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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26) 칼끝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10.20(목) 00:43:4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26) 칼끝 1


천명 (26) 칼끝 2


“저들이 용봉산 아래 집결하면 관군이 먼저 정면을 치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옆에 매복하고 있다가 저들의 허리를 끊겠습니다.”
백여 명으로 펼치기에는 그다지 효율적인 전략이 아니었다. 이들이 아무리 일당백이라 할지라도 의문이 드는 그런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판관 이행령이었다. 아니, 판관 이행령은 처음부터 이들이 필요한 곳이 따로 있었다. 맨 앞에 세워 칼끝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아니오. 저들은 단숨에 기를 꺾어놓아야 하오.”
판관 이행령의 단호한 말에 좌중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졌다. 때를 놓칠세라 판관 이행령의 열변이 토해졌다.
“저들은 선봉이 무너지면 오합지졸인 관계로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말 것이오. 그러자면 그대들이 필요하오. 관군의 선봉에 서 주시오.”
판관 이행령은 잠시 말을 끊고는 한 사람씩 차례로 둘러보았다. 판관 이행령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상대를 설득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였다.

“저들은 선두가 무너지면 분명 무기를 버리고 달아날 것이오. 그러면 전투는 그것으로 끝이오. 헌데 어찌하여 곁에서 지켜보려고만 하시오?”
판관 이행령의 말에 요셉의 얼굴이 은근히 붉어졌다. 속마음을 들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니 일단 용봉산 아래로 집결을 해 주시오.” 판관 이행령의 거듭 부탁에 요셉도 어쩔 수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허면 약조는 분명히 지켜주셔야 합니다.”
요셉은 판관 이행령을 똑 바로 쳐다보며 다짐을 받아내려 했다. 그러자 판관 이행령도 걱정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여부가 있겠소? 그 일은 걱정하지 마시오. 이미 목사께서도 그러마하고 약조하셨소이다.”
“천주님을 믿는 것을 나라에서 허락하게 하는 것은 물론 천주님의 뜻에 따라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입니다.” 마리아도 나서 거듭 다짐을 받아냈다.

“물론이오. 목사께서 조정에 그대들의 공을 아뢰는 것은 물론 천주교가 이 땅에서 백성들의 믿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낼 것이라 약조하셨소이다. 그러니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시오.”
그제야 마리아의 얼굴이 편안해지고 요셉을 비롯해 마르티노와 바오로 그리고 요한까지 모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입가에는 웃음기까지 머금어져 있었다. 

“그럼 내일 준비가 되는 대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서 목사나리께 그리 말씀드리도록 하십시오.”
“알겠소. 그럼 난 이만 돌아갈 테니 내일 용봉산에서 보도록 합시다.” 판관 이행령은 자리를 일어섰고 마리아를 비롯해 요셉과 마르티노 그리고 바오로와 요한은 산채 아래까지 배웅을 나갔다.

판관 이행령은 말을 타고 다시 홍주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홍주목사 권자헌에게 보고를 올렸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저들이 홍주목을 목표로 했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거사를 실행해야 할 것 같소. 저들이 천주학쟁이들까지 끌어들여 우리를 소탕하려 한다 하오.”
최처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차피 한 번은 거쳐야 할 일입니다. 이참에 아예 일을 마무리 지으시지요?”
상단세력의 수장 신갑주였다. 진지한 얼굴이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허나, 만에 하나 소문일 뿐이라면 섣불리 나섰다가 꼬리만 잡히고 말 것이네. 신중히 움직이는 것이 좋을 듯하네.”
허름한 차림의 사내였다. 매서운 눈빛이 살아있었다. 이글이글 타올랐다. 마주앉은 갑주가 이마를 살짝 찡그렸다. 마뜩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신중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이란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주저하다 우리 모두 추포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더구나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손을 놓고 기다리라니요?”

“아직 저들이 군사를 동원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네. 그러니 조금만 더 상황을 두고 보자는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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