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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의열단(1) 잠입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8.07.06(금) 09:25:2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의열단(1) 잠입 1


의열단(1) 잠입 2짙은 어둠속에 소리 죽인 그림자가 담을 넘었다. 바람같이 날렵한 몸동작이 범상치가 않았다. 그림자는 그대로 마당을 가로질러 중문으로 향했다. 멀리서 컹컹거리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그림자는 하나, 둘, 셋. 얼굴을 가린 복면에 온몸을 검은 천으로 휘감고 있었다. 차가운 초겨울 바람에 맞서기 위한 것만은 분명 아닌 듯 했다.
 
“동지는 여기서 기다리시오!”
목소리를 낮춘 말에 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허리를 굽혔다. 그러자 나머지 사내들이 등을 밟고 올라서서는 중문 담을 훌쩍 뛰어넘었다. 옷깃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날렵하게 뒤따랐다.
 
사내들은 정원석에 몸을 숨긴 채 동정을 살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지붕이 하늘을 뒤덮고 그 너머로는 안채 지붕과 사랑채 지붕이 연이어 있었다. 경상도 땅에서 제일간다는 부호의 저택다웠다. 사내들의 눈가로 분노의 빛이 이글거렸다.
 
마당에는 기묘한 모양의 정원석과 아름다운 꽃을 피웠을 꽃나무로 가득했다. 백성들은 굶주리고 헐벗는데 나라를 팔아 벼슬을 사고 재물을 모은 자들은 배부르고 호화로운 생활에 정신이 없었다. 마땅히 응징을 받아야 할 대상들이었다.
 
사내는 눈짓을 던지며 불 꺼진 방을 가리켰다. 다른 사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두 사내는 소리 없이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시리도록 차가운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겨울밤이었다. 사내들은 바람같이 대청으로 올라섰다.
 
완자살 안에서 달뜬 여인의 희악질 소리가 차가운 밤공기를 덥혀대고 있었다. 사내의 거친 숨소리도 짝을 맞추고 있었다. 방안에서 들려오는 뜨거운 소리였다.
 
눈살을 찌푸린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 덥혀진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이어 검은 그림자가 번개같이 뛰어들었다.
 
“장승원이, 꼼짝 마라!”
어느새 사내는 벌거벗은 사내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사내는 놀라 눈을 부릅뜬 채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기만 했다. 여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못 볼 꼴을 보이고 말았다는 듯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찍소리만 내면 칼끝이 네 놈의 심장을 도려낼 것이다.”
사내의 엄포에 칠곡 부호 장승원은 고개만 끄덕였다.
 
“너도 마찬가지야!”
사내의 말에 여인도 입을 틀어막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살려만 달라는 눈빛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러자 다른 사내가 바닥에 널브러진 옷에서 옷고름을 떼어서는 여인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여인은 부끄러운 듯 가슴을 가린 채 사내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여인의 입에 재갈을 물린 사내는 이번에는 장승원의 입에도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는 두 손을 뒤로 묶어 결박을 지었다. 여인은 이불로 온몸을 감싼 채 부들부들 떨어댔다. 장승원은 제발 살려만 달라는 눈빛으로 애원을 했다. 그러나 사내들의 표정은 얼음같이 차갑기만 했다.
 
“백성의 피고름으로 호의호식하는 재미가 그래 어떠냐? 게다가 계집까지 끼고.”
사내의 싸늘한 비아냥거림에 장승원은 비지땀을 비질비질 흘려대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던 모양이다.
 
“죽기 전에 우리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
사내의 말에 장승원은 묶인 상체를 흔들어대며 또 다시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제발 살려만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대한광복회 회장 박상진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충청도지부장인 김한종이고.”
김한종은 들창을 살짝 열고 밖을 살폈다. 밖은 여전히 차가운 달의 부스러기들만이 사부작사부작 내려앉고 있었다.
 
“우리는 분명 너에게 기회를 줬다. 서신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광복회 회장 박상진의 말에 장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너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협조만 했더라도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이 모든 것은 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장승원은 재갈이 물린 입으로 무어라 연신 소리를 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했다. 그러자 김한종이 다가서 묶인 입을 살짝 풀어주었다.
 
“소리만 지르면 그대로 황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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