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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25)약조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10.19(수) 22:02:3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25)약조 1


천명 (25)약조 2


“홍주목사로부터 단단히 약조를 받아내면 될 것이네.”
마르티노가 달래자 바오로도 생각이 바뀐 듯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요셉의 의견에 동조하기까지 했다.

“그럼, 확실한 약조를 받아낸 뒤에 저들의 뜻을 따르기로 하지요.”
분위기가 마르티노의 의견을 동조하는 것으로 돌아가자 그제야 눈치만 보고 있던 공소장 마리아도 나섰다.

“좋습니다. 아버님께서 우리를 여기로 이끄신 것도 모두 불쌍한 저 형제자매들 때문이었습니다. 도탄에 빠진 가여운 형제자매들을 구하고자 함이었지요.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믿음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 기회가 우리 형제자매들을 구하는 것이라면 아버님께서도 천국에서나마 흡족해 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천주님과 늘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번 일만 잘 성사된다면 우리도 바깥세상에서 떳떳이 천주님을 모시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믿음을 얻고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요셉과 마르티노는 거듭 기회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바오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가서 판관 양반을 데려오겠습니다.”
시원스레 말을 던진 바오로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곧 판관 이행령을 데리고 들어왔다.

“결정했습니다. 홍주목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공소장 마리아의 말에 판관 이행령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허나 단단히 약조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마르티노가 나선 것이다.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우리의 믿음을 인정해 준다는 약조를 단단히 해 주셔야겠습니다.” 마르티노의 말에 판관 이행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씀이오. 곧 가서 홍주목사를 뵙고 말씀드리도록 하리다.”
“허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오?” 요셉이 묻자 판관 이행령이 좌중을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 관군들이 용봉산 아래로 집결을 할 것이오. 당신들도 용봉산 아래로 가서 합류하도록 하시오. 전투의 맨 앞에 서 달란 말이오.”
“저들의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공소장 마리아가 물은 것이다. 그러자 판관 이행령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자신도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직은.”
어정쩡한 태도에 판관 이행령을 바라보는 눈길이 미덥지 못하다는 빛이 역력했다.

“아니, 싸움을 앞둔 장수가 적의 숫자도 모르고 있단 말이오?”
바오로가 나선 것이다.

“저들의 조직이 아직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네. 짐작컨대 내포지역 세력만 해도 수백은 헤아리지 않을까하네.”
판관 이행령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바오로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전투를 앞둔 장수가 적의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왜 그렇지 않았겠는가?

“그럼 홍주목의 군사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마르티노의 물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판관 이행령은 자신이 없었다. 그 숫자를 몰라서가 아니라 턱없이 부족한 수 때문이었다.

“모두 끌어 모은다면 아마 삼백은 될 것이오.”
“삼백이라? 우리도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그 수로 저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요? 장담하지 못할 일입니다.”

“장담하지 못할 일에 목숨을 걸다니요?”
바오로가 다시 나섰다. 얼굴에는 불신의 빛이 역력했다.

“맞습니다. 무엇 때문에 굳이 희생을 하려 합니까?” 분위기가 다시 돌아갈 조짐을 보이자 판관 이행령이 재빨리 나섰다.

“저들이 수백이라 하나 모두 오합지졸이네. 전투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지도자도 없고.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네.”
판관 이행령은 어떻게든 이들을 끌어들이려 애썼다. 그래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상황을 훤히 알고 있는 것처럼 떠벌려댔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굳이 우리까지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뭡니까?”
요한이 나선 것이다. 그도 바오로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러자 요셉이 다시 나섰다. 바오로와 요한의 말을 차단하고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저들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나 이렇게 하도록 하시지요.”
판관 이행령을 비롯해 마리아와 마르티노 그리고 바오로와 요한까지, 모든 시선들이 요셉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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