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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19) 금마공소(金馬公所)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7.28(목) 14:02:5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19) 금마공소(金馬公所) 1


천명 (19) 금마공소(金馬公所) 2


“알겠습니다. 가서 강경상단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깊은 밤이 되어서도 이
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돌아가고 최처인의 사랑방에
도 불이 꺼졌다. 

 

최처인은 백정 치돌에게 은밀히 지시했다. 봉칠규를 따라가 감시하라는 것이다. 명분은 도우라
는 것이었지만 분명 감시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공주목에 들어서자마자 그가 감쪽같이 사
라졌다. 당황한 치돌은 봉칠규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를 찾을 수는 없었다.  

“맞습니다. 저들은 이미 상당한 세력으로 규합되어 있었습니다.”
사내의 말에 홍주목사 권자헌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사라진 것을 알았으니 지금쯤 아마도 대책을 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빨리 조치를 취하셔
야 합니다.” 사내의 다급한 말에 홍주목사 권자헌은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허면 봉찰방이 보기에 어떻게 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은가?”
홍주목사 권자헌의 물음에 사내는 준비가 되어있었던 듯 의견을 쏟아놓았다.
 

“우리 홍주목의 군사로는 저들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인근 공주목과 관찰사에 도움을 요
청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화급을 다투는 일인데 어찌 공주목과 관찰사까지겠습니까?”
곁에 있던 판관 이행령이 끼어들었다. 

“그럼 이판관의 생각은 어떤가?” 기대가 깃든 물음이었다.
 

“제 생각으로는 금마공소의 서학 인들을 설득해 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서학 인들이라면? 천주교인들을 말하는가?”

“그렇습니다. 이이제이 전략을 쓰시는 것이.”
판관 이행령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봉찰방까지 무릎을 쳐대며 동조하고 나섰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들을 이용한다면 역당들을 제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저들은 지척에 있으니 우리 군사를 내어 쓰는 것과도 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조상도 저버린 채 서양귀신을 믿는 무뢰한들일세. 어찌 저들과 손을 잡을 수
있겠는가?”

“하오나 급한 것은 저들을 막는 것입니다.”
판관 이행령은 머리를 조아려 사태의 급박함을 고했다. 홍주목사 권자헌의 얼굴로 난감함이 교
차했다.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런 무리들과 함께 하라니.”
홍주목사 권자헌은 영 못마땅한 얼굴로 재차 고개를 돌렸다.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럽고 민망하
다는 표정이었다.
 
“만약 저들을 막지 못하면 그 책임은 모두 나리께 지워질 것입니다. 어찌 그 뒷일을 생각지 않
으십니까?”

판관 이행령은 허리까지 굽혀가며 그 위험성을 다시 한 번 호소했다. 그제야 홍주목사 권자헌의
얼굴에도 자못 심각한 표정이 드리워졌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괜히 파란 하늘만 올
려다보며 연신 혀를 차댔다. 
 

“저들의 행태야 불경스럽고도 상종할 것이 못되지만 지금 급한 것은 발등의 불을 끄는 것입니
다. 잠시 저들을 쓰시고 차후에 그 시시비비를 가리시면 될 것입니다.”
거듭 아뢰는 말에 홍주목사 권자헌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저들이 응할까?” 
이어 살짝 묻는 말에 판관 이행령이 얼른 나서 대답했다.
 

“저들에게 회유책을 쓰시면 될 것입니다.”
“회유책이라?”

“그렇습니다. 나라에 큰 공을 세울 기회를 준다는 명분을 주는 것은 물론 저들이 믿고 있는 천
주학을 인정해 달라는 상소를 올려주겠다는 것이지요.”
홍주목사 권자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판관 이행령은 은밀한 어조로 한마디 더 덧붙였다.
 

“이번 일을 잘 처리하시면 나리께도 큰 공이 될 것입니다. 그런 좋은 기회를 굳이 공주목이나
관찰사에게까지 나누어 줄 필요가 있을까요?”
겁 없이 내뱉는 말이었지만 홍주목사 권자헌은 귀가 솔깃해졌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잘만 처리하시면 당상관은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더불어 소인 놈들도 나리를 따라
출세 길을 열어볼 수도 있고요.” 
“허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제가 가서 설득해 끌어내도록 하겠습니다. 나리께서는 군사를 점고하시고 저들의 움직임에 철
저히 준비를 하고 계십시오.”
판관 이행령이 나서겠다는 말에 홍주목사 권자헌은 믿음이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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