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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10) 새로운 세상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5.06(금) 21:21:1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10) 새로운 세상 1


 

 

천명 (10) 새로운 세상 2


이어 판관 이행령은 데리고 온 의생과 함께 2차 검안을 실시했다.

 

 

그러나 결론은 1차 검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담도 똑 같았다. 예금도 천삼도 같은 말만을 되풀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복이라는 이웃집 청년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중요한 단서가 포착되었다.

 

“천호방 나리께서 늘 예금아씨를 걱정했습니다요. 생각이 다른 곳에 있으니 큰일이라 하시면서.

“생각이 다른 곳에 있다니?

이행령의 다그침에 기복은 고개를 갸웃했다가는 입을 열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새로운 세상이 어떻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요.

“새로운 세상이라?” “예, 나리.” 기복은 마치 제가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한 것처럼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현감 김사기는 화들짝 놀랐다. 이방 박봉필도 예방 성기춘도 형방 지동순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세상이라면 저 나주괘서사건이나 남원벽서사건과 같은.” 이방 박봉필이 호들갑스럽게 요란을 떨어댔다.

 

“무슨 망발을 그렇게 일삼는가?” 현감 김사기가 펄쩍 뛰었다. 사안에 따라서는 자신의 목이 날아갈 판인지라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판관 이행령의 표정은 달랐다.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마치 사냥개가 냄새를 맡은 듯 했다.

 

“예금이란 아이를 다시 조사해야겠소.

현감 김사기도 그럴 리 없다는 듯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얼굴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가득 드리워졌다. 자칫 잘못하면 목을 내놔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현감 김사기는 호통을 치듯 명을 내렸다.

 

“당장 예금을 불러 들여라!

현감 김사기의 명에 형방 지동순이 득달같이 현청을 달려 나갔다. 얼마 후 예금이 다시 불려왔다. 슬픔으로 가득 찬 얼굴이 파리했다.

 

“듣자하니 너의 아비가 생전에 너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하더구나.” 판관 이행령의 말에 예금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저에 대한 걱정이라니요?

“네가 새로운 세상이 어쩌고저쩌고 했다는 것 말이다.

그제야 예금은 풀죽은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지나가는 소리로 한 것을 오해한 모양입니다.” “오해라?” “예.

대답도 짧고 간결했다.

 

“어떤 오해인지 자세히 말해 보라.” 판관 이행령의 추궁에 예금이 당황해 했다. 뭔가 생각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럴수록 현감 김사기의 속은 타들어갔다. 제발 쓸데없는 이야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이방과 예방, 형방의 얼굴도 그랬다. 자기 고을이 역모의 땅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긴장된 순간, 예금이 입을 열었다.

 

“그건 아버지께서 술을 너무 많이 드시고 다니시기에 조심하라는 말로 드렸던 말입니다. 술을 끊으시면 분명 새로운 세상이 열리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판관 이행령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얼굴에 노여움이 일어선 것이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느냐? 

판관의 호통에 예금이 화들짝 놀랐다. 현감 김사기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정말입니다. 나리.” 예금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진실임을 고했다. 그러나 이행령이 그렇게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이런 사건을 한두 번 다뤄본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네가 경을 쳐 봐야 실토를 하겠구나.

현청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현감 김사기는 연신 손을 비벼댔고 호장을 비롯해 관원들의 얼굴도 긴장감으로 굳어들었다. 예금은 오금이 저리는 모양이었다. 치마 끝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형틀을 준비하라! 네 년이 호된 맛을 보아야 실토를 할 모양이로구나.

판관 이행령의 노여움에 덕산 현청이 갑자기 서릿발을 맞은 듯 싸늘해졌다.

 

“사실입니다. 나리. 제 아버지께서 너무 술을 드시고 다니시기에 ”

“그래도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구나. 뭣 하느냐. 빨리 형틀을 준비하지 않고.

판관 이행령의 호통에 관원들이 갑자기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한동안 쓰지 않아 먼지가 뽀얗게 쌓인 형틀이 현청 앞에 놓여졌다. 예금은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고 현감 김사기도 곁에서 거들었다.

 

“솔직히 털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크게 욕을 보일 것이다.

현감 김사기의 목소리에는 측은한 마음도 담겨있었다,

 

“뭐하느냐. 저 년을 당장 형틀에 묶어라!

판관 이행령의 서릿발 같은 명령에는 한 치의 아량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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