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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46) 숙청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6.18(일) 16:31:5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46) 숙청 1


천명 (46) 숙청 2

“노론은 너무 커졌어. 위험해. 이제 저들에게 힘을 실어줄 때가 되었다.”
“전하, 김도언입니다.”

“들라!”
영조는 의금부도사 김도언을 다시 맞았다. 영조의 낯빛이 바뀌었다. 김도언은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고는 은밀히 입을 열었다.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최처인의 여식도 입을 막았습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 저들에게 꼬리를 잡히는 날에는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모두 여우같은 놈들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모두 완벽하게 해놓았으니 염려 놓으십시오.”
영조는 그래도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김도언을 내려다보았다.

“현백의 주변도 깨끗이 처리하라. 혹여 저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허나 그는 병계의 수족과 같은 자라서 그렇지는 않을 줄로 압니다.”

“만사 불여튼튼이라 했다.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부르기 전에는 당분간 대전에 들지 말라. 저들의 눈이 곳곳에 숨어있다.”
“예, 전하. 하옵고 이제 저들을 내치시면 남인들을 기용하실 요량이신지요?”
김도언의 물음에 영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과 함께 강화학파를 기용할 것이다. 하곡(霞谷) 정제두와 백하(白下) 윤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영조의 대답에 김도언이 맞장구를 쳤다.

“그들이라면 능히 남인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 조선의 주체성을 살리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조선의 주체성이라?”
영조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김도언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백하 윤순은 동국진체라 하여 우리 조선의 글씨체를 창안해 내 구사하는 인물 이옵고 하곡 정제두는 주자 성리학을 벗어나 양명학을 받아들인 인물입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하나같이 조선이라는 공통점이 들어있습니다. 조선만의 주체성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김도언의 말에 영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흡족한 미소도 엿보였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많은 인재를 등용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노론의 독주를 막아야한다.”
“이제 반은 성공을 거두셨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낙하인들은 덕산현 역모사건을 빌미로 내치시고 호서인들은 낙하인을 모함한 죄로 멀리하시면 될 것입니다.”

“허면 영의정 김재로를 잡아들여라!”
“예, 전하.”
영조는 강단지게 입술을 깨물었다.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힘은 한쪽으로 기울면 위험한 법이다. 그리고 그 힘이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도 또한 위험한 일이다.’
영조의 눈빛이 싸늘했다. 용상을 일어선 영조는 단을 내려서 성큼성큼 의금부로 향했다. 대전을 가로질러 휑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영의정 김재로의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 형틀에 묶인 손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전하, 용서하십시오. 저는 단지 저들의 꼬임에 빠져 잠시 눈이 멀었던 것입니다.”
주리를 틀기도 전에 영의정 김재로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영조는 내심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이 쉽게 풀려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금부도사 김도언의 총명함에 다시 한 번 흡족해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저들이 낙하의 신료들을 몰아내기 위해 꾸민 일입니다. 저는 단지 저들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사람이었습니다.”
영의정 김재로는 후회하는 눈빛으로 용서를 빌었다. 영조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가득했다.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대는 이 나라의 영상이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그런 일에 가담을 하다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로다.”
이어 낙하의 신료들과 호서의 신료들이 줄줄이 잡혀왔다. 의금부 앞마당은 순식간에 당상관 이상의 신료들로 가득 찼다.

분위기는 험악했다. 나졸들이 형틀을 준비하고 주리를 트는가 하면 곤장을 내리쳤다. 아비규환의 지옥이 의금부 앞마당에 펼쳐졌다. 비명과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신료들의 입에서 실체적 진실이 토해지기 시작했다.

봉암(鳳巖) 채지홍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낙하의 인물들을 실각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인물성동론을 핑계 삼아 덕산현 사건을 은밀히 부추겼다고 실토했던 것이다.

그러자 운평 송능상도 입을 열었다. 봉암 채지홍의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이어 영촌 김성후를 비롯해 병계 윤봉구, 남당 한원진, 매봉 최징후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실을 토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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