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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2) 시쳉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1.28(목) 14:53:2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천명 (2) 시쳉 1

 

천명 (2) 시쳉 2힘을 쓰나 영 달갑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이어 칠갑이 형제는 물가를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여기다 눕혀라!”
약포 김노인은 옥병계의 너럭바위 위에 호방 천호석의 시신을 반듯이 눕히게 했다. 편안하지 못한 얼굴로 호방 천호석은 이승을 떠나 있었다. 희읍스름한 얼굴에 빼어 문 혓바닥 그리고 불거진 눈알이 그야말로 눈뜨고 보지 못할 것이었다. 칠갑이 형제는 연신 힐끗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두렵기는 하지만 호기심도 얼마간 이는 모양이었다. 힐끔거리며 훔쳐보았다.

“어떤가?”
현감 김사기가 재촉하듯 물었다. “자세한 것은 알아봐야겠지만 얼굴로 봐서는 시쳉이 분명합니다.”
약포 김노인의 대답에 김사기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아니, 어떤 놈이 감히 관원인 호방을 이리 만들었단 말이냐?”
이방 박봉필은 제 분을 못 이기겠다는 듯 주먹까지 쥐고 흔들어댔다.

“법물(法物)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자세한 것을 알아보려면.”
약포 김노인의 말에 김사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꼭 밝혀내야 하네. 만약 천호방이 살해된 것이라면 이것은 관에 대한 도전이야. 묵과할 수 없는 일일세.”
“아무렴요, 나리. 반드시 찾아내 그 놈을 도륙해야합니다.”
이방 박봉필은 한 술 더 떠 설레발까지 쳐댔다. 그러자 김사기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박이방을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약포 김노인에게 물었다.

“법물이라면? 무엇이 필요한가?”
“예, 술 찌꺼기와 식초 그리고 술이 필요합니다.”
약포 김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감 김사기는 철갑이에게 명을 내렸다.

“너는 곧 현으로 달려가 준비해 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나리.”
“그리고 오는 길에 작은 솥단지도 하나 준비해 오너라.”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한 철갑이는 득달같이 옥병계를 달려 내려갔다.

철갑이가 법물을 가지러 내려가고 얼마 있지 않아서 옥병계 초입이 왁자해지더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저리 가라! 볼 게 못된다.”
이방 박봉필이 옥병계 건너편에서 서성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이어 가냘픈 울음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천호석의 딸 예금의 울음소리였다. 예금은 정신없이 물을 건넜다. 그러자 김사기가 박이방에게 다급히 말했다.

“오지 못하게 해라. 처녀가 봐서는 안 될 일이다.”
현감 김사기의 말에 박이방이 칠갑이를 닦달했다. “뭣 하느냐? 빨리 가서 돌려보내라.”
그제야 칠갑이는 물을 건너는 예금을 향해 달려갔다.

“돌아가십시오. 현감 나리의 명이십니다.”
칠갑이는 예금의 앞을 가로막고는 실랑이를 했다. 그러자 물 건너에 있던 마을 아낙들도 달려들어 가세했다.

“보면 안 된다고 하잖어. 좀 참어.” “안됐기는 하지만 어떻게 해.”
아낙들은 한 숨을 잔뜩 몰아쉬며 예금을 달랬다. 그리고는 몸부림치는 예금을 옥병계 건너로 간신히 끌고나갔다.
예금은 옥병계 건너편에서 아버지를 연신 불러대며 목 놓아 울었다. 구슬픈 울음소리가 옥병계를 가득 메웠다.

사내들은 슬금슬금 옥병계를 건너왔다. 현감 김사기도 사내들의 접근은 막지 않았다. 아낙들과 아이들만이 옥병계 건너편에서 기웃기웃하며 목을 빼댔다. 한 숨과 탄식 그리고 몸을 사리는 짧은 비명만이 터져 나왔다.  

약포 김노인은 호방 천호석의 가슴을 풀어헤치고는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별다른 이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김노인은 고개까지 갸웃갸웃 해댔다.

“시쳉이 틀림없어.”
혼잣말로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이어 숨이 턱에까지 찬 철갑이가 시리도록 맑은 물을 건너왔다.

손에는 보따리가 들려져 있었다. 그의 뒤로 시돌이도 함께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솥단지가 들려져 있었다.

“가지고 왔습니다. 나리.”
철갑이와 시돌이는 손에 들려져 있던 보따리와 솥단지를 내려놓았다. 약포 김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서서히 일을 시작했다. 먼저 천호방의 옷을 벗겼다. 흰빛이 뚜렷했다. 살갗에 핏기가 없는 듯 창백했다.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런 상처도 없는데?”
“그러게 말여. 목을 맨 게 틀림없구먼.”
모르는 사내들은 넘겨짚고 함부로 떠벌여댔다. 그러자 이방 박봉필이 나서 나무랐다.

“입 다물게. 검시하는데 누가 함부로 입을 놀려대는가?”
관가의 일에 넘겨짚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말이다. 사내들은 뜨끔하니 입을 다물었다.

약포 김노인은 술 찌꺼기에 식초를 붓고는 갰다. 그리고는 그것을 시신에 골고루 발랐다. 시큼한 냄새가 시신 썩는 냄새와 섞여 묘한 냄새를 풍겼다.

하나같이 코를 움켜쥐었다. 희읍스름한 시신에 누런 술찌끼기가 덧입혀지자 섬뜩한 모습의 시신은 더욱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김노인은 천호방의 옷가지를 들어 시신을 덮었다.

“가지고 온 술과 식초를 끓이게.”
약포 김노인의 말에 칠갑이 형제와 시돌이는 솥단지를 걸고 술과 식초를 끓였다. 천렵을 하는 것도 아닌데 때 아닌 솥단지가 걸리고 불이 지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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