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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50) 신라의 퇴각

청효표윤명 연재소설

2015.06.17(수) 12:32:4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50) 신라의 퇴각 1

미소 (50) 신라의 퇴각 2

“신라군이 쩔쩔매고 있습니다. 그려.”
말끝에 또 웃음이 묻어났다. 진춘이 노한 얼굴로 나서려했다. 문무왕이 이를 눈치 채고는 얼른 막아섰다.

“멀리 바다 건너까지 와서 이렇게 고생하시니 그 수고로움을 무엇으로 다 보답하리까?”
문무왕의 위로에 유인궤가 다시 껄껄웃음으로 답했다.

“우리 황제폐하의 은혜를 잊지 않으면 되오. 우리 당나라의 도움이 없이 어찌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겠소.”
유인궤의 거만한 태도에 문무왕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자 유인궤의 불손함이 더욱 기승을 부려댔다.

“보시오. 저 흑치상지 하나 제대로 못하는 신라군이 어찌 저 강대한 고구려를 정벌할 것이며 이 백제의 잔적들을 무마시킬 것이란 말이오. 그러니 김법민 그대는 금성으로 돌아가 우리가 저 임존성을 함락하고 고구려를 무너뜨리는 것을 통보나 받기 바라오.”
말을 마친 유인궤는 임존성을 무연히 올려다보았다. 문무왕의 얼굴에 노기와 더불어 부끄러운 낯빛이 가시질 않았다. 진춘은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문무왕이 거듭 나서 말렸다.

“우리가 군량이 충분했다면 저렇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오. 우리 군사들은 이틀이나 굶고 오늘의 전투를 치르는 것이오.”
문무왕의 핑계에 유인궤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비릿한 웃음과 함께 입을 놀렸다.

“전투란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오? 어찌 군량을 지키지 못해 이런 패배를 자초한단 말이오.”
유인궤의 비아냥거림에 문무왕은 말문이 막혔다.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무너지고 있는 신라군이 심상치 않았다. 그때 다급한 전령이 달려왔다. 흙먼지를 뒤집어 쓴 전령은 숨이 곧 넘어갈 지경이었다.

“폐하, 구마노리성의 부여자진이 후방을 노리고 출병한다 하옵니다.”
“뭐라. 구마노리성의 부여자진이?”
“예, 이미 성을 나서 거열성 쪽으로 향했다 합니다.”
전령의 말에 진춘은 혼비백산했다. 후방이 막히면 금성으로 통하는 길이 끊기게 되고 그리되면 신라군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전령의 소식을 들은 유인궤의 표정이 더욱 묘하게 일그러졌다. 웃음기가 감도는 것이 신라군에 대한 모욕임이 분명했다.

“금성이 위험에 처하기 전에 어서 군사를 돌리도록 하시오. 임존성은 이 대당의 검교대방주자사가 맡을 것이오.”
냉소 섞인 말에도 문무왕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 부여자진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북을 쳐 물러나라 이르라.”
문무왕은 퇴각명령을 내렸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어 퇴각을 알리는 북소리가 음울하게 신라진영에서 울려나왔다.

“장군, 퇴각명령입니다.”
부장 거야록의 말에 김유신은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 산 아래에서 북소리와 함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퇴각을 알리는 신호였다.

김유신은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분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 버틴다는 것도 무리였다. 어쩌면 자신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상황은 그만큼 어렵고도 급박한 것이었다.

김유신은 백제군의 화살과 돌을 피해 몸을 돌렸다. 쓰러진 군사들을 넘어 물러날 때에는 가슴이 쓰렸다. 숱하게 전장 터를 누벼왔지만 오늘 같은 패배는 일찍이 없었다. 이를 악문 채 물러나야 했다.

신라군이 물러가자 임존성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신라군을 야유하는 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당나라의 개들아! 왜 내빼느냐. 올라올 용기가 없더냐. 다시 한 번 올라와 보거라.”
“김법민에게 가 일러라. 다시는 넘볼 생각도 말라고 말이다.”
비웃음과 야유에 김유신은 속이 끓어 올랐다. 뒤를 돌아보자 흑치상지가 껄껄웃음으로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김유신은 다리가 다 부들부들 떨렸다. 분노와 치욕으로 몸을 지탱하기도 어려웠다. 간신히 산을 내려오자 천존과 죽지도 만신창이가 되어 내려와 있었다.

“지독한 놈들입니다. 장군.”
다리를 저는 천존이 먼저 말을 건네 왔다.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검붉은 피가 아직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문의 지수신이란 놈이 어찌나 사납던지.”
죽지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한 쪽 팔을 싸매고 있었다. 어깨에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물러들 가자.”
김유신은 물러가자는 말 이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패배에 대한 책임 때문이었다.

“장군, 폐하께서 급히 돌아오라는 명이십니다. 구마노리성의 부여자진이 군사를 일으켰다합니다.”
말을 몰아 달려온 진춘의 다급한 소리에 김유신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뭐라, 부여자진이?”
“그렇습니다. 해서 급히 퇴각해야만 합니다.”
“급하게 되었군. 서두르자!”
김유신은 채찍에 힘을 가했다. 그의 뒤로 신라의 패잔병들이 줄줄이 줄을 지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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