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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30) 요셉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12.07(수) 16:39:3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30) 요셉 1


천명 (30) 요셉 2 
말을 탄 사제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재빨리 대열을 정돈했다. 관군의 앞으로 십자가를 목에 건 사내들이 울타리를 둘렀다. 홍주목사 권자헌은 든든한 마음으로 이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들이 대열을 갖추자 칼을 들어 관군에게 지시했다.

“금마 의군이 움직이면 뒤에서 엄호하라. 의군을 따라 역적의 무리를 도륙하라!”
홍주목사 권자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셉이 칼을 들었다. 속전속결이었다.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천주님의 뜻을 따르라!”
요셉은 말의 배를 걷어차고는 바람처럼 튀어나갔다. 금마 의군이 먼지를 일으키며 대려국 군사들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서양귀신의 무리부터 처단하라. 대려국의 위엄을 보이라!”
대려국왕 최처인의 명령에 앞서 있던 순동이 칼을 빼들었다. 진격을 명령한 것이다.

대지가 움직이듯 대려국 군사들이 새까맣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른 죽창과 날카로운 낫이 이곳저곳에서 숨을 토해냈다. 먼지구름이 용봉산 아래 누렇게 일고 함성소리가 하늘을 뒤덮었다.

먼저 맞부딪힌 것은 요셉과 이규동이었다. 요셉의 예리한 칼과 이규동의 날카로운 검이 맞부딪힌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이규동은 요셉의 상대가 아니었다. 한 번 칼이 부딪자 이규동은 그만 팔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고통에 신음소리를 흘려내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잡아보는 검에, 처음 목숨을 건 전투였다. 경험도 부족하거니와 목숨을 걸 만큼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젊고 강인한 요셉에게는 너무도 쉬운 상대였다. 말이 대려국 동방 두령이지 나이든 중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규동은 가슴이 뛰었다. 두려움에 얼굴은 파랗게 질리고 살고자 하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일어섰다. 대려국도 신분차별도 이미 머릿속에 남아있질 않았다. 오직 떠오르는 것은 하나뿐인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눈앞에서 번득이고 있는 요셉의 칼이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이규동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요셉의 칼을 피하기에 바빴다. 뒤로 물러서려 설핏 돌아보았으나 그럴만한 틈도 없었다.

이미 주변은 붉은 피로 낭자했다. 금마 공소 천주교인들의 칼에 대려국 군사들이 무자비하게 도륙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대지위에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지고 말았다. 그리고 두려움에 휩싸인 대려국 군사들이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 사이 이규동에게도 틈이 생겼다. 물러날 기회가 온 것이다.

“물러서지 마라. 적을 막아라!”
큰 소리로 외치고 난 이규동은 즉시 몸을 돌렸다. 군사들에게 적을 떠넘기고는 자신은 뒤로 물러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이내 수많은 대려국 군사들로 메꿔졌다. 죽창과 쇠스랑 그리고 낫과 칼이 대신했던 것이다. 뒤에서 미는 힘에 저절로 열린 공간이 닫혀졌다. 당황한 것은 요셉이었다. 협소한 공간은 칼을 휘두르기에도 좋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요셉의 몸은 이미 핏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은빛 칼날도 붉게 물들어 섬뜩한 빛을 발했다. 그러나 대려국 군사들의 밀려듦은 끊일 줄을 몰랐다. 밀려드는 밀물처럼 끊임없이 밀려들었던 것이다. 이들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요셉의 주변으로 시신이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힘내라. 적의 두령이 등을 보이고 숨었다.”
요셉의 외침에 금마 공소 천주교인들이 힘을 얻었다. 반면에 대려국 군사들은 사기가 크게 꺾였다. 이어 대려국 군사들의 선두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뒤로 돌아서는 자들도 있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요셉이었다.

“선두가 무너진다. 밀어 붙여라!”
요셉은 마치 지옥의 사자가 지상으로 올라 온 듯 대려국 군사들을 잔인하게 도륙하기 시작했다. 이제 전투는 일방적인 살육처럼 변해갔다. 금마 공소 천주교인들이 물을 가르듯 대려국 진영을 갈라놓기 시작한 것이다. 곳곳에서 비명과 신음소리가 난무했다. 대부분이 대려국 진영에서 들려오는 비참한 소리였다. 

중앙군의 공소장 마리아와 바오로도 순동의 군사들과 맞부딪혔다. 이내 피바람이 불었다. 먼지 구름이 검붉은 피로 물들었다. 함성과 외침으로 대지가 젖어들고 긴 말울음 소리가 사람의 폐부를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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