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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44) 향천사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04.19(일) 16:34:4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44) 향천사 1

미소(44) 향천사 2


금당에는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그리고 대세지보살 삼존상이 모셔졌다. 만불전에는 삼천 오십 삼위의 석불이 모셔졌으며 나한전에는 십육나한을 모셨다.

마침내 석불을 모두 모시고 난 후 의각대사는 예불을 올렸다. 금까마귀가 인도해 준 맑은 샘물을 떠 공양으로 올렸다. 향기로운 냄새가 금당 안에 가득했다.

“향기로운 샘물이 넘쳐흐르니 향천사(香泉寺)라 이름 할지어다.”
의각대사는 향천사라는 이름을 짓고 예불을 마쳤다. 향천사 앞뜰에는 불사에 참여한 마을사람들로 가득했다.

“저 도솔천에 맑고 향기로운 샘물이 항시 넘쳐흐르는 날 미륵이 도래하리라.”
의각대사는 향천사를 감싸며 흐르고 있는 물길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물길을 돌아보았다. 맑은 물소리가 귀를 청량하게 적셔주었다. 의각대사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더불어 이 향천이 본 모습을 찾을 때 이곳에 바로 극락정토가 실현될 것이로다.”
사람들은 의각대사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대사님, 본 모습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사람들의 물음에 의각대사는 흡족한 웃음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에 모신 부처님이 모두 삼천 칠십 이불 입니다. 만 불을 채우는 날 그날이 바로 본분을 찾는 날이 될 것입니다.”
“만 불이라?”
사람들은 만 불을 되뇌었다.

“이후로 이 마을을 만석골이라 이르라.”
의각대사의 말에 사람들은 합장으로 답했다.

“대사님의 말씀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금당과 나한전 그리고 만불전을 돌며 예불을 올렸다. 금오산 산기슭으로 서기가 어리고 있었다.
석불을 모시는 일이 끝나자 단은 이제 제 갈 길을 생각해야 했다. 연을 찾아 나서야했던 것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네가 잘못 나섰다가는 괜히 험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좀 더 기다렸다가 떠나도록 해라.”
의각대사는 단을 위해 한마디 조언을 주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한 단은 막무가내였다.

“이렇게 주저주저하다가는 연을 아예 영영 잃어버리고 말까싶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기다리느니 그냥 길을 나서볼까 합니다.”
“허면 어디로 가서 찾겠다는 것이냐?”
의각대사의 물음에 단은 주저하다가는 입을 열었다.

“일단 가량협으로 가서 수소문을 해 볼까 합니다.”
의각대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더 이상 말리지는 않겠다마는 항상 조심하도록 해라. 전쟁은 젊은이에게 독과도 같은 것이다. 언제 네게 해를 끼칠지 모르는 일이란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연을 찾으면 꼭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의각대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단은 향천사를 나서 금오산을 휘돌고 오산천을 건넜다. 아직도 오산성에는 당나라 대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 멀리 임존성 쪽으로 뽀얀 먼지가 이는 것이 대군이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단은 누가 볼세라 빠른 걸음으로 가량협을 향해 발길을 옮겨놓았다. 시절은 어느새 붉은 가을로 달려가고 있었다.

금물현을 지나 가야산에 오르자 가량협이 한 눈에 들어왔다. 떠나던 포구도 가물가물 손에 잡힐 듯 했다. 단은 문득 떠나던 그때가 떠올랐다.

흐드러진 진달래가 눈을 시리게 했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에도 보란 듯이 따스한 꽃을 피워냈던 것이다. 해지는 서쪽 경계산에도 아침 햇살 찬란한 명월봉에도 분홍빛 꽃잎의 흩날림으로 정신이 없었다. 하늘거리는 진달래가 가야산 봉우리에서부터 등성이를 타고 낮은 산기슭까지 지천으로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솔 그리고 거슬러 오르는 역천(逆川)의 맑은 물까지도 그저 무색할 따름이었다. 봄은 역시 분홍빛 진달래의 계절인 모양이다. 

가량협 보원사

가야산 줄기의 북쪽 끝으로 극락산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절집이다. 앞으로는 수정봉이 내려다보고 동쪽으로는 명월봉이 굽어보며 서쪽으로는 경계산이 둘러싸고 있었다.

쨍하는 빛살이 보원사 이층 고각에서 눈을 부시게 했다. 흔들리는 풍경소리 사이로 햇빛이 날이든 것이다. 처마 끝 아롱거리는 금빛 풍경이 마주 선 오층석탑 보륜과 보주를 더욱 눈부시게 했다. 파란 하늘에 오락가락하던 흰 구름 사이로 빛내림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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