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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7) 접장

연재소설 청효 표윤명

2016.04.04(월) 15:03:5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7) 접장 1


 

 

 

천명 (7) 접장 2


 

“네가 개를 잡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느냐?” “없습니다. 훔쳐서 잡았는데 누가 보았겠습니까?

현감 김사기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나리, 그럼 을선이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군요.

이방 박봉필이 조심스레 입을 열자 현감 김사기는 곁에 있던 아전 남이를 불렀다.

 

“당장 가서 예방과 형방을 들라 이르라!” “예, 알겠습니다. 나리.

아전 남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현청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현감 김사기는 아전 남이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칠갑이 형제까지 불러들였다. 밖에 있던 칠갑이 형제가 득달같이 달려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나리.

“너희들도 당장 가서 예방과 형방을 찾아 보거라.

현감 김사기의 명령에 칠갑이 형제도 부리나케 현청을 달려 나갔다. 현청 마당의 댕견도 짧은 꼬리를 흔들며 따라 나섰다.

 

늘 그렇듯이 덕산 저잣거리 보부상단은 왁자했다. 물건을 들여오고 내가는 보상과 부상들로 북적거렸던 것이다. 비단이며 무명이며 피륙들이 드나들고 지게에 진 옹기며 짚새기며 건어물이 산더미처럼 움직였다.

 

“이보게 달쇠, 접장 안에 있는가?” 예방 성기춘이 등짐장수 달쇠에게 물었다. 그러자 목기를 지게에 싣고 있던 달쇠가 고개를 돌리고는 반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아무렴요. 접장 어르신이야 자리를 비울 수가 없죠. 요즘같이 바쁜 때야 더더구나.

말꼬리를 흐린 달쇠는 의아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나리들께서?” “일이 좀 있어서 그러네.

“을선이도 있는가?

형방 지동순의 물음에 이번에는 달쇠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을선이는 어제 홍주장으로 떠났습니다.

홍주장으로 떠났다는 말에 형방 지동순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달쇠는 뜨악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런데 을선이는 또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혹시 옥병계에서 있었다던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달쇠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들었다.

 

“아닐세. 뭘 좀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러네.” “들어가지!” 예방 성기춘의 재촉에 형방 지동순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그럼 볼 일들 보십시오.

달쇠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으로 들어서는 예방 성기춘과 형방 지동순을 무연히 바라보았다.

 

상단의 안뜰은 더욱 정신이 없었다. 사람과 지게에 걸려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다.

“심접장, 잘 있었는가?

예방 성기춘의 알은 채에 물목을 정리하고 있던 보부상단 접장 심석조는 다급히 자리를 일어섰다.

 

“아니, 나리들께서 예는 어쩐 일이십니까?” “내포 돈은 심접장이 죄다 끌어 모으고 있다는 소리가 틀린 말은 아니로세.

형방 지동순이 껄껄거리며 인사를 대신하자 심접장은 손사래를 쳐댔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속도 모르는 소리 그만 하십시오.

“속도 모르다니?

예방 성기춘이 의아한 소리로 물었다.

 

“속빈 강정입니다요. 부산만 떨어댔지 실속이 없어요. 저것들도 이제 죄다 깍쟁이가 되어나서.

심접장이 죽는 소리로 나대자 형방 지동순이 다시 질러댔다.

 

“예끼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죽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자네 집 강정은 아마도 순금으로 만드나 보네 그려.

형방 지동순의 너스레에 접장 심석조도 껄껄거리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예까지 납시었습니까?” 심접장의 물음에 예방 성기춘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일단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세.

예방 성기춘의 심각함에 심접장은 뜨악한 얼굴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접장의 방 역시 부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류뭉치와 지필묵 그리고 작은 상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심접장은 손갈퀴로 대충 정리를 하고는 자리를 권했다.

 

“사는 것이 이렇습니다요. 앉으십시오.

심접장의 말에 털털 웃으며 형방 지동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심접장만한 삶이 어디 있겠소. 이 정도만 되어도 세상에 나온 보람이 있는 게요. 지금 밥 굶고 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하긴 그렇습지요.

“접장도 들어서 알 것이오.

형방 지동순의 심각한 표정에 심접장도 진지한 얼굴로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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