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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33) 투석전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1.26(목) 11:24:2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33) 투석전 1


천명 (33) 투석전 2

“홍주목의 관군이다. 역적은 칼을 내려놓고 항복하라. 그러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 것이로되 그렇지 않으면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다.”
판관 이행령이 나서 호통으로 답한 것이다. 신갑주는 대꾸가 없었다. 아니, 할 말이 없었다.

“역적의 괴수는 이미 목이 잘렸다. 자, 보아라!”
판관 이행령이 최처인의 머리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옆에서 요셉이 순동의 머리도 들어보였다. 신갑주는 등골이 오싹했다. 짐작은 했지만 막상 두 눈으로 직접 목격을 하고 나니 더욱 가슴이 조여 왔다. 다리가 후들거리기까지 했다.

“어떻게 할 것이냐? 마지막으로 묻는다.”
판관 이행령의 재촉에 신갑주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저항해 자존심을 지킬 것이냐? 아니면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할 것이냐? 둘 다 상황이 여의치 않기는 했다. 자존심을 지킨다고 해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네 개의 세력이 나섰는데도 저리 되었는데 상단세력만으로는 보나마나한 결과일 것이다. 게다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장사치들이 무슨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반면에 고개 아래에 버티고 서 있는 관군은 주린 승냥이가 먹이를 노리듯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여차하면 달려들 기세였다. 애먼 백성들만 살육의 장으로 내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무릎을 꿇는다 해도 목숨을 보장받지는 못할 것이다. 대려국의 두령으로서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었다. 역적이란 이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어떻게 할까요? 두령.”
곁에 있던 부두령 칠규가 물었다. 그러나 신갑주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반응이 없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앉아서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잘하면 대려국의 국왕이요 못하면 죽음이다.’ 마음을 굳힌 신갑주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외쳤다.

“전투를 준비하라!”
신갑주의 명령에 대려국의 상단 군사들이 투석을 준비했다. 아랫녘의 관군도 진영을 갖춰나갔다. 팽팽한 긴장감이 한티고개 고갯마루를 휘감아댔다.

좁은 고개에 좌우로 늘어선 두 군영의 군사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찬바람이 휑하니 고갯마루를 넘어갔다. 이어 신갑주의 명령이 떨어졌다.

“돌을 던져라!”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려국 남방 상단 세력의 군사들이 일제히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유성우가 쏟아지듯 돌무더기가 고개 아래로 빗발쳤다. 이어 관군진영에서 헛바람 켜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런! 우려했던 일이 그예.”
바오로의 중얼거림에 요셉이 방패를 들어 막으며 눈짓을 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뒤로 돌겠습니다.”
바오로는 금마 공소 천주교인들을 이끌고 진영을 급히 빠져나갔다.

“활로 맞서라! 궁수 앞으로!”
관군 진영에서 판관 이행령이 궁수를 지휘했다. 이어 고갯마루를 향해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갔다. 돌과 화살이 하늘을 뒤덮으며 한티고개는 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난무했다.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은 돌무더기와 화살은 끝이 없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돌무더기가 대지를 두드리고 화살이 나무를 부르르 떨게 하며 사람이 외치는 소리와 신음으로 한티고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장을 방불케 했다. 

“판관 나리, 화살이 다 되었습니다.”
궁수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관군진영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대려국의 남방 상단 군사들은 여전히 돌무더기를 날리고 있었다. 판관 이행령의 얼굴에 곤혹스런 빛이 역력했다.

“어떻게 할까요?”
묻는 말에도 대답을 못했다. 딱히 좋은 방안이 없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버티시면 됩니다. 바오로가 올라갔으니 곧 상황이 좋아질 겁니다.”
요셉의 말에 판관 이행령의 낯빛이 밝아졌다.

“그럼 우리가 저들의 눈길을 돌리도록 합시다. 우리도 돌로 맞서는 척 합시다.”
말을 마친 판관 이행령은 곧 명령을 내렸다.

“돌로 맞서라! 이에는 이, 돌에는 돌이다.”
고개 아랫녘 관군 진영에서도 곧 돌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미치지 못하고 대려국 진영 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본 신갑주는 껄껄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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