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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13) 사미승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6.17(금) 17:17:1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13) 사미승 1


 

천명 (13) 사미승 2


“대사께서는 지금 안 계십니다. 출타중이십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 현감 김사기의 눈빛이 반짝했다. 섬돌에 신발이 두 켤레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안에는 누구누구 있느냐?” 현감 김사기의 조심스런 물음에 사미승은 당황한 듯 멈칫거리다 대답했다.
 
“저 혼자 있습니다.”
현감 김사기는 놓치지 않고 물었다. 사미승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헌데 어찌하여 신발이 두 켤레더냐?”
당황한 사미승은 선뜻 대답을 못했다. 주저거리며 절 마당으로 내려섰다. 현감 김사기가 형방 지동순에게 눈짓을 했다. 들이치라는 것이었다.
 
형방 지동순은 바람처럼 달려가 원통보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안은 휑하니 비어있었다. 형방 지동순은 불단을 둘러보며 숨을 만한 곳이 있나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럴만한 곳은 없었다. 순간, 쪽문이 바람에 들썩였다. 원통보전 옆쪽이었다. 형방 지동순은 재빨리 달려가 쪽문을 나섰다. 바람에 댓잎이 우수수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현감 김사기도 달려 들어왔다.
 
“달아난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형방 지동순은 흔들리는 댓잎을 헤치고 달렸다. 포졸들이 뒤따랐다. 현감 김사기는 사미승을 포박했다.
 
“진허는 어디로 갔느냐?”
현감 김사기의 물음에 사미승은 두려운 듯 울먹였다.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가셨는지.” “그럼 분명 여기에 있었으렷다.” 현감 김사기의 다그침에 사미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누구누구 있느냐?”
현감 김사기의 물음에 사미승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고갯짓이었다.
 
“이 용봉사에서 지내고 있는 스님들은 몇 명이나 되느냔 말이다.”
그제야 사미승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다섯이라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는 어디 있느냐?”
“대륜스님과 여항스님께서는 가야사로 가시고 대월스님께서는 산 넘어 개심사로 제를 모시러 가셨습니다. 그리고 남전스님께서는 대사님의 심부름을 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심부름이라?” “예.”
심부름이란 말에 현감 김사기의 눈이 커졌다.
 
“어디로 무슨 심부름을 갔느냐?” 다그치듯 묻는 말에 사미승은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모릅니다. 오늘 새벽에 가셨다는 말씀을 아침에 대월스님께 들었을 뿐입니다.”
“그래?” 현감 김사기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에 사미승은 눈을 내리 깔았다.
“틀림없으렷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현감 김사기는 절 마당을 서성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찬바람이 담장 너머에서 골바람을 타고 넘어왔다.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예감되었다. 그때 절 마당 뒤쪽에서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진허를 쫓아갔던 형방 지동순이 달려왔다. 숨이 턱에까지 차 있었다.
 
“나리, 놈이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어찌나 빠르던지.”
형방 지동순은 잡지 못한 변명을 게걸스럽게 늘어놓았다. 현감 김사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매복하고 있는 포졸들이 있으니 기대를.”
형방 지동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현감 김사기는 절 마당을 가로질러 나갔다. 그리고는 올라왔던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형방 지동순은 멋쩍은 표정으로 쭐레쭐레 뒤따랐다. 휑하니 빈 용봉사 뜰 마당으로 찬바람이 스산하게 스쳐갔다.
 
진허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홍주목사 권자헌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사건을 진허를 중심으로 한 역모사건으로 간주한 것이다.
 
민심은 흉흉했다. 덕산현은 물론 홍주목까지 걸음걸이마저 조심스러웠다. 자칫 잘못하면 피바람이 불 것이다. 붉은 피바람이.
 
“네가 마무리를 해야겠다.”
때늦은 합죽선이 부산스러웠다. 최처인의 부드러운 수염이 합죽선을 따라 흔들렸다. 바람도 한 몫 거들었다.
 
“알겠습니다. 허면 제가 꼬리가 되겠습니다.”
“그 대가는 훗날 크게 받을 것이다. 우리 대려국(大麗國)이 우뚝 서는 날에 말이다.”
을선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다는 것이다.
 
“그럼 적당한 곳에서 포박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만일을 대비해서 전통을 돌리십시오.”
 
“알았다. 우리도 준비는 해야 하니까.” “그럼.”
을선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바람같이 대밭을 나섰다. 흔들리는 댓바람소리가 스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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