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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61) 북쪽 성벽

청효 표윤명의 연재소설

2015.11.10(화) 22:55:0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61) 북쪽 성벽 1


미소 (61) 북쪽 성벽 2

그러자 흑치상지 군의 화살이 지수신을 피해 성벽으로 날아들었다.

“비겁하게 동정하는 것이냐? 배신자에게서 그따위 동정은 받고 싶지 않다. 흑치상지, 정정당당하게 겨뤄보자!”
지수신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적장에게 동정을 받으면서 전투에 임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자신을 배신한 사람이었다.

지수신은 성벽 맨 앞에 올라서 백제의 싸울아비들을 진두지휘했다. 죽음을 무릅쓴 지수신을 보고 백제의 전사들은 용기백배했다. 함성과 외침으로 끊임없이 성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흑치상지 군을 막아냈던 것이다.     

그 시각, 사타상여는 흑치상지의 계략에 따라 정예병을 이끌고 성벽을 우회했다. 정상 쪽을 돌아 험악한 성벽 쪽으로 돌아 간 것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죽여 가며 사타상여는 북쪽 성벽을 향해 서서히 나아갔다. 험악한 북쪽 성벽은 그만큼 수비병도 적었다. 그것이 북쪽 성벽을 선택한 이유였다. 조심스럽게 나아가던 사타상여는 뒤를 돌아보았다. 산모퉁이로 붉은 화광이 충천했다. 흰 연기도 자욱했다. 함성소리와 비명소리로 정상 쪽 성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이었다. 그런 반면 북쪽 사면은 조용했다. 성벽을 감시하는 초병들만이 초조하게 성벽 아래를 주시하고 있었다. 사타상여는 숨을 죽여 가며 천천히 등성이를 타고 성벽을 돌아갔다. 이어 초병이 드문드문한 북쪽 성벽에서 사타상여는 멈춰 섰다. 완만한 등성이 쪽으로 성벽을 공략하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초병들의 수도 생각보다 적었다. 정상 쪽으로 모두 동원된 모양이었다. 사타상여는 정상 쪽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때를 놓칠세라 사타상여는 공격을 명령했다.

“성벽을 올라라!”
사타상여의 우레와도 같은 명령이 임존성을 다시 한 번 울려댔다. 이어 그의 정예병들이 득달같이 성벽으로 달려들어 매달리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 있던 백제 초병들은 기겁했다. 생각도 못한 곳에서의 공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적을 막아라! 적의 기습이다.”
그러나 부족한 백제의 싸울아비들은 개미떼처럼 기어오르고 있는 사타상여 군을 막아내는데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흑치상지가 고르고 고른 정예병들이었다.

공격을 하는 흑치상지 군도 막아내는 임존성의 백제군도 모두 백제의 싸울아비들이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만나 서로를 공격하고 막아내는 신세가 되고만 것이다.

“궁수는 성벽을 지원하라!”
사타상여는 몸소 활을 들어 성벽 위의 백제군을 겨눴다. 그가 시위를 한 번 당길 때마다 여지없이 비명소리가 성벽을 울려댔다. 백제의 싸울아비들은 피를 흘리고 눈물을 삼키며 성벽을 사수했다.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상 쪽 방어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허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성이 무너져 간다. 이제 막바지다. 좀 더 힘을 쓰라!”
사타상여의 격려에 초조해지는 것은 백제군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줄을 던져 오르던 흑치상지 군이 성벽을 오르는데 성공했다. 먼저 오른 흑치상지의 정예병은 남은 백제군을 밀쳐냈다. 이어 연이어 오른 흑치상지 군이 성벽을 장악해가기 시작했다. 군막과 건물에 불을 지르고 군사들을 도륙했다. 백제의 싸울아비들은 최선을 다했으나 수적으로 밀리는데다 이제 패했다는 불안감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북쪽 사면은 흑치상지 군에 완전히 장악되고 말았다.

뒤늦게 북쪽 사면의 위급함을 본 지수신이 군사를 보내려 했으나 이미 정상 쪽도 위급한 상황에서 그러기에는 힘겨운 일이었다.

“아! 백제라는 이름은 이제 요원한 것이 되고 마는가?”
지수신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뒤쪽에서 밀려드는 사타상여의 군세가 만만치 않았다. 밀려드는 폭풍과도 같이 정상 쪽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성벽도 이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불타 오른 대책을 넘어 흑치상지의 정예병들이 성벽을 기어오르는데 성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수신은 이를 악물고 버텼으나 역부족이었다. 성벽은 순식간에 흑치상지 군의 차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지수신은 뒤로 물러섰다. 일단 물러나 대열을 정비하고 근접전을 펼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은 생각으로 머물고 말아야 했다. 그러기에는 너무도 백제군의 처지가 열악했기 때문이다. 사타상여와 흑치상지가 양쪽에서 협공을 가하자 지수신의 백제 싸울아비들은 그만 기가 질리고 말았다. 그들도 용맹한 백제의 싸울아비였던 것이다.

“장군, 그만 칼을 버려주시오.”
흑치상지는 지수신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지수신의 핏발이 선 붉은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적개심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이 목을 자르기 전에는 그럴 일이 결코 없을 것이다.”
지수신은 끝까지 항거했다. 흑치상지 군은 지수신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며 백제군을 몰아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힘에 겨운 백제군은 흑치상지 군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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