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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20) - 밀사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8.16(화) 14:33:3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20) - 밀사 1


 


 

천명 (20) - 밀사 2


 

“그래, 자네가 가서 설득한다면 믿어봄세.

“하시면 서신을 주십시오. 홍주목사의 관인을 걸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말입니다.

판관 이행령의 말에 홍주목사 권자헌은 즉시 붓을 들어 서신을 작성했다. 그리고는 홍주목사 관인을 찍어 이행령에게 건넸다.

“한시가 급하다. 말을 타고 가라. 그리고 여차하면 용봉산 아래로 오라!

“알겠습니다. 나리. 판관 이행령은 말을 타고 홍주목을 급히 빠져나갔다. 한줄기 뽀얀 먼지가 금마들판을 가로질러 일어섰다.

들판 한가운데 봉긋이 솟아 있는 산은 보기보다 험했다. 우거진 수풀이 발길을 잡아채기도 하고 아름드리나무가 앞길을 막아서기도 했다. 게다가 산길은 적요하기만 했다. 이런 고개이니 사람들이 모두 발길을 들여놓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판관 이행령은 조심스럽게 말을 몰았다. 비스듬히 올라가는 돌길이 사뭇 거칠기만 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판관 이행령은 고개를 둘레 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화살이라도 날아오는 날에는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는 무언가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순간,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화살이었다. 뒤이어 둔탁한 소리가 아름드리 잣나무에서 들려왔다. 화살이 떠는 소리도 여운으로 귓속을 파고들었다.

오금이 저린 이행령은 위에 납작 엎드린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히도 목숨은 붙어 있었다. 이어 걸걸한 사내의 웃음소리가 뒤따랐다.

“녹봉을 드시는 나리께서 예는 어쩐 일이십니까?

사내는 이행령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제야 판관 이행령은 고개를 들었다. 고개 중턱 바위 위에 사내가 우뚝 있었다.

“긴한 얘기가 있네. 나를 공소장에게 보내주게.
판관 이행령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삐뚜름히 쏘아보았다.

“긴한 얘기라? “그러네. 홍주목사 나리의 서신을 갖고 왔네.

홍주목사의 서신이라는 말에 사내는 손을 들었다. “올라오시오!

이행령은 말의 고삐를 다시 고개를 올랐다. 푸르르 힘겨워하는 콧소리가 말의 콧구멍으로부터 연신 쏟아져 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판관 이행령은 둘레거리며 주변을 훔쳐보았다. 고개 곳곳이 마치 요새와도 같이 꾸며져 있었다. 목책과 참호가 곳곳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목책과 참호에는 어김없이 날카로운 눈빛들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러니 관찰사는 물론 목사도 현감도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소장을 만나 긴히 전할 서신이란 뭐요?

바위 위에 서자 사내가 다짜고짜로 물었다. 거친 수염과 강렬한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판관 이행령은 머뭇거렸다. 홍주목 판관으로서 자존심이 일기 때문이었다.

“예서는 한마디면 이승과 저승을 왔다 갔다 있소.

사내는 겁박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 위압감에 눌려 함부로 토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존심이자 그만큼 중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공소장을 만나 해야 이야기요.”“공소장이나 내나 진배없소.

사내도 지지 않고 버텼다. 들어봐야겠다는 것이다. 아니, 공소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었던 억지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홍주목사의 관인이 찍힌 문서요. 함부로 이야기할 없소.

끝내 거부하자 사내는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굵은 눈썹도 꿈틀 움직였다. 판관 이행령은 다시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할지 모를 무지막지한 놈들이기 때문이었다.

“내게 말하기 싫은 이야기는 공소장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사내는 칼을 뽑아들었다. 쨍하는 햇살에 칼날이 빛을 머금었다. 서슬이 퍼랬다. 판관 이행령은 당황했다.

“나는 관원이오. 나를 해치면 당신도 좋지 못할 것이오.

알바 아니라는 사내는 비죽이 웃음까지 베어 물었다. 칼끝이 햇살에 눈을 찔렀다. 이어 사내의 입술이 다물어졌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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