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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40) 사상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4.24(월) 16:43:5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40) 사상 1


천명(40) 사상 2

“그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허면 어디로 간답니까?”
바오로의 물음에 마르티노가 대답했다.

“그것은 각자 결정을 해야지요. 서로 겹치지 않게, 가고 싶은 곳으로 훌훌 떠나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갈매못으로 가겠습니다.”
요한이 먼저 보령 땅의 갈매못으로 가겠다고 나섰다.

“제 어머니의 고향인 갈매못으로 가 그곳에서 천주님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이어 마르티노가 입을 열었다.

“저는 여서울(여사울)로 가겠습니다. 그곳은 서울과 같이 큰 곳이라서 포교의 성과를 크게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가서 조선의 성지를 이루어 내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가까운 해미로 갈까합니다.”
요셉도 떠날 곳을 정했다.

“그럼 저는 솔뫼로 가겠습니다.”
마리아도 결정을 했다. 바오로만이 머뭇거렸다. 어디로 갈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아졌다.

“저는 형제자매들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긴밀한 연락에 책임을 지겠습니다.”
바오로의 말에 마르티노가 입을 열었다.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누군가 필요한 역할이라 생각했는데 바오로 사제께서 나서 주신다면 듬직합니다.”
마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도 요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장 떠나도록 합시다. 머뭇거리다가 무슨 낭패를 볼지 모릅니다.”
“그러시지요. 서두릅시다.”

금마공소의 천주교인들은 이렇게 해서 내포 땅의 곳곳으로 흩어져갔다. 가까운 여사울과 솔뫼 그리고 해미를 비롯해 갈매못과 공주 천안 멀리는 전주와 남원까지도 퍼져나갔다. 그리고 각자 그곳에서 천주교를 널리 퍼뜨리게 된다. 이후로 이승훈과 황사영을 비롯해 이존창 김대건 황석두 장주기 같은 이 땅의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나오게 되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서실(書室) 상서각(祥瑞閣)

영의정 김재로(金在魯)와 김성후 송능상 등이 마주 앉아 있었다. 자못 심각한 표정들이었다. 창밖으로는 흰 갈매기들이 강변을 수놓고 있었다. 소담스럽게 내리고 있는 하얀 눈도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저들의 사상이 문제입니다. 어찌 그런 불순한 생각들을 하는지.”
말끝에 혀까지 차대며 못마땅하다는 듯 송능상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모든 잘못이 거기에 있습니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병계 윤봉구도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김재로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도 심히 못마땅해 하고 계십니다. 곧 무슨 조처가 있을 것입니다. 외암이나 관봉이나 모두 불러들일 것 같습니다.”
“그러셔야지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인물론(人物論)은 오랑캐에게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어찌 감히 만물의 본성이 인간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가 저 개와도 같다는 말입니까? 저 오랑캐나 왜구와도 같다는 말씀입니까? 어림도 없는 궤변이지요.”
남당 한원진은 얼굴까지 붉혀대며 열변을 토해냈다. 마른 얼굴에 노기가 들자 더욱 수척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무튼 내일은 모두 전하를 찾아뵙도록 하십시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운평 송능상의 말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때였다.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상서각을 울렸다.

“스승님, 한록입니다.”
한록이라는 말에 남당 한원진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 들어오너라.”
이어 가벼운 발걸음소리와 함께 한간(寒澗) 김한록이 들어섰다. 수려한 외모가 남달랐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아졌다.

“현백이 의금부에 나포되었다 합니다.”
“뭐라? 현백이.”
순간, 상서각이 무너질 듯, 놀람과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윤봉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까지 박차고 일어섰다. 영의정 김재로를 비롯해 김성후, 송능상, 한원진 등도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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