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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24)논쟁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10.04(화) 23:03:1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24)논쟁 1


천명 (24)논쟁 2


요셉이 나섰다.
“저들의 말이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 우리의 앞날을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볼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오.”
요셉의 말에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그 말의 의미가 자못 심상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정적과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사내의 충격적인 발언이 또 다시 이어졌다. 

“평생을 이렇게 숨어 살 수는 없지 않소!”
신바오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배교라도 하겠다는 말씀이오!”
목소리에는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주먹을 말아 쥐기까지 했다.

“안됩니다. 우리가 여기로 들어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세상이 우리를 버렸어요. 그래서 우리도 저들을 버리고 이리로 들어온 것이 아닙니까?”
요한도 흥분한 채로 나섰다. 콧구멍으로는 더운 김을 연신 뿜어댔다. 그러자 마르티노가 나섰다.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말을 들어 보세나. 요셉도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을 것이네.”
점잖은 마르티노의 말에 요셉은 검은 철립을 벗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각진 얼굴, 부리부리한 눈이 사내다운 미더움이 있어 보였다.

“우리가 마음을 함께 해 이 산으로 든 지도 벌써 십년이 다 되어 갑니다. 허나 그동안 우리가 마음 편히 지낸 날이 얼마나 됩니까? 앞으로도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면 우리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아이들과 아녀자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요셉의 말에 바오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우리가 왜 이러고 있는지 잘 아시는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다니요?”
“천주님만을 믿으며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잖습니까?”
“뿐만 아니라 양반과 천민으로 구분해 차별하는 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불신 때문이기도 하지요. 같은 하늘아래에서 같은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는데 누구는 양반이고 누구는 천민이랍니까? 도대체 그런 것을 누가 만들었답니까?”
마르티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요셉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계속 할 것인가? 차라리 이참에 기회를 얻어 조정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
마르티노의 의견에 공소장 마리아는 좌우로 눈치만 보아댔다. 요한과 바오로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게 벼슬아치들입니다. 어찌 믿으려하십니까?”
“맞습니다. 저들은 우리를 방패막이로 삼으려드는 것입니다. 저 자의 말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우리를 전면에 내세워 몰살을 시키려는 수작이지요.”
바오로는 입에 거품까지 물어댔다. 그만큼 불신의 벽이 깊어 있던 것이었다.

“마리아, 마리아께서도 무어라 말씀을 좀 해 보십시오.”
요한이 관망만 하고 있던 공소장 마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해 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베드로께서 살아계실 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관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요. 저들의 말을 믿고 산을 내려가는 날에는 그 날로 즉시 모두 죽은 목숨이나 진배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바오로의 말에 공소장 마리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요셉이 다시 나섰다.

“그건 상황이 다른 이야기일세. 그때는 우리가 공소로 처음 들어왔을 때의 이야기이고 관원에 쫓기는 입장이었기에 그랬던 것이지. 공소를 내려가면 수적으로 불리한 우리가 떼죽음을 당할 상황이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란 말일세.”
잠시 말을 끊고 좌중을 한차례 둘러본 요셉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허나 지금은 그렇지 않네. 지금은 판관의 말대로 우리에게 기회가 온 게야.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단 말일세. 자네들도 가족을 거느리고 있지만 앞으로 자네들 자식의 앞날을 한 번 생각해 보게. 자네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할 것인가? 아니면 밝은 세상에서 떳떳하게 기를 펴고 살게 할 것인가?”
자식들을 내세우자 바오로와 요한의 붉어진 얼굴이 다소나마 누그러졌다. 잠시 깊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 역시 요한의 볼멘 소리였다.

“그래도 어찌 저들의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토사구팽이란 말도 있습니다.”
요한의 말에 바오로가 덧붙인 것이다. 그러자 마르티노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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