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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50) 김유신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06.04(목) 12:31:2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50) 김유신 1

미소 (50) 김유신 2


“그러니 이번 전투는 장군들의 명예를 걸고, 아니 사활을 걸고 임하도록 하시오. 실패하면 죽음이요. 성공하면 영광만이 있을 것이오.”
마음을 다진 신라군은 총력전을 펼쳤다. 선봉에 김유신이 좌우에 천존과 죽지 그리고 후방에 진춘이 문무왕을 모시고 진격했다. 임존성은 연이은 승리로 사기가 한창 올라 있었다. 그런데 이제 신라 오만군사가 총력을 기울여 공격해 오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라군의 총력전에 흑치상지는 대책과 소책을 모두 비운 채 성안으로 물러났다. 워낙 많은 수에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패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남문에 지수신과 사타상여, 북문에 흑치상지가 백제의 싸울아비들을 독려하며 신라군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비장한 각오로 임한 백제군은 신라군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임존성에 들면 많은 군량이 있다. 힘을 내라. 점령하기만 하면 모두 배부르게 먹고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선봉에 선 김유신이 이틀째 굶고 있던 신라군에게 유혹의 말로 공격을 독려했다. 김유신은 손수 말을 탄 채 험한 산길을 올랐다. 선봉에 선 그를 따라 개미떼와도 같이 신라군이 뒤따랐다.

흑치상지는 검은 수염을 휘날리며 올라오고 있는 김유신을 노려보았다. 눈빛에 분노가 가득했다. 자신의 힘으로 되지 않자 이민족을 끌어들인 그가 역겹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실은 혹독한 것이었다. 그런 그가 백제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흑치상지는 입술을 깨물며 칼자루에 힘을 주었다. 이어 때가 이르자 칼을 빼 들었다. 반짝하며 예리한 칼날에 빛이 튕겼다.

“화살을 날려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말라!”
화살이 노여움에 부르르 떨며 허공을 갈랐다. 흑치상지의 명령은 무자비하게 이어졌다.
“석투부대는 돌을 날려라. 적을 궤멸시켜라!”

이어 화살사이로 돌도 날아갔다. 돌과 화살이 마치 유성이 쏟아지고 비가 퍼붓는 듯 했다. 성벽 가까이 다가갔던 신라군의 비명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가까이 다가갔던 신라군이나 이제 막 산기슭으로 올라선 신라군이나 돌과 화살에 목숨을 잃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유신은 당황했다. 너무도 거센 공격에 도무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유신은 역전의 용장답게 칼을 들어 독려했다.

“성벽을 오르라! 궁수대는 전방을 지원하라!”
신라군도 뒤에서 화살을 쏘아댔지만 백제의 싸울아비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돌과 화살의 날아듦에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여야 했기 때문이다. 상황의 위급함에 김유신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칼을 들고 직접 성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더 이상 전진할 수는 없었다. 빗발치는 화살에 목숨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방패를 들어 막는데 정신이 없어야 했다. 뒤를 살짝 돌아보니 이미 쓰러진 군사가 태반이었다. 김유신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아무리 임존성이 험하고 견고하다고는 하나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적에게 이토록 지리멸렬하게 당하기만 하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고개를 들어라! 고개를 들어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 전진하라!”
그러나 그것은 김유신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신라군은 이미 유성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는 화살과 돌을 피해 몸을 돌리는가 하면 쓰러진 동료의 시체를 방패삼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유신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없었다. 고개를 들어 성벽을 올려다보니 늠름한 흑치상지가 바람에 수염을 휘날리며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김유신은 가슴에 불이 붙었다. 분노가 치솟았다.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주고 있는 저 흑치상지를 어떻게든 요절을 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엄연한 사실에 가슴이 쓰렸다.

문무왕은 임존성 아래에서 김유신의 공성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천하의 김유신도 임존성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전투에 패한 적이 없는 김유신이건만 흑치상지가 버티고 있는 임존성에서는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무너지고 있는 신라군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대패인 듯 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문무왕은 연신 혀를 차댔다. 옆에서 호위하고 있던 진춘도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눈살만 찌푸린 채 입술을 깨물어댔다.

“물러나야 하지 않을 것 같소?”
문무왕의 차가운 물음에 진춘은 말을 아꼈다. 함부로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상황으로 보아서는 당연히 군사를 물려야 했으나 그러기에는 김유신에 대한 의리가 아닌 듯도 했다. 그때, 오산천 아래쪽에서 먼지가 뽀얗게 일며 당 군이 올라왔다. 신라군의 공성소식에 유인궤가 군사들을 이끌고 올라온 것이다.

“폐하, 당나라의 검교대방주자사께서 찾았습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화려한 전포를 걸친 유인궤가 껄껄웃음으로 진영에 들어왔다. 웃는 모습이 비웃음으로만 들렸다. 문무왕은 내심 자존심이 상했다.

“어서 오시오. 장군.”
문무왕은 쓰린 속마음과는 달리 웃음으로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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