달콤함의 비결은 찹쌀이다. 찹쌀로 빚은 술은 멥쌀에 비해 달콤하다. 여기에 다른 전통주보다 누룩을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술 빛깔이 맑고 깨끗하다. 소곡주는 한자로 ‘소곡주(小酒), 또는 ‘소국주(小麴酒)’라고 쓰는데 이는 누룩()을 적게 썼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대표 명주 중 하나인 만큼 만드는 방법 또한 정형화 된 것이 소곡주다. 하지만 술맛 꽤나 안다는 애주가들은 집집마다 그 맛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충남의 술TOP10에 선정된 녹천소곡주 만의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일까?

 

“비법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좋을 술을 만들기 위해 최상의 재료를 쓴다는 것 하나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해 서산 한산면에서 수매된 찹쌀만을 사용해 술을 빚어요. 누룩은 서천에서 생산된 우리밀로 만든 것을 사용해요. 기본적으로 술맛은 어떤 재료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쌀과 누룩으로만 빚는데, 가장 좋은 쌀과 누룩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시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것도 있었지만 좋은 술을 담그기 위해 공부도 많이 했어요. 서천군에서 각지 주류전문가를 초청해 강좌를 열었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여했지요.

 

녹천소곡주에 대한 이 대표의 자부심은 엄선된 재료를 선정해 정직하게 술을 빚는 장인정신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녹천소곡주의 비법 한 가지가 더 있다. 덧술을 빚는 과정에 소량 들어가는 가을의 정수. 은은한 향기가 일품인 국화가 그것이다.

 

“시어머니께선 덧술을 빚을 때 구절초를 한줌 넣으셨어요. 구절초를 넣은 소곡주는 은은한 꽃향기가 일품이지요. 예전에는 지천으로 피어있던 것이 구절초였는데 요즘은 특별히 심어 가꾸지 않는 이상 찾아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국화에요. 저희 집 뒤뜰에 꽃송이 작은 국화를 키우는데, 가을에 꽃을 따서 덖은 것을 사용하고 있어요.

 

녹천주조장은 추석을 전후해 햅쌀이 나오면 1년에 딱 두 번, 10월과 그 이듬해 3월에 빚는다.  술을 빚는다. 소곡주가 만들어지기 까지 약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주조기간 때문이다. 그렇게 빚는 술의 양이 1년에 8000~1만ℓ정도다. 흔히 1.8ℓ짜리 소곡주 대병 5000병 분량이다. 추석, 설과 같은 명절에 특히 많이 판매되는데 차례상에 올릴 술로 소곡주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가을 국화향을 가득 품은 녹천소곡주는 명실공히 서천 최고 소곡주로서 대내외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2016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주관하는 2016우리술품평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충남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백제술공모전에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 2월에는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주류대상을, 6월에는 충남도가 선정하는 충남의 술TOP10에 이름을 올렸다.

 

명실공이 자천타천 최고의 소곡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대표는 소곡주는 다 제각각의 맛이 있다는 말로 지나친 평가를 경계한다. 명장 한 사람이 빚는 술이 아닌, 대대로 서천의 토박이들이 빚어오던 지역의 술이기 때문이다.

 

60여 곳의 주조장마다 제각각 단골들이 전국 각지로 있어요. 어느 집 술이 가장 맛있다가 아니라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소곡주를 찾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달짝지근한 맛이 좋은 사람이 있고 쌉쌀함이 더 강한 것을 찾는 이가 있는 것처럼 내 입맛에 맞는 소곡주를 찾아나서는 즐거움이 소곡주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생각해요.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지금처럼 변함없이, 우리도 마시고 고객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소곡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 무언가를 지키겠다는 우뚝한 장인의 풍모. 충남인의 애환을 달래준 소곡주의 오랜 세월을 닮아 있었다.

/김혜동 khd1226@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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