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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12) 용봉사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6.06(월) 16:04:0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12) 용봉사 1


 

 

천명 (12) 용봉사 2

판관 이행령의 설명에도 마을 사람들은 그저 억울할 뿐이었다. 포졸들에 끌려가면서도 연신 투덜거리는 소리를 흘려냈다.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여.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러게 관청에 가까이해서 좋을 게 없다니까.  마을 사람들을 옥사에 가둔 판관 이행령은 다시 예금을 심문했다.

 

“자, 이제 들은 대로 모두 말해 보아라.

판관 이행령의 목소리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표정에는 잔뜩 기대감까지 곁들여 있었다.

 

“확실히는 모르나 남사고비결이라는 책을 통해 미륵하생경의 새로운 세상을 연다고 진허대사께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예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판관 이행령의 눈이 커졌다. 현감 김사기와 관원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스며들었다.

 

“역모다! 남원과 나주에서 있었던 일이 충청도에서도 일어나다니.

기대에 가득 차 있던 판관 이행령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손까지 부르르 떨어댔다.

 

“당장 목사께 알려야겠소. 모든 것을 비밀로 부치고 이 처자도 옥사에 따로 대기토록 하시오.

현감 김사기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진허라는 자는 어디 있느냐?

“용봉사(龍鳳寺)에 계십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그제야 깨달은 예금은 눈물만 쏟아냈다.

 

“가서 잡아들이도록 하시오.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 하오. 만에 하나 새나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오.

“알겠습니다.

현감 김사기는 형방 지동순과 함께 포졸들을 거느리고 나갔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현감이 직접 나선 것이다.

 

현감 김사기와 일행들은 물을 건너고 들을 지나 용봉사로 향했다. 내딛는 발걸음이 하나같이 다급하기만 했다. 산길로 접어들자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용봉산 중턱으로 절집의 처마 끝이 눈에 들어왔다. 햇살에 쨍하고 빛나는 석탑의 보주가 눈을 찔렀다.

 

“진허가 있을까요?

침묵을 깨고 숨을 헐떡이며 형방 지동순이 물었다.

 

“없으면 찾아야지. 그 놈을 찾아야만 전모를 밝혀낼 수 있잖은가.

현감 김사기의 목소리에 배신에 대한 분노의 빛이 섞여 있었다. 자기가 다스리고 있는 고을에서 감히 역모를 꾀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산길은 험하기만 했다. 구절양장 같은 돌길이 비스듬히 산 중턱을 휘감고 있었다. 때로는 가파른 경사와 낭떠러지가 눈을 아찔하게도 했다. 산에 오를수록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현감 김사기는 무릎을 짚어가며 가파른 산길을 기다시피 올랐다. 평소 이렇게 많이 걸어 본 적이 없었다.

 

“나리, 이쯤에서 좀 쉬었다가 가시지요?” 형방 지동순이 측은한 목소리로 현감 김사기의 발길을 잡았다. 그제야 현감 김사기는 뒤를 돌아보며 걸음을 멈춰 섰다.

 

“여기서 퇴로를 차단하자!

머리 위로 손에 잡힐 듯이 용봉사가 들려져 있었다. 푸르디푸른 사스레나무 숲 위였다.

 

“너희 둘은 여기에서 만약을 대비해 매복해 있거라. 진허가 달아날지도 모르니 말이다.

현감 김사기는 혹시 모를 일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포졸 둘을 산을 가로질러 용봉사 뒤편으로 보냈다.

 

“나머지는 함께 용봉사로 올라가자!

“알겠습니다. 나리.” 잠시 숨을 돌린 현감 김사기와 일행은 다시 거친 산길을 올랐다.

 

산길 모퉁이를 돌자 용봉사가 눈 안에 들어왔다. 탑과 담장 그리고 단출한 건물 서너 동이 좁은 산 중턱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제법 운치가 있는 그런 절집이었다. 고즈넉했다. 멀리 산 아래로 드넓은 내포 땅이 훤하게 펼쳐져 있었다. 세속의 때를 씻어낼 만한 좋은 자리였다.

 

“너는 여기서 대기해라!” 포졸 순철을 용봉사 입구에 대기시킨 현감 김사기는 거침없이 용봉사 경내로 들어섰다. 절 마당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듯 했다. 현감 김사기는 남은 포졸 세 명을 손짓으로 가리켜 배치했다. 바람같이 포졸들이 사찰의 통로를 막아섰다. 이어 현감 김사기가 형방 지동순에게 고갯짓을 했다. 진허를 불러내라는 것이었다.

 

“진허대사 계시오!

형방 지동순의 부름에 원통보전 안에서 사미승이 고개를 삐죽이 내밀었다.

 

“뉘신지요?” 사미승의 물음에 형방 지동순이 순간 멈칫했다. 누구라 대답할까 망설인 것이다.

 

“현청에서 나왔다. 진허대사 계시느냐?

현감 김사기가 나선 것이다. 현청이란 말에 사미승은 벌떡 일어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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