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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60) 갈대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10.20(화) 11:15:15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60) 갈대 1

 

미소 (60) 갈대 2

“장군, 역시 안 될 것 같습니다.”
사타상여의 말에 흑치상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바람소리가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더니 흑치상지의 투구를 때렸다. 놀란 흑치상지는 목을 움츠렸고 이어 껄껄웃음소리가 임존성을 울려댔다.

“돌아가지 않으면 다음에는 네 목을 겨눌 것이다.”
지수신은 활을 들어 시위에 화살을 먹인 채 흑치상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런 괘씸한 놈이.”
사타상여가 노한 얼굴로 지수신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지수신이 사타상여을 보고 한 마디 더 던졌다.

“이놈, 주인을 잘 모셔라. 겨우 그렇게밖에 모실 줄 모르더냐? 주인이 개가 되는데도 너는 구경만 하고 있더냐?”
지수신의 호통에 흑치상지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저런 미친놈이 있나. 시류도 볼 줄 모르는 청맹과니 같은 놈이.”
“시류가 변해도 결코 변치 않는 것이 있느니라. 그것을 제대로 볼 줄 모르면 바로 역적이 되는 게다. 너나 네 주인처럼 말이다.”

“가자!”
흑치상지는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고 사타상여를 재촉해 산을 내려갔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이제 마지막 승부를 던지기로 한 것이다.

군영으로 돌아온 흑치상지는 곧바로 사타상여에게 명했다.

“지금 당장 군사들을 이끌고 가서 오산천의 갈대를 베어오게.”
“갈대라니요?”
뜬금없이 갈대를 베어오라는 소리에 사타상여가 묻자 흑치상지가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화공을 쓸 것이다. 비밀로 하라.”
화공이란 말에 사타상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탁월한 전략이라는 뜻이었다. 사타상여의 얼굴이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장군.”
사타상여는 군사들을 이끌고 가서 오산천의 갈대를 베어왔다. 그리고는 군사들로 하여금 짊어지고 가기 좋게 나누어 묶게 했다.

그날 밤 흑치상지는 군사를 움직였다. 소리 없이 북쪽 산 정상을 향해 움직여간 것이다. 도부수를 앞세우고 궁수와 창수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나머지 군사들은 갈대를 짊어진 채 임존성 북쪽 산 정상을 향해 올랐다. 흑치상지가 북쪽 산 정상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전략이자 지형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산 정상은 임존성 보다 약간 높았다. 그곳을 발판으로 삼아 목책에 불을 지르고 성 앞으로 다가가 결전을 치른다면 성벽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북쪽 산 정상까지는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부족한 군사로 목책도 비워 둔 상태라 막아 설 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별도 없이 깜깜했다. 눈앞으로 임존성 위의 횃불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백제의 싸울아비들은 성벽 위에서 깜깜한 건너편 정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노련한 흑치상지군은 갈대를 소리 없이 목책 앞으로 날랐다. 시간이 흐르고 갈대가 쌓이자 흑치상지가 신호를 보냈다. 불을 지르라는 것이었다. 이어 갈대가 튀는 소리와 함께 화광이 충천했다. 목책이 불타오르고 성벽이 불길에 휩싸였다. 산 정상 쪽 임존성은 대낮같이 밝혀졌다.

“적이다!”
그제야 소스라치게 놀란 백제군은 당황했다. 여기저기에서 군사들이 산 정상 쪽 성벽으로 몰려들었다. 화살이 나르고 쇠뇌가 허공을 갈랐다. 함성소리와 다급함에 외치는 소리가 임존성을 일순간에 휘감아댔다.

“궁수는 전방을 지원하라!”
흑치상지는 칼을 들어 공격을 명령했다. 이어 흑치상지 진영에서도 화살이 빗살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서 연이어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부수는 성벽을 공략하라!”
흑치상지의 연이은 명령에 뒤에 대기하고 있던 도부수들이 개미떼처럼 달려들어 성벽으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백제의 싸울아비들은 긴 창을 들어 성벽을 기어오르는 흑치상지 군을 막아냈다. 성벽에서 비명소리가 쏟아져 내리고 붉은 피가 성벽을 물들였다. 이내 성벽 아래에는 흑치상지군의 시체로 쌓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허겁지겁 달려온 지수신은 성벽에 올라서 흑치상지 군을 막아냈다.

“화살을 겁내지 마라. 눈을 부릅떠라!”
지수신은 날아드는 화살에도 아랑곳없이 성벽 위에서 기어오르고 있는 흑치상지 군을 요절냈다. 붉은 횃불이 일렁이며 천신과도 같은 지수신을 비춰댔다.

“저 놈을 쏴라!”
누군가 흑치상지 진영에서 지수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러자 화살이 일제히 지수신을 향해 날아갔다. 지수신은 한 손에 방패를 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막으며 기어오르는 흑치상지 군을 막아냈다. 화살이 꽂히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이내 방패는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다.

“그까짓 화살로 이 지수신을 어쩔 수 있을 것 같으냐?”
지수신은 껄껄웃음을 터뜨리며 호기로운 여유마저 보였다.

“화살을 멈춰라. 지수신 장군은 죽이지 마라!”
흑치상지는 궁수들에게 지수신을 쏘지 말라며 명령했다. 그를 죽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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