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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43) 모략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5.17(수) 23:19:3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43) 모략 1


천명(43) 모략 2

“분수도 모르고 마구 날뛰는구나! 저 죽을 줄도 모르고, 하루살이 같은 놈.”
“게다가 아들까지 뒤주에 가둬 죽인 놈이 무슨 왕이냐며 길길이 날뛰기까지 했습니다.”
병계 윤봉구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어떻게든 저들의 불순한 생각을 그놈에게 연결을 시켜야하는데.”
가슴에 칼을 품은 듯 병계 윤봉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찌 금수의 마음이 사람의 마음과 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 자들이 권력을 농간하고 있으니 이제 그 칼날의 위험함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병계 윤봉구의 말에 현백 석경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이조정랑 자리를 낙파 인물로 낙점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정랑뿐이더냐? 대간은 물론 옥당의 요직이란 요직은 모두 저들 몫으로 돌려주었다. 우리 호서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 전하께서는 탕평책을 핑계로 우리 호서인들을 내치려고 하는 모양이다.”
병계 윤봉구의 입에서 한숨이 깊었다. 현백 석경규의 안색도 흐려졌다.

“이번에 너를 천거하려 했으나 그런 상황에서 어찌 입에나 올릴 수 있었겠느냐? 이번 일이 잘 되어 저들이 실권을 하면 그때 기회가 올 것이다.”
영조는 외암 이간을 중심으로 한 낙하의 인물들을 대거 기용했다. 호서파의 득세가 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당은 물론 사헌부를 비롯해 사간원의 요직에까지 낙하의 인물들을 대거 임명했던 것이다. 그러자 이익과 홍만종을 중심으로 한 남인들과 김성후를 비롯한 송능상 윤봉구 한원진 등 호서파가 반발을 했다. 호서인들은 영의정인 김재로를 비롯해 당상관 상당수까지 끌어들였다. 그것이 영조를 더욱 심란하게 했다. 신료들이 당파를 구성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모습이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남사고비결을 미끼로 던졌으니 이제 곧 물어 올릴 것입니다. 나주괘서사건이나 남원벽서사건에 이은 또 하나의 민란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저들의 신분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스승님의 안목에 그저 탄복할 뿐이었습니다.”
현백 석경규의 말에 병계 윤봉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따사로운 햇살이 안온한 봄날 오후였다. 툇마루로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너울거리며 날아들었다. 병계 윤봉구는 무연히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는 다시 현백 석경규를 돌아보았다. 

“너의 신분이나 정체에 대해 저들이 얼마나 알고 있느냐?”
병계 윤봉구가 넌지시 묻자 현백 석경규가 다소곳이 대답했다.

“철저히 숨겼으니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단지 멀리서 지켜보았을 뿐입니다. 모든 것은 최처인이란 자가 주도했고 그 자를 만난 것도 단 하루저녁 뿐이었습니다.”
병계 윤봉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란 나비가 나풀거리며 담장으로 향했다. 이제 막 피어나는 살구꽃을 탐하려는 모양이다.

“그래, 그날 저녁 너를 본 다른 사람은 없었고?”
“예, 없었습니다.”
확신에 찬 말에 병계 윤봉구는 그제야 짧은 한 숨을 몰아쉬며 안도해했다.

“이제 결과만 지켜보시면 될 것입니다. 이미 저들의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히 물러가 있거라! 세상이 편안해지기 전까지는 쥐 죽은 듯이 숨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현백 석경규는 예를 갖추고는 자리를 일어섰다. 일어선 그를 향해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던져졌다.

“혹여나 잘못되더라도 그건 네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사제 간의 의리이니라.”
현백 석경규는 입가에 미소까지 베어 물었다.

“어찌 그렇지 않겠습니까? 모두 제 불찰로 여기겠습니다. 염려놓으십시오. 못난 제자도 스승님의 은혜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병계 윤봉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현백 석경규는 그대로 물러났다. 화사한 살구꽃과 노란 나비가 희롱하는 이른 봄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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