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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36) 논쟁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3.19(일) 15:24:05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36) 논쟁 1


천명 (36) 논쟁 2


“당신이 왕이란 신분을 얻고 난 뒤에는 세상이 분명 달라보였을 것이오. 그러나 그것은 말했듯이 껍데기요. 신분이란 껍데기가 던져준 달콤한 미혹일 뿐이지.”
진허가 말하는 사이, 옆에 있던 이규동이 몸을 움찔 움직였다. 깨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하늘이 내린 것이다. 어찌 내가 만들었다고 하느냐?”
영조는 가당찮다는 듯 쏘아붙였다. 진허의 말을 부정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하늘을 핑계 삼아 당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겠지, 그것이 어찌 하늘이 내린 것이란 말인가? 하늘은 애당초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세상을 마련해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당신 같이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권력을 손에 쥐고자 그것을 왜곡시킨 것이지. 신분이란 제도를 앞세워서.”
고개를 든 이규동이 힘겹게 뇌까렸다. 말끝을 다 잇지도 못했다.

“저, 저런 무엄한 놈들이 있나. 어느 안전이라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
형조판서 홍치중이 다시 나섰다. 금부도사 김도언도 삿대질로 나무랐다.

“그 주둥아리 닥치지 못할까?”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영조가 다시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는 진허와 이규동을 향해 다시 물었다.

“너희들도 그걸 위해 역모를 꾀한 것이 아니더냐?”
묻는 영조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섞여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었소. 만민이 평등한, 진실로 하늘의 뜻을 받들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쓸 작정이었소.”
진허가 항변하듯이 대꾸하자 영조는 다시 한 번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는 가당치 않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세상에 신분의 높고 낮음이 어디 있소.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이오. 이 세상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 귀하디귀한 존재요. 인간의 본분과 본성은 누구나 같다는 말이오.”
진허의 말에 영조는 곰곰이 곱십었고 형조판서 홍치중과 금부도사 김도언 그리고 도승지 채제공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내 한 가지만 더 덧붙이리다.”
이규동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산발한 머리카락과 검붉은 피딱지가 섬뜩하기까지 했다.

“소령원(昭寧園)의 아픔을 생각해보시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오.” 소령원이라는 말에 영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령원(昭寧園),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묘다. 숙종의 아들인 연잉군이 경종의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르니 그가 곧 영조다.

그러나 영조는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출신성분으로 인해 마음고생이 많았다.
숙빈 최씨가 비빈도 아니요 궁녀도 아닌 무수리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비천한 출신성분으로 인해 영조는 어려서부터 많은 마음고생을 했다. 노론에 의해 왕세제가 되고 왕이 되어서도 그 아픔은 계속되었다.

영조는 자신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묘를 어떻게든 능(陵)으로 격상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조선의 신분제도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자식이 왕이라 하더라도 권력이 만들어놓은 제도를 넘어설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가 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결국 영조는 어머니를 원(園)으로 밖에 모실 수 없었다. 그것이 소령원이다.
영조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 아픔을 아는 당신이, 이 나라의 왕이라는 당신이, 당신의 위에 있는 그 엉터리 제도를 혁파할 생각은 없소?”
이규동은 마지막 힘을 다해 절규하듯이 말을 뱉어냈다. 영조는 주먹을 부르쥐었다.
이규동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이규동의 말대로 잘못된 제도에 대한 분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신도 소령원을 능으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쓰지 않았소.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었소. 당신의 신료들이 그 잘난 제도를 빌미삼아 당신의 뜻을 거스른 것이오. 결국 당신은 제도라는 이름아래 신료들의 아래에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소. 혁파하시오. 그리고 우리의 뜻을 인정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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