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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4) 흔적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3.15(화) 14:00:3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4) 흔적 1

 

천명 (4) 흔적 2“여기서 술을 마셨군.”
예방 성기춘이 옥병계 위쪽 시원스레 물이 쏟아지고 있는 계곡 옆 너럭바위 위에서 술병과 술잔 그리고 먹다 남은 개고기를 발견했다. 그러나 가지런히 놓인 술잔과 술병 그리고 도마 위의 먹다 남은 개고기 외에는 특별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외에는 증거가 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시간만 자꾸 흘러갔다. 검험관으로 임명된 향리들과 칠갑이 형제 시돌이까지 나서 샅샅이 살폈으나 더 이상 별다른 물증은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현감 김사기는 시신을 옮기기로 했다.

“시신을 옮긴다. 현청의 빈 창고로 옮겨 내일 초검을 실시한다.”
김사기의 결정에 이방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칠갑이 형제와 시돌이가 들 것을 마련하고 시신을 옮겼다.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호방 천호석의 시신을 힐끔거렸다.

“그러게 죄를 짓고는 못 사는 겨.”
“아무렴, 그렇게 못 살게 굴더니만.”
혀를 차는 뒤끝으로 고소하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천호석은 죽어서도 동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예금의 구슬픈 울음소리만 옥병계에 남았다. 

천호석의 시신은 현청의 창고로 옮겨지고 사령이 밤낮으로 지켜 섰다. 그리고 이튿날 초검이 실시됐다. 거적을 바닥에 깔고 시신이 눕혀졌다. 이어 오작으로 임명된 약포장 김노인이 법물을 준비했다. 

“독물을 이용해 살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험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작 김노인의 말에 현감 김사기는 고개만 끄덕였다. 창고 안에는 수직인 이방 박봉필을 비롯해 호장향리, 형방향리, 장교, 율생 등이 오작 김노인의 검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쪽에는 기관향리 형방 남이가 붓을 들어 검험을 기록하고 있었다.

“먼저 검안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오작 김노인은 천호석의 신장과 팔 다리의 길이를 쟀다. 그리고는 목둘레를 비롯해 허리둘레와 허벅지 둘레 등도 쟀다. 기관향리 남이는 오작 김노인이 부르는 대로 검안서에 기록했다.

“얼굴빛은 창백하니 흰빛이 돌고 피부색도 마찬가지입니다. 흰빛이 도는 것이 핏기가 없어 마치 흰 종이를 보는 듯합니다.”
오작 김노인은 시신을 손으로 누르고 만지고 더듬어가며 검험을 실시했다.

“목 부위의 붉은 것은 손으로 눌린 자국이고 배꼽으로부터 두 치 위 붉은 자국은 무언가 둔탁한 것에 가격을 당한 자국입니다. 아마도 살해를 당할 시 무릎으로 맞은 자국이 아닌가 합니다.”
“살해 추정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현감 김사기의 물음에 오작 김노인이 답했다.

“안면과 복부의 살갗이 아직 흰 빛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적어도 사흘은 넘기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렇게 뜨거나 푸르뎅뎅하니 변하는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습니다.”
“옥병계같이 시원한 계곡이라서 그렇지는 않은가?”
“그렇다손 치더라도 계절상 사흘을 넘겨 이렇게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현감 김사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독물에 의한 살인인지를 가려야겠습니다.”
말을 마친 오작 김노인은 은비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끓었으면 들여오너라.”
김노인이 들여오라 하자 밖에서 칠갑이가 끓는 물을 들여왔다. 쥐엄나무 껍질을 삶은 물이었다.

“게 놓고 나가거라.”
칠갑이는 펄펄 끓는 물을 데일까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천호방의 시신을 힐끔거리며 훔쳐보았다.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다.

김노인은 은비녀를 쥐엄나무 껍질 삶은 물에 담갔다. 뜨거운 기운이 은비녀를 집어삼키자 하얀 김이 솟아올랐다. 김노인은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가 은비녀를 깨끗이 닦아냈다.

“좀 도와주시게.”
김노인은 형방 지동순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형방 지동순은 천호방의 입을 벌렸다. 그러자 김노인은 은비녀를 천호방의 목구멍 속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준비된 한지로 입을 막았다.

“독살되었다면 은비녀가 푸른빛을 띤 검은색으로 변할 겁니다. 살펴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 그 동안 어제 현장에서 수거해온 물건들을 좀 살펴보시지요.”
오작 김노인의 말에 현감 김사기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이방 박봉필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방 박봉필이 탁자 아래에 놓여있던 술병과 술잔 그리고 먹다 남은 개고기가 올려 져 있는 도마를 올려놓았다. 막걸리 마른 자국이 아직도 누렇게 술잔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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