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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34) 물거품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2.08(수) 10:11:4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34) 물거품 1


천명 (34) 물거품 2


“가련한 자들이로구나! 어디 맞설 데 맞서야지. 그 아래에서 되겠느냐?”
조롱 섞인 말로 관군의 어리석음을 비웃기까지 했다.

“힘을 내라! 이제 조금만 하면 된다.”
신갑주는 대려국 남방 상단 군사들을 독려했다. 그러자 대려국 군사들은 더욱 힘을 얻어 돌을 날려댔다.

“이제 되었습니다. 바오로가 올라갔습니다. 진격 명령을 내리십시오.”
요셉이 고갯마루를 가리키자 그곳에 바오로가 올라서 있었다. 한티고개 옆이었다.

“천주님의 뜻에 따르라!”
바오로가 외치자 대려국 남방 상단 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이어 용맹한 금마 공소 천주교인들이 바람같이 날렵한 동작으로 대려국 진영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당황한 것은 신갑주였다.

“아니, 어떻게?”
신갑주가 당황하는 사이, 바오로가 양손에 큰 칼을 든 채 대려국 군사들을 요절내며 다가왔다. 돌을 던지던 대려국 군사들은 다급히 칼과 죽창을 들고 맞섰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용맹한 금마 공소의 천주교인들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한쪽 구석이 무너지며 대려국 진영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는 사이, 고갯마루 아래 관군도 벌떼같이 몰려 올라왔다.

“적이 몰려온다. 막아라!”
신갑주는 관군을 막으라며 부랴부랴 뛰어다녔다. 그러나 애당초 대려국 군사들은 관군이나 금마 공소 천주교인의 상대가 아니었다. 본군이 삽시간에 무너졌듯이 한티고개의 남방 상단 세력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거품이 꺼지듯 사그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려국 군사들은 우왕좌왕하다가는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한티고개 아래로, 또는 너머로 하나뿐인 목숨을 구하고자 달아났던 것이다. 관군은 마치 사냥을 하듯이 이들을 쫓아 도륙 냈다.

신갑주는 너무도 허무한 상황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주변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혼자만이 칼을 든 채 망연자실한 얼굴로 다가오는 바오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네가 천주님의 뜻으로 받들어야 할 자로구나!”
바오로는 큰 칼을 들어 신갑주의 목을 내리쳤다. 놀란 신갑주는 칼을 들어 막았으나 바오로의 큰 칼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다. 어깨를 깊숙이 내리 찍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 바오로의 왼손에 들려져있던 칼에 그만 목이 뎅겅 잘리고 말았다. 한티고개 위에도 피꽃이 피었다. 신갑주의 진한 피로 붉은 꽃을 피워냈던 것이다.  

무심한 고개는 말이 없고 나무도 잎을 떨궜다. 붉은 잎이 바람에 휑하니 춤을 췄다. 늦은 가을바람의 싸늘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민초들의 아픈 사연을 그냥 구경만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한티고개의 가을 정경이 시리도록 슬픈 늦가을이었다.

이렇게 해서 평등세상을 꿈꾸던 대려국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최처인을 비롯해 순동과 신갑주 그리고 대려국을 꿈꾸던 이백 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규동과 진허는 달아나다 붙잡힌 백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나머지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돌아가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생업에 종사했다.

의금부(義禁府)

진허는 눈가에 핏발이 돋았다. 모진 고문으로 이미 온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또 다른 연유는 없더냐?”
형조판서 홍치중(洪致中)의 추상같은 물음에 진허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규동은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혼절한 모양이다.

“없습니다. 더 이상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형조판서 홍치중은 피 묻은 손을 닦으며 혀를 끌끌 차댔다.

“본분도 모르는 어리석은 놈들이, 감히 역모라니, 말이 되느냐?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짓을 일삼다니.”
형조판서 홍치중은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싸늘한 바람이 의금부 앞마당을 휩쓸고 지나갔다. 메마른 갈잎이 몸부림을 쳐댔다.

그때, 근엄한 목소리가 의금부 앞마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멀리 인왕산을 뒤흔들만한 장중한 목소리였다.

“주상전하 듭시오!”
의금부 앞뜰이 부르르 떨었다. 한겨울 눈서리보다도 더 차갑다는 의금부 앞마당이건만 그 의금부 앞마당이 부르르 떨 정도니 주상의 위엄이 얼마나 큰 것 인지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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