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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3) 초검관

청효 표윤명의 연재소설

2016.02.17(수) 17:24:3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3) 초검관 1

 

천명 (3) 초검관 2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옥병계는 우울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구경 온 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하나같이 침묵을 지킨 채 건너편 옥병계를 바라만볼 뿐이었다. 간혹 혀를 차는 소리가 침묵을 깨뜨리곤 했다.

“어르신, 다 끓였습니다.”
철갑이가 작은 솥단지를 들고 왔다. 시신을 살피던 김노인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거기 내려놓아라.” 김노인은 무언가 미심쩍은 얼굴로 천호방의 목을 연신 살펴댔다.
“뭐가 있는가?” 현감 김사기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물었다. 그러자 김노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몸에 상처가 없다 면은 독극물 검사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감 김사기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술도 다 끓였습니다.”
이어 끓인 술도 가져왔다. 그러자 약포 김노인은 끓인 술과 식초를 옷가지 위에 조심스레 부었다.

“이렇게 해 두면 시신이 부드러워져 보이지 않던 작은 상처나 흔적도 보일 겁니다.” 
수정봉 머리 위로 까마귀들이 요란스레 울어댔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들어 눈을 흘겼다. 

“저 놈의 재수 없는 까마귀.”
“며칠 전부터 까악까악거려 쌌더라니.” 사람들은 괜한 까마귀에게 심통을 부려댔다. 김노인은 그런 마을 사람들을 힐끗 한 번 쳐다보고는 옷가지를 걷어냈다.

“물 좀 떠오게.”
김노인의 말에 철갑이와 칠갑이 형제는 부리나케 물을 떠 날랐다. 김노인은 솥단지의 물을 부어 술 찌꺼기를 깨끗이 닦아냈다. 희디 흰 천호방의 시신이 다시 드러났다. 옥병계 맑은 물로 천호방의 온 몸을 닦아 낸 김노인은 다시 시신을 살폈다. 현감 김사기도 이방 박봉필도 바짝 다가섰다.

“틀림없습니다. 여기 붉은 자국이.” 김노인이 가리키는 목과 배에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렇군. 손자국이 틀림없어.”
현감 김사기는 천호방의 목을 가리키며 흥분했다. 천호방의 목으로 손에 눌린 듯한 자욱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 배에 난 자국은?” 이방 박봉필이 물은 것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김노인이 대답했다. “아마도 이것은 목을 조를 때 반항을 하자 무릎으로 올려 찬 것 같습니다.”
현감 김사기가 그럴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방 박봉필도 신음을 흘려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렇군. 이제 이해가 되네.” “검험관(檢驗官)을 구성해야겠네. 준비하게!” 현감 김사기의 확신에 찬 말에 이방 박봉필은 즉시 돌아섰다. 그리고는 준비해 온 보따리를 풀었다.

“칠갑이 너는 먹을 좀 갈아라!”
이방 박봉필의 말에 칠갑이는 물을 떠다 먹을 갈았다. 때 아닌 시회(詩會)가 열리듯 옥병계 너른 바위 위에 지필묵이 준비가 되었다. 잠시 후, 현감 김사기는 자리를 잡고 앉아 붓을 들었다. 이방 박봉필은 다소곳이 서서 김사기의 검험관 구성을 내려다보았다.

“관원에 대한 사건이니 복검(覆檢)을 실시한다. 복검관으로는 홍주목(洪州牧)의 이행령 판관에게 부탁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나리.” 이방 박봉필은 야살스럽게도 비위를 맞춰댔다. 이어 김사기의 거침없는 초검관 구성이 시작되었다. 

‘충청도 덕산현 옥병계에서 관원 천호석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에 덕산현 현감 김사기는 이방 박봉필, 약포장 김유민과 더불어 사건 현장을 살펴보았다. 약포장 김유민이 법물을 이용해 검안한 결과 관원 천호석은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한 후 목을 맨 것으로 위장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덕산현 현감 김사기는 본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자 복검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위해 먼저 초검관을 구성하고자 한다.
초검관으로는 덕산현 현감 김사기가 맡고 검험관으로 수직(守直)과 호장향리(戶長鄕吏) 기관향리(記官鄕吏) 형방향리(刑房鄕吏) 장교(將校) 율생(律生) 의생(醫生) 오작 등으로 구성하고자 한다.'

현감 김사기는 그 자리에서 이방 박봉필을 수직으로 삼고 약포장 김노인을 오작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나머지 검험관들도 현청의 관원들로 구성을 마쳤다. 예방 성기춘이 호장향리로 병방 남이가 기관향리로 형방 지동순이 형방향리로 각각 임명되었다.

“본 사건은 관원에 대한 살인사건이니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치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나리.”
이방 박봉필은 여전히 야살스럽게 현감 김사기의 비위를 맞춰댔다.

“호방 천호석이 살해당한 후 스스로 목 맨 것으로 위장되었다 하니 우선 이 주변을 샅샅이 살펴라. 뭔가 물증이 될 만한 것이 있나 찾아봐라.”
현감 김사기의 명령에 이방 박봉필과 예방 성기춘 그리고 병방 남이 형방 지동순이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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