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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9) 칼

청효표윤명 연재소설

2016.04.25(월) 16:59:1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9) 칼 1



천명 (9) 칼 2


“그럼 그때 나가서 언제 들어 왔느냐?” “그건 모르겠습니다요. 그날 저는 형님과 함께 옹기를 팔러 해미로 갔으니까요.”
“알았다. 그만 나가 보거라.”
형방 지동순이 순동을 내보내고 다시 심접장에게 물었다.
 
“그럼 을선이는 언제 돌아오는가?”
“홍주로 갔으니 곧 돌아오긴 할 텐데 언제쯤 돌아올지는 저도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원래 보부상이라는 게 물건을 다 팔아야 돌아오는 것들이라서.”
심접장은 제가 송구하다는 듯 말꼬리를 자르고 말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심접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뭐하시면 애들을 풀어 데려올까요?”
조심스럽게 묻자 예방 성기춘이 다급히 손을 들어 말렸다.
 
“아닐세. 괜히 그랬다가 도망치게 만들 수도 있어. 그냥 두게나.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네.”
 
“알겠습니다. 나리.” “살인범이 확실한 것 같은데 만에 하나 그런 흉악범을 돕는다면 그 사람도 같은 죄를 물을 것이네. 더구나 관원을 살해한 자야. 명심하게.”
형방 지동순은 으름장까지 놓아댔다.
 
“하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리.” 심접장은 허리까지 깊숙이 숙여 대답했다. 명심하겠다는 것이다.
 
“을선이가 거처하고 있는 방은 어디인가?” 예방 성기춘이 묻자 심접장이 먼저 자리를 일어섰다.
 
“따라 오십시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방 성기춘과 형방 지동순은 심접장을 따라 상단의 객사로 자리를 옮겼다. 초가를 얹은 단출한 건물이었다. 앞마당으로는 등짐장수와 봇짐장수들로 부산스러웠다.
 
“여기입니다.” 심접장은 토방에 올라서 방문을 열어젖혔다.
“뭔 일이여?” 부산하게 짐을 정리하고 있던 봇짐장수 순일이 물은 것이다. 
 
“아무 일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이나 하게.”
심접장이 핀잔을 주며 관심을 돌리려했다. 아니, 관심을 아예 차단시키려 했단 말이 더 맞을 것이다.
 
보부상들은 이내 눈치를 채고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을선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방 성기춘과 형방 지동순은 햇살이 우하고 몰려든 칙칙한 방안으로 들어갔다. 옷가지며 짐 보따리며 작은 방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정리 좀 하고 살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심접장의 혀 차는 소리가 핑계처럼 울려나왔다. 형방 지동순은 이것저것 들춰보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예방 성기춘은 보따리를 풀었다. 갖가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수선한 방안은 곧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지러워졌다.

“이건 죄다 팔다 남은 물건들이로구먼.”
예방 성기춘은 투덜거리는 소리로 물건들을 헤쳤다. 그때 지동순이 자리를 일어섰다.
 
“이건?” 서까래 사이에 끼어있던 뭔가를 꺼냈다. 예방 성기춘도 따라 일어섰다.
 
“칼이잖은가?” 형방 지동순과 예방 성기춘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손잡이를 무명으로 감은 서슬이 퍼런 짧은 칼이었다.
 
“찾았군.” 짧은 한 마디에는 흥분의 빛도 보였다.
 
“맞아. 이게 그 개고기를 잘랐던 칼이야.” 심접장은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걸 왜 여기에 꽂아 뒀지? 이건 을선이가 항상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칼인데.”
“그러니 을선이가 확실하다는 걸세.” 심접장도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 놈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먼. 어쩌다 그런 짓을 저질러 그래.”
말끝에 긴 한 숨까지 묻어났다.  
 
“증거를 찾았으니 발품을 판 보람은 있네 그려.”
형방 지동순은 예방 성기춘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예방 성기춘의 얼굴에도 미소가 머금어졌다.
 
현감 김사기는 시형도를 비롯해 1차 검안서를 작성해 홍주목사에게로 보냈다. 이어 홍주목사 권자헌으로부터 복검을 실시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었다. 관원에 대한 사건이기에 더욱 철저히 수사에 임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려왔다.
 
“목사께서도 이 사건을 유심히 살피고 계시오. 관원에 대한 살인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소이까?”
현감 김사기는 송구하다는 얼굴로 판관 이행령의 말을 받았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니 더욱 그래야지요.” “시신은 어디에 있소?”
현감 김사기는 복검관으로 온 홍주목 판관 이행령을 천호방의 시신이 있는 검안소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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