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52) 성벽 보수

청효 표윤명의 연재소설

2015.07.21(화) 16:32:2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52) 성벽 보수 1

미소 (52) 성벽 보수 2

어이없게도 사로잡힌 복신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길로 가야했다.

무릎이 꿇린 복신을 두고 부여풍은 어떻게 할 것인지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달솔 덕집득이 나서 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덕집득의 말대로 복신은 처형되고 말았다. 

연이은 내분으로 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했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주류성은 함락되었고 부여풍은 고구려로 망명을 하고만 것이다. 이어 두량윤성, 가림성, 피성이 모두 차례로 무너졌다. 이제 남은 것은 임존성뿐이었다.

흑치상지는 북문 문루에 서서 임존성 아래를 굽어보았다. 자신의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다. 백제를 일으켜 세우기로 한 지난날의 꿈이 모두 헛되어 보이기까지 했다. 이제 남은 백제의 장수는 자신과 지수신 그리고 사타상여 뿐이었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삼만의 군사들과 백성들의 앞날이 가여웠다. 성 아래로는 유인궤의 오만 군사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제 백제를 평정한 김유신도 또 다시 군사들을 이끌고 달려올 것이다. 임존성이 험하기는 하나 부족한 식량과 무기들을 생각할 때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성문이 열리는 날, 저 가여운 백성들은 자신과 함께 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목이 베이고 말 것이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흑치상지는 가슴이 요동쳤다.

“장군, 적이 남문으로 짓쳐들고 있습니다.”
다급한 전령의 말에 흑치상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하면서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스스로에게 질책을 던지며 흑치상지는 남문으로 향했다. 남문 아래로는 이미 손인사가 일만 오천의 군사를 이끌고 와서 성문을 공격하고 있었다. 지수신이 군사들을 독려하며 간신히 맞서고 있었다.

“장군, 적의 공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수신은 가을빛에 얼굴이 새까맣게 탄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가을이라 하나 아직은 여름 뒤끝이 남아 있어 무덥기만 했다.

당 군은 사다리를 걸치고 성벽을 넘으려 기를 썼다. 그러나 백제의 싸울아비들도 만만치 않았다. 사다리를 밀어 넘어뜨리는가 하면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맞섰던 것이다. 백제의 백성들 또한 돌과 끓는 물을 나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쇠뇌와 화살이 성벽을 넘나들고 곳곳에서 비명과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성벽을 지켜라. 적의 공성을 막아라!”
흑치상지는 서쪽 얕은 성벽 쪽으로 다급히 달려갔다. 성벽을 무너뜨리려는 충당부대가 성벽에 구멍을 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제군은 돌과 쇠뇌로 달려드는 충당부대를 막았다. 그러나 충당부대는 쓰러지는 당 군을 넘어 성벽 아래로 달려들고 또 달려들었다. 마치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비와도 같았다. 성벽 아래에는 당 군의 시체로 작은 토산을 쌓아놓은 듯 했다. 핏물은 때 아닌 시내도 이루어냈다. 임존산 등성이에 시뻘건 내를 이루어 놓았던 것이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달려드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라!”
지수신은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군사들을 독려했다. 손으로는 연신 바윗돌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그가 힘을 쓸 때 마다 당 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멀리서 이를 바라보던 손인사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눈을 감았다. 차마 더 이상 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독한 놈들이로다. 지독한 놈들이야.”
곁에 있던 부장 엽초금이 한 마디 거들었다.

“임존성이 험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안되겠다. 일단 물러나야겠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군의 피해가 너무 큽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큰일 나겠습니다.”
“북을 울려라. 물러나라 이르라!”
손인사의 명령에 당 진영에서 북이 울렸다. 퇴각을 알리는 북소리가 임존성을 울려댔던 것이다. 뒤이어 당나라 군사들이 앞뒤를 다투어 성에서 물러갔다. 썰물이 빠지듯 당나라 군사들이 산 아래를 향해 물러갔던 것이다.

물러나는 당나라 군사들에 임존성에서는 또 다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승리에 고무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백제군에도 큰 상처를 안겨 주었다. 적지 않은 군사들이 죽거나 다치고 성벽도 일부 허물어졌던 것이다.

“성벽을 보수해야 한다. 언제 저들이 또 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니 지금 당장 보수하도록 하라.”
흑치상지의 명령에 백제군은 일제히 성벽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는 경계를 서고 나머지 군사들은 모두 성벽 보수작업에 들어갔던 것이다.

다행히도 산 아래의 당 군은 대열을 정비하고는 본진을 향해 말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오늘의 전투를 마무리하고 물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연재기사]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