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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의열단 (2) 경고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8.07.17(화) 08:52:2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의열단 (2) 경고 1


의열단 (2) 경고 2


박상진의 경고의 소리였다. 장승원은 그럴 리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여댔다.

“알겠습니다. 선생님들.”
장승원은 선생님들이라 부르며 자신을 한껏 낮춰 보였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태도였다. 이어 목이 멘 소리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전 재산을 내놓으라면 내놓겠습니다.”
“목소리를 낮춰라!”
박상진이 재빨리 장승원의 목을 움켜쥐었다. 애걸하는 소리가 밖으로 새나갈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들창이 다시 조심스레 열리고 김한종의 예리한 눈빛이 창밖을 쏘아보았다. 다행히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장승원의 목소리가 한껏 낮아졌다. 낮아진 목소리는 더욱 애처롭고도 비열했다.
 
“저 다락 위에 오천 원이 있습니다. 드리겠습니다.”
오천 원이라는 말에 박상진의 눈이 커졌다. 김한종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현금으로 오천 원씩이나 갖고 있다니?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모두 드리겠습니다. 제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다 드리겠습니다.”
“네 놈이 이렇게 호의호식하고 있는 동안 동포들은 피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한 끼 피죽도 못 먹고 쓰러져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모두 너 같은 매국노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장승원은 비참하리만치 용서를 빌었다.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로 눈물이 얼룩졌다. 그러나 광복회 회장 박상진의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차가운 얼음 빛 그대로였던 것이다.
 
“조국을 팔아 제 한 몸만 살피고자 하는 놈에게 용서는 무슨 용서냐? 오천 원은 동포들의 것이니 동포들을 위해 쓸 것이다.”
박상진의 눈짓에 김한종이 재빨리 다락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곧 돈뭉치를 들고 내려왔다.
 
“다른 것은 없느냐?”
김한종이 다그쳐 묻자 장승원은 머뭇거리다가는 입을 열었다.
 
“다락 위 가마니 안에 자개함이 하나 있습니다.”
“자개함이라?” “예, 그 안에 금붙이가 좀 있습니다.”
장승원의 말에 김한종이 다시 바람같이 다락 위로 뛰어올라갔다. 이어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동포들의 피와 살이로다!”
허탈한 표정의 김한종이 자개함을 들고 내려왔다. 열어 보니 금덩이가 가득했다. 박상진도 눈을 크게 떴다. 족히 삼천 원은 됨직해 보였다.
 
“이런 호사스런 생활의 근원에는 우리 동포들의 피눈물이 있었다. 그런데도 조국을 되찾는 일에 그리 박하게 굴다니.”
 
박상진은 분노했다. 군자금을 얻은 기쁨보다는 허탈해 하는 표정이 더 커보였다. 이들의 이런 표정에 장승원은 안절부절 못했다.
 
“지난날을 뉘우치고 이제 제대로 살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장승원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지난 일을 떠올렸다. 뜰 앞의 오동잎이 누렇게 물들어가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나리, 이런 것이 마당에 떨어져 있었습니다요.”
동이가 편지를 주워왔다. 펼쳐보니 광복회로부터 온 투서였다. 읽어 내려가는 장승원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런 미친놈들이 있나? 감히 누구에게 이딴 짓을.”
그 순간, 장승원은 일제 경부 다카키의 말이 떠올랐다.
 
“요즘 광복회라는 놈들이 설쳐대고 있으니 장상도 조심하도록 하시오!”
“광복회라니요?”
장승원의 물음에 다카키가 잔을 따랐다.
 
“놈들이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소. 팔도의 부호들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있지요. 전라도 순창과 경기도 김포에서 재산을 강탈하는가 하면 우리 친일 애국자들을 해치는 일까지 있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소이다.”
다카키의 말에 장승원은 흠칫했다. 불길한 예감에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기도 했다. 자신에게도 무관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 놈들이 무자비하게 도륙을 냈다고 하오. 얼마나 끔찍하게 했는지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고 하오.”
일제 경부 다카키의 눈에는 희열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장승원의 떨리고 있는 눈빛에 대한 희열이었다. 아니, 조선인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에 대한 희열이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이 연재는 새문사에서 2016년 8월 15일 출간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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