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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27) 연통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11.07(월) 16:28:2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27) 연통 1


천명 (27) 연통 2


“저들은 군사를 모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홍주목 군사라야 다른데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목사 한 마디면 곧바로 치달려올 수 있습니다. 허나 우리는 각 지역에서 달려와야 합니다. 적어도 이틀은 걸립니다.”
그러자 사내도 신중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남방 두령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일단 령을 내리시지요.”
흰 수염의 진허였다. 그도 갑주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자 순동도 나섰다.

“맞습니다요. 어차피 치를 일이라면 기다릴 필요 있겠습니까요. 우리야 다 준비가 되어있는뎁쇼.”
그러자 허름한 차림의 사내가 다시 나섰다.

“일의 성사는 서두름에 있지 않습니다. 신중함에 있습니다. 더구나 목숨을 건 일입니다.”
“어찌 그리 두려워만 하십니까? 동방 두령께서는 우리 대려국의 존재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갑주의 핀잔에 사내도 지지 않았다.

“과대평가하여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네. 어찌 그리 경솔하단 말인가?”
“그만들 하시오!”
보다 못한 최처인이 나섰다.

“의견을 들어보니 거사를 도모하자는 쪽이 우세하고 나 또한 그리 생각하여 그대들을 부른 것이오.”
최처인의 일방적인 결정에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입술까지 질끈 깨물어댔다.

“동방 두령께서는 후진을 맡아 주시오.” 최처인의 은근한 말에 사내는 다급히 손사래를 쳐댔다.

“아닙니다. 어찌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겠습니까? 선봉에 서겠습니다.”
사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최처인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동방두령께서 뒤를 살펴 주셔야 합니다. 뒤에서 올 적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해미라야 여기서 지척입니다. 호서좌영(湖西左營)이니 그 군사가 들이닥친다면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제야 사내의 얼굴이 펴졌다.

“동방 두령께서 하실 일이 매우 큽니다. 한티고개를 막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사내는 그제야 최처인의 말에 수긍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몰락 양반인 이규동이었다.

“뒤는 동방 두령께서 막아주시고 나머지는 나와 함께 홍주성으로 달려갑니다. 선봉은 북방 두령 순동이 맡아 주고 좌우 날개로 남방 두령 신갑주와 서방 두령 진허대사로 삼겠습니다. 저는 중군이 되어 전체를 지휘하도록 하겠습니다.”

“허면 각 방에 연락을 해서 집결토록 할까요?”
북방 두령 순동이 묻자 최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암산 아래 목리천으로 집결하라 연통을 넣게. 모레 오후까지는 모두 집결을 완료하도록 해야 할 것이네.”

“알겠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순동은 최처인의 사랑방을 나갔다. 이어 상단 세력의 수장인 신갑주도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시위는 떠났습니다. 이제 하늘의 뜻을 받들어 우리의 길을 여는 일만 남았습니다.”
최처인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마치자 진허가 낮게 불호를 외웠다.

“이제 진정한 사람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양반이나 천민이나 가진 자나 못가진 자나 사내나 계집이나 차별을 받지 않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몰락 양반 이규동의 얼굴에는 회한의 빛마저 담겨있었다. 그동안 받아온 핍박에 대한 설움일 것이다.
양반임에도 그는 온갖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그것이 세상에 대한 분노와 배신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려국(大麗國)이 우뚝 일어서는 날입니다. 성상께서 천하를 새로이 여시는 기쁜 날입니다.”
이규동은 최처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 올렸다. 곁에 있던 진허도 공손히 합장을 올렸다.

“남방 두령의 말대로 새로운 세상입니다. 이제 논쟁이 아닌 행동으로 만들어갈 때입니다. 그 행동을 성상께서 부디 이루어 주소서.”

“서방두령이나 남방두령의 말을 어찌 가벼이 듣겠소. 내 기필코 대려국을 세상에 으뜸가는 나라로 만들고 말 것이오. 그대들도 성심성의껏 도와주기 바라오.”
최처인은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는 한없이 인자한 얼굴로 두 사람을 마주 보았다. 세 사람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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