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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28) 대치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11.15(화) 20:08:3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28) 대치 1


천명 (28) 대치 2

수려한 자태의 용봉산(龍鳳山). 용과 봉황이 어우러져 노니는 모습의 호서(湖西) 명산이다. 이 산의 바위가 소나무로 푸르게 뒤덮이는 날, 천하를 호령할 인물이 이 땅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그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엊저녁부터 하나 둘 모여들더니 새벽녘에는 산 아래 넓은 들판을 다 뒤덮을 정도로 수가 늘어 있었다. 곳곳에 나부끼는 울긋불긋한 깃발과 손에 든 불길한 도구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어 수군거려댔다. 대려국이 어떻고, 관군이 어떻고, 오늘은 결판을 낼 것이라는 둥 모두 하나같은 이야기들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울분을 토해내는가 하면 어떤 사내는 열을 올렸고 또 다른 사내는 비장한 모습마저 보이기까지 했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였다. 어떻게든 세상을 바꿔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자는 것이었다.

모여든 사람도 가지각색이었다. 스님과 도사차림의 사내로부터 백정과 갖바치 천민, 그리고 일반 백성과 갓을 쓴 양반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한 가지, 모여 든 것은 모두 사내들뿐이라는 것이었다. 계집이나 아녀자는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이들의 손에는 칼이나 창, 아니면 활이 들려져 있었고 그도 아니면 낫이나 쇠스랑, 도끼 등 끔찍한 도구들이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동녘으로 해가 치솟아 올랐을 때에도 이런 차림의 사내들은 끊임없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넓은 들판에 때 아닌 시장이 들어선 듯 장관을 이뤘다. 홍주목이나 덕산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대오를 정렬하며 일사분란하게 진영을 갖춰나갔다. 차림새는 분명 백성의 모습이었으나 행동은 영락없는 군사들의 그것과도 같았다.

오방색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낫과 괭이와 칼과 활이 혼돈을 이뤘다. 그리고 그 사이로 푸른 죽창들이 삐죽삐죽 숲을 이뤘다. 황량한 들판에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먼지 구름이 뽀얗게 일고 사람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대지를 울렸다.

황색 깃발을 중심으로 그 앞에는 검은색 깃발이 울타리처럼 빙 둘러쳐졌다. 그리고 좌측으로는 붉은 깃발이, 우측으로는 흰 깃발이 바람에 춤을 추어댔다.

그 앞으로 검은 갓을 쓴 흰 학창의의 사내가 나섰다. 단정한 수염과 날카로운 눈매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었다. 말 위에 올라탄 사내는 긴 칼을 뽑아 들고 외쳤다.

“대려국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야하는 때가 되었다. 하늘은 인간을 이 땅에 내려 보낼 때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무도한 인간들이 신분이란 굴레를 만들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 최처인은 오늘 대려국을 세상에 알리며 그 굴레를 벗겨낼 것이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나가자! 나를 따르라!”
이어 곳곳에서 진격명령이 뒤를 이었다.

“진격하라!”
먼지구름과 함께 대오가 움직였다. 거대한 수레바퀴가 구르듯 사람의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렁찬 함성소리도 뒤따랐다. 마치 용봉산에서 용과 봉황이 긴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서로를 견주는 소리인 듯 했다.

그때, 용봉산 아래로 또 하나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주목 관군이었다. 붉은 갑옷에 푸른 투구를 쓴 홍주목사 권자헌을 중심으로 탄탄한 진열이 만만치가 않았다. 수적으로는 부족했으나 기세만큼은 관군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앞선 권자헌은 하늘의 제석천이 강림한 듯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관군을 이끌었다. 좌우로 늘어선 판관 이행령과 장령 소백무도 늠름하기 그지없었다. 용봉산 아래는 그야말로 대려국과 관군의 대치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역적의 무리들은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그리하면 목숨만은 건질 것이로되 그렇지 않으면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다!”
추상같은 권자헌의 호통이 들판을 쩌렁쩌렁 울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대려국 깃발들이 부르르 떨어댔다.

“세상을 구원하는 새로운 나라, 차별이 없는 새로운 세상, 우리 대려국이 만들어 갈 것이다. 너희들도 우리 대려국에 합류해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해라. 기회를 줄 것이다.”
최처인도 지지 않고 맞섰다. 그러자 홍주목사 권자헌이 칼을 들어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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