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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35) 영조의 노여움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3.06(월) 22:36:5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35) 영조의 노여움 1


천명 (35) 영조의 노여움 2

금부도사 김도언(金道彦)은 종종걸음으로 재빨리 달려가 허리를 굽혔다. 이어 붉은 곤룡포에 익선관을 쓴 영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모든 죄를 낱낱이 밝혀냈습니다. 전하.”
금부도사 김도언은 정중하고도 조심스런 언행으로 영조의 노기를 살폈다. 이어 형조판서 홍치중이 나섰다.

“죄인들의 자백으로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전하. 더 이상의 역모는 없습니다. 심려 놓으십시오.”
그러나 영조의 심기는 영 불편해 보였다. 덩달아 그를 따르는 도승지 채제공도 좌불안석이었다.

“이 자들이냐?”
한껏 노기 띤 목소리에도 차분함이 서려있었다. 군주다운 풍모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진허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형형한 안광이 마치 용의 그것만 같았다.

“그렇습니다. 전하.”
형조판서 홍치중은 공손히 허리를 굽혀 대답했다. 금부도사 김도언도 그의 곁에서 허리를 굽혔다.

“어찌하여 역모를 꿈꿨더란 말이냐?”
깊이 가라앉은 물음에 홍치중이 진허를 돌아보며 다그쳤다.

“전하께서 묻지 않느냐? 속히 아뢰도록 해라!”
추상같은 호통에 진허는 고개를 들었다. 흰 수염이 핏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눈빛은 이미 산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모진 고문에 혼도 넋도 나가 있었다. 얼굴에는 낙형(烙刑)으로 인한 검붉은 자국이 생생했다. 아직도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듯 했다.
진허는 힘겹게 입술을 움직였다.

“이미 말한 그대로요. 우리는 평등한 세상,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원했소이다. 양반도 없고 천민도 없고, 중이니 선비니 차별 없는 그런 세상 말이오.”
“겨우 그런 일로 역모를 꾀했더란 말이냐? 하늘이 무섭지도 않고, 세상이 두렵지도 않았던 모양이로구나!”
영조의 물음에 진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어찌 겨우 그런 것일 수 있겠소? 그런 세상이 된다면 그야말로 그대나 나나 똑같은 사람에 불과할진데 어찌 그것을 가볍게 보려 하시오?”
진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조판서 홍치중의 입에서 불같은 호통이 터져 나왔다.

“저런 무엄한 놈을 봤나. 전하께 그대라니?”
형조판서 홍치중은 안절부절 못하며 주먹을 부르쥐었다. 금부도사 김도언도 붉으락푸르락 낯빛을 바꾸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영조만은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은 채 진허를 똑 바로 쳐다보았다. 오히려 조금 전과는 다르게 더욱 차분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 너희들이 원하던 그 평등한 세상이라는 것이 실현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느냐?”
영조가 묻자 진허가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다시 답했다. 힘에 겨워 보였다. 입가에서는 핏물까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대가 왕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저 한낱 무수리의 아들로 세상에서 잊혀 졌을 것이오. 그것은 당신이 더 잘 알 것 아니요?”
“저, 저런 죽일 놈이 있나? 어디서 감히 망발을 지껄이느냐?”
“고얀 놈이로다. 여봐라, 무엇하느냐? 저 놈의 주둥아리를 짓이기지 않고.”
형조판서 홍치중이 다시 설레발을 치고 나섰다. 금부도사 김도언은 입에 거품까지 물어댔다. 그러나 영조는 손을 내저었다.

“그만 두어라! 어차피 능지처참에 처할 놈이다. 마지막 궤변이나 들어 보자.”
영조도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그만 거친 말을 쏟아내고 말았다. 그러자 진허도 할 말을 하겠다는 듯 눈을 부릅뜬 채 말을 이었다.

“당신이 왕이 된 지금이나 무수리의 아들이었을 때나 달라진 게 뭐가 있소? 당신이란 존재 자체는 변함이 없지 않소. 앞으로 왕이란 신분을 내려놓았을 때도 마찬가지 일거요. 한번 깊이 생각해 보시오. 그게 당신이란 실체요. 나도 마찬가지고. 그러면 우리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오.”
진허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하늘이 내린 본성과 본분은 결코 다르지 않은 법이오. 우리가 추구한 세상이 바로 그런 세상이었소. 당신들이 그렇게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껍데기 제도에 있지 않았단 말이오.”
영조의 얼굴이 실룩거렸다.

“위험한 발상이로다. 그런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느냐?”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분노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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