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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11) 심문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5.17(화) 18:59:0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11) 심문 1


 

 

천명 (11) 심문 2


포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예금을 형틀에 묶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가 말한 그 새로운 세상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디서 들은 것이냐?

예금은 훌쩍이며 억울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어디서 들은 것도 아닙니다. 나리.

“고얀 년, 뭐하느냐. 실토를 할 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무지막지한 판관의 심문 방법에 덕산현 현청이 오들오들 떨었다. 일부 관원들의 얼굴에는 불만의 빛도 엿보였다. 확실치도 않은 사건에 형틀부터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어 귀를 찢는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소리가 섬뜩하게도 터져 나왔다. 예금의 입에서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현청 앞뜰의 회화나무도 지나는 바람에 울음을 울었다.

 

오랜만에 펼쳐진 잔인한 광경에 관원들의 얼굴에도 동요가 일었다. 자칫 잘못하면 덕산현 전체에 피바람이 불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으로 예금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를 악다문 예금의 고통스런 모습이 그리 오래 갈 것 같지가 않았다. 없는 사실도 털어놓고 말 상황이었던 것이다.

 

현청 밖에서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도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여. 아버지 잃은 것도 억울한데, 역모라니?

“그러게 말여.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꼭 그 짝이구먼.

 

“그나저나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별일이라니?

“아, 이 사람아! 만에 하나 역모로 밝혀지는 날에는 덕산현이 죄다 쑥대밭이 될 거 아녀.

 

“하긴 그려. 전라도 남원하고 나주가 그렇게 되었다면서?

“말하면 뭐혀.

여기저기에서 탄식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 추상같은 판관 이행령의 목소리가 다시 현청의 담장을 넘어왔다.

 

“솔직히 털어 놓아라. 그러면 너의 죄는 감안해 줄 것이로되 그렇지 않으면 예서 걸어서 나가지는 못 할 것이다.

판관 이행령은 협박과 함께 달래는 말로 예금을 심문했다. 그렇게 하기를 얼마지 않아 예금은 마침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고 말았다. 그녀의 치마 자락으로는 이미 선홍빛 핏물이 고여 들고 있었다.

 

“말하겠습니다. 말하겠습니다.

힘에 겨운 가운데에도 고통을 참을 수 없었는지 예금은 두 번씩이나 말하겠다는 소리를 흘려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어서 말해 보거라.” 예금의 실토하겠다는 말에 판관 이행령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예금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현감 김사기를 비롯해 덕산현 관원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예금의 말을 기다렸다.

 

“사실은 저도 들은 이야기입니다.” 예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판관 이행령의 물음이 다그치듯 이어졌다.

 

“누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냐?

“가야사의 휴허대사이십니다.

“휴허대사라?                 

 

“예, 하오나 그 분이 새로운 세상을 말씀하신 것은 아닙니다.

판관 이행령은 잔뜩 흥분되어 있었다. 반면 현감 김사기는 온 몸에 힘이 풀리는지 주저앉을 듯 했다. 관원들의 얼굴에도 긴 한 숨과 함께 절망감이 배어났다.

 

“그럼 그게 누구냐?” “휴허대사께서는 쓸데없는 일에 너무 힘을 쏟고 다닌다며 사제이신 진허대사를 나무라셨습니다. 그 분께서 새로운 세상이 곧 도래한다며.

 

“진허라는 그 자가 그런 소리를 했단 말이냐?” 예금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밖이 웅성거리자 판관 이행령은 다급히 명을 내렸다.

 

“밖에 있는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명령에 포졸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그리고는 현청 밖에서 기웃거리던 마을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역모사건의 기미가 농후하다. 지금 들은 이야기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이 자들을 잠시 옥사에 가둬두어라.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마을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리, 저희들은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습니다요. 저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십니까요?

억울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맞습니다, 나리. 저희들은 그저 이 예금이 불쌍해 지켜보았던 것뿐입니다요.

“알고 있다. 허나 이 자리에서 들은 것이 있을 것 같아 염려되어 그런 것이다. 잠시면 된다. 너희들이 죄인이라는 것은 아니니 걱정 말아라. 이야기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취하는 잠시간의 조치일 뿐이다. 불편하더라도 잠시만 참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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