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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62) 야차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11.11(수) 01:13:2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62) 야차 1

미소 (62) 야차 2

“멈춰라!”
흑치상지의 명령에 두 진영에서 일시에 칼이 멈췄다. 요란하던 칼 부딪는 소리도 멈추고 함성소리와 비명소리도 멈춰졌다. 간간히 들리는 신음소리만이 치열하고 잔인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칼을 버리고 새로운 백제 건설에 함께 하자! 우리나 너희나 백제를 위한 마음은 한가지이니 억울한 죽음을 자초하지 말고 자중하라.”
흑치상지는 새로운 백제를 얘기했다. 그러나 지수신은 달랐다. 임존성을 사수하는 것만이 백제를 위한 진정한 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당나라의 개가 되어 새로운 백제를 건설한다 한들 그것이 어찌 백제가 되겠느냐? 껍데기만 백제인 백제는 진정한 백제가 될 수 없느니라. 우리는 우리의 백제를 지킬 것이다.”
그때 남문을 지키고 있던 덕집하가 사타상여의 후진을 뚫고 달려왔다. 이미 그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장군, 덕집하가 왔습니다. 힘을 내소서.”
뒤쪽에서 이는 소란에 사타상여가 다시 몸을 돌렸다. 이어 후진으로 달려간 사타상여는 칼을 들어 덕집하에게 겨눴다. 그러나 덕집하는 이미 사타상여에 대적할 적수가 아니었다.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사타상여는 그런 덕집하를 한 칼에 내리쳤다. 덕집하의 목이 허무하게도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이를 본 지수신의 눈에 불이 켜졌다. 백제 싸울아비들의 눈에도 핏발이 돋았다.

“죽음으로서 덕집하 부장을 따르자!”
백제 마지막 싸울아비들은 덕집하를 따르기로 작정하고 흑치상지 군에 맞섰다. 성 안은 다시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투는 일방적인 살육에 지나지 않았다. 흑치상지 군이 백제의 싸울아비들을 몰아붙였던 것이다.

지수신의 몸은 피로 범벅이 되어 마치 야차와도 같았다. 팔과 다리도 성한 곳이 없었다. 터지고 찢어져 더 이상 버틴다는 것은 무리였다. 곁에서 돕던 싸울아비들도 모두 쓰러지고 없었다.

“올가미를 던져라!”
사타상여의 명령에 올가미가 지수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은빛 갈고리가 여기저기에서 뱀처럼 허공을 갈랐던 것이다. 이어 흑치상지 군이 달려들고 지수신은 이내 꽁꽁 묶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를 악문 지수신은 씩씩거리며 흑치상지를 노려보았다. 지수신의 눈빛이 매서웠다.

“배신자.”
지수신은 이 한마디를 흑치상지의 가슴 속에 후려 넣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장군, 이 임존성의 백제 싸울아비들을 죽인 것은 내 뜻이 아니었소. 백제의 뜻이었소. 나도 가슴이 아프오.”
흑치상지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에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나 지수신에게 그런 흑치상지는 가증스러운 배신자로만 보일 뿐이었다.

부끄러움에서인지 아니면 미안함에서인지 흑치상지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수신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흑치상지를 지수신은 여전히 노여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노려보아댔다. 

“장군, 이제 임존성은 새로운 백제의 거점이 될 것이오. 함께 하도록 합시다.”
흑치상지는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수신을 달랬다.

“그 정도 했으면 장군의 충심은 충분히 드러낸 것이오. 이제 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웁시다.”
흑치상지의 말에 지수신은 독사처럼 고개를 바짝 쳐들었다. 그리고는 흑치상지를 향해 침을 뱉어댔다.

“더러운 놈. 겨우 그 따위 말로 나의 충심을 해하려 드느냐? 나는 백제의 원혼이 될 것이다. 죽여라.”
흑치상지는 얼굴에 묻은 침을 닦지도 않은 채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졌소이다. 그러니 장군은 살아야 합니다.”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마친 흑치상지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단호한 어조로 명령했다.

“백제의 대장군 지수신을 풀어주어라.”
흑치상지는 이어 지수신을 향해 다시 일렀다.

“장군의 가족은 내 보살펴 드릴 것이오. 그리고 때가 되면 장군의 곁으로 보내드리겠소. 이 길로 곧장 고구려로 가시오. 가서 후일을 도모하오.”
말을 마친 흑치상지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수신은 흑치상지의 진심어린 말에 고개를 돌렸다.

“어서 떠나시오. 당나라 장수들이 오면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소. 죽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 않소. 살아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하오.”
지수신의 눈빛이 흔들렸다. 허무하게 죽는 것보다는 흑치상지의 말대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무엇하느냐? 어서 남문으로 뫼시어라.”
흑치상지는 부하들에 일러 지수신을 부축하도록 했다. 그러자 살아남은 백제의 싸울아비들이 달려들어 지수신을 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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